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바르게 살자-유쾌한 '실신' 무비?

송씨네 2007. 10. 25. 12:55

 

나는 극장에서 일한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영화의 예고편을 보기 마련인데 최근 가장 많이 봤던 예고편이라면 장진 사단의 '바르게 살자'이다.

역시 장진 사단인 라희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장진의 영원한 폐르소나인 정재영이 주연을 맡았다.

장진이 메가폰을 잡으면 그의 배역은 거의가 동치성이지만 '웰컴 투 동막골' 다음으로 장진이 다른 이에게 메가폰을 맡긴 영화에서 정재영은 동치성이 아닌 정도만이다.

 

사실 내가 TV 뉴스를 보면서 상당히 보고 싶지 않은 뉴스는 정치인들이 서로 잘났다고 난리 법석을 떠는 것과 또 하나 바로 이 것...

그것은 경찰이나 군에서 벌어지는 모의 훈련 장면이다. 자신들끼리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로 적이나 테러 위협이 닥쳐오고 군이나 경찰들이 출동해서 금방 소탕을 한다는 뻔한 내용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사실 나는 이 영화가 상당히 끌렸다.

이런 모의 훈련은 쇼로만 끝내기에는 이제 너무 많은 이들이 속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앞에 예고편 이야기를 했지만 장진 영화에서 그렇게 사람이 많이 죽는 영화는 없다.

그런데 예고편에 너무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분명히 모의 훈련인데 말이지...

 

 

 

정도만은 아주 착실한 FM형 교통경찰이다.

하지만 그는 얼마전 도지사 비리 수사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도지사의 범죄 현장을 밝히지 못하고...) 교통경찰로 강등된 전직 형사였다.

평화로운 마을 삼포시에 무장강도 사건이 늘면서 새로 이승우 경찰서장이 부임하고 그의 교통위반 딱지를 정도만이 발급하면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서장이건 뭐건 정도만에게 걸리면 끝장이니깐...

민방위 훈련을 비롯한 훈련을 목격한 이승우 서장은 FM 형 교통경찰 도만을 불러들여 모의 훈련에 동참을 권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를 강도 역으로 배정하게 된다.

베스트 신용금고에 실전과 같은 모의 훈련이 시작되고, 그 모의 훈련은 몇 분이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도만은 FM 형 교통경찰이기 때문이다.

 

 

장진 감독의 시나리오 감각은 뛰어나다.

하지만 장진을 좋아하던 사람들도 요즘들어 그의 감각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장진 감독마져도 '거룩한 계보'를 통해 조폭을 미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흥행성적도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깐...

이후 '아들'을 내놓았지만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가 오죽하면(물론 홍보용이지만...)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왜 자신이 감독한 영화는 못뜨고 각본을 넘겨준 영화는 흥행이 잘되는가?' 라는 배부른(?) 소리까지 했으니 말이다.

 

 

 

'바르게 살자' 어떻게 보면 보여주기식의 이른바 '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이 작품은 일본작가인 사이토 히로시의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소설을 한국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기에 일단 기본적인 스토리는 탄탄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조리하여 또 다른 물건을 만드냐는 것이다.

일단 그 점에 대해서는 합격점이다, 왜냐하면 장진이 잘 다듬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상 이 작품은 웃음은 있지만 메시지는 너무 어딘가에 숨어 있고 갈 수록 재미도 떨어지고 그 어떠한 반전과 스릴도 기대하기 힘들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 식 방식으로 공격을 하는 정대만의 모습이나 '포박', '실신', '강간'이라는 푯말로도 인질을 제압하는 아이디어 또한 뛰어났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했던 빗속의 대열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애초에 모의 훈련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극적인 긴장감이 없다.

누군가 진짜 죽을 것이라고 처음에는 모두 예상했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고, 그리고 그 이후 모두 죽지 않는다는 것을 예상하고 관객들은 그렇다면 또 다른 무언가 반전이나 극적인 재미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는데 특별히 장진 식의 위트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눈여겨 볼만한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진 감독(이 영화의 실제 감독은 라희찬 감독이지만...)의 이번 작품은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장진 영화의 장점은 유쾌한 각본도 있지만 그 속에 배역들을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열정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정재영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도만과 얼덜결에 게임 아닌 게임을 하고 있는 경찰서장역의 손병호라던가 지점장 역의 주진모, 진압대장 역의 이한위 같은 경우는 이미 다른 작품들에서 그들만의 연기 세계를 펼쳤던 이들이라서 그들의 연기력은 이미 검증되고도 남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질 고약한(?) 미스 김 역으로 등장한 조시내의 얼굴이 반가웠다.

안슬기 감독의 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에서 도시락 가게에서 억척스럽게 일을 하는 여인 '시내' 역이 참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조시내 역시 연극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배우라는 점에서 그녀의 본격적인 스크린 진출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바르게 살자'는 유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비리 문제나 쇼맨쉽의 문제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장진 감독이 그 문제들을 그의 특유의 위트로 끄집어 낸것은 좋았지만 그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드러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착하게 살자, 바르게 살자...

모두가 생각하는 것들이지만 아직 그렇게 살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 험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