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미스 리틀 선샤인-희망 실은 노란 고물밴과의 여정...

송씨네 2007. 4. 14. 22:40

 

여기 한 가정이 있다.

아버지 리차드는 대학 강단에서 나름대로의 논리로 강연을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어머니 쉐릴은 자기 고집대로이고, 어머니의 오빠이자 외삼촌인 프랭크는 동성애자에다가 자살한 경력도 있다.

아들 드웨인은 공군사관학교 입학에 성공할 때 까지는 묵언수행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이들의 할아버지는 양로원에서 마약 소지로 쫓겨남은 물론이요 손주에게 건전하지 못한 성교육(?)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믹내 딸 올리브는 미인대회에 1등을 꿈꾸며 미스 아메리카들을 흉내내기에 바쁘다.

 

그러던 올리브에게 희망이 생겼다.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에 출전 자격을 얼덜결에 얻은 것이다.

그러나 장소는 캘리포니아... 그들이 가기에는 1박 2일의 비교적 긴 여정이 예상된다.

이 오합지졸 가족들에게 당연히 이 1박 2일 여행은 무리일지도 모르는 일...

더구나 노란 고물 미니밴이 말성을 일으키니 이들의 여정 결코 쉽지 않다.

과연 올리브에게 희망이 찾아올 것인가?

 

 

 

사실 이 영화는 줄거리를 쓸 필요가 없다.

이미 작년에 개봉되어 작지만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 작품 '미스 리틀 선샤인'이다.

20세기 폭스사가 '20세기'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시작하는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CJ 엔터테인먼트에서 수입 배급하여 CGV 인디 영화관에서 장기 상영을 하다가, 미로 스페이스를 지나, 얼마전 마지막 종착역인 중앙시네마에서 '2006 화제작 재상영전'(Again 2006)에 선정되어 관객들과 함께 하였다.

 

이 작품은 무진장 끌렸던 것은 분명하지만 기회가 되지 못해 아깝게 놓칠 뻔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아 이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정말로 보석과 같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콩가루 가족의 이야기이다.

맞다. 얼마전에도 소개했지만 한국 영화중에서는 '가족의 탄생', '좋지 아니한가', '다섯은 너무 많아' 등의 작품이 떠오를 것이고, '로얄 테넌바움'도 떠오를 것이며, 일본 영화중에서는 작년 '스펀지 일본 인디영화 페스티벌'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녹차의 맛'도 생각날 것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위험한 가족' 혹은 '가족의 분열', '가족의 해체'일 것이다.

뭔가 맞지 않은 가족들의 구성에 이들은 분열 일부직전이거나 혹은 대화가 없어보이는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사건을 부딪치면서 화해의 길로 돌아서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는 것은 이들 작품의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몇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건은 노란 미니밴에서 벌어지며 할아버지의 죽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작은 사건들로 인해 오히려 큰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이 것이 로드 무비이며, 코미디 영화로써 쓰일 수 밖에 없는 요소들 중 하나이다.

 

기어가 고장나서 사람들이 여럿 뒤에서 밀어야 움직이는 밴은 여러 곳에서 사건을 일으키며 오히려 이 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인해 가족들은 점차 마음을 모아 힘을 합쳐서 사건을 해결한다. 할아버지의 시신을 모시고 대회장까지 가는 모습이라던가, 경적이 고장나서 애를 먹다가 오히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품(?)인 포르노 성인잡지로 인해 교통경찰에게 풀려나는 장면은 아이러니함 속에서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또한 할아버지를 모신 병원에서 잠시 올리브는 휴대용 시력 검사 팜플렛을 가지고 노는데 오빠 드웨인에게 테스트를 한 결과 색맹이라는 것으로 판명이 나자 드웨인은 절망에 휩싸이고, 묵언 수행도 중단하게 된다. 전투기 조종사의 꿈이 깨져버린 것... 묵언 수행은 동양 불교 문화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우리는 몇 년전 '달마야 놀자' 시리즈를 통해 묵언 수행의 고난(?)을 우리는 간접 체험한 적이 있다. 이 장면에서 나는 '달마야 놀자'와 겹쳐지면서 갑자기 말이 많아지는 드웨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웃기는 장면이면서도 안타까운 장면이 되어버린 것이다.

 

할아버지의 죽음과 색맹으로 판명된 드웨인의 절망, 밴의 고장으로 인해 가족들의 시간이 지체되고 앞에서와 같이 경적의 고장으로 인해 할아버지 시체를 뒤에 싣고 교통경찰과 대면하는 아찔한 장면까지 보게 된다. 목적지에 다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리를 몰라 해메고 있고 도착해도 대회 운영진과 티격태격 싸움까지...

 

 

 

사실 이 영화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가족들을 화합에 이르게 만들었다.

'녹차의 맛'은 심각한 가족의 분열은 없었지만 역시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가족들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또다른 메시지도 주고 있다.

가족의 힘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또 한편으로는 미인대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고속도로 휴개소에서 올리브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하자 아버지인 리차드는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미인 대회에 나가는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장에 도착하여 진짜 미스 아메리칸에게 싸인을 받으면서 한 대화에서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미인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것과 또 하나는 '하고 싶은 것은 꼭 하라!'는 것이다.

 

미인대회는 성의 상품화 문제와 더불어 과도한 경쟁 심리까지 부추긴다.

마른 몸매의 모델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일부 패션쇼에서는 이들을 퇴출시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쩌면 적당히 유지도 좋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어야 말로 지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이 영화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후반에 올리브는 장기자랑에서 할아버지가 가르처준 섹시 댄스를 보여준다.

한 심사위원이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냐고 묻자 리차드는 올리브를 옹호하면서 어른들 흉내낸 것이 잘못이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미인대회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바로 성의 상품화 문제로 이야기화 되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것 또한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진정한 희망, 꿈은 과연 무엇일까?

누군가의 억압에 의해 만들어진 꿈보다는 자신을 위한 꿈이야 말로 아름다운 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가족만큼 서로를 이해하는 존재 또한 없다는 것이다.

낡은 미니밴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은 결국 가족들의 화해 무드를 조성한 기특한 소품이었음에 분명하다.

 

드웨인이 외삼촌인 프랭크에게 남긴 쪽지를 기억할 것이다.

'지옥으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정말 지옥같은 곳에서 살고 있지 않나 모를 일이다.

지옥을 만드는 것과 반대로 천국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