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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실 무전신호와 영화제목 사이!

송씨네 2007. 11. 3. 15:22

 

#4. 무전과 영화제목 사이... 

 

 

몇 달을 이 코너의 글을 접었습니다.

이유인 즉슨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몇 달 전 영사사고가 있었는데 저는 아무래도 정식 직원이 아닌지라 사고가 나면 일단 경고부터 받습니다.

시말서를 쓰는게 아니고요...

그런데 사고가 나는 바람에 저는 경고장을, 그리고 같이 사수(군대에서 말하는 사수/부사수 개념이죠.)로 계시던 분은 시말서를 쓰시게 되었습니다.

고의이건 실수이건 간에 어쨌든 제 잘못이 크기에 일단 자중하는 의미에서 영사실 이야기를 잠시 쉬었습니다.

그동안 필름 셋팅을 하는 시간은 많이 단축되었지만 여전히 어설픈 것은 사실이고요.

 

 

영사실에 영화 본필름의 경우 플라스틱 박스에 배송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본 영화가 상영이 되면 그 영화 제목을 무전으로 알려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큰 멀티플렉스일 경우 그렇고 작은 멀티플렉스는 그럴 필요는 없지요.

(편하게 여기서는 '무전을 날린다'라고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무전을 날리는 경우에는 몇 관, 영화제목, 필름 종류(화면 크기에 따라 비스타 혹은 시네마 스코프 두 종류로 나뉩니다.), 사운드, 포커스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얼마전 제가 영사 사고가 난 경우가 포커스 문제로 인한 것이라 저는 포커스의 이상 유무까지 추가로 무전으로 날려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의 제목입니다.

 

제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긴 영화의 제목은 남기웅 감독의 영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였답니다. 만약 이 영화제목을 무전으로 날린다고 하면 숨차서 죽을지 모를일이죠.

예전 코미디 중에 긴 이름을 가진 사내가 소재가 되었던 개그를 기억하실 껍니다. ('♪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 마치 그런 기분이 들지도 모르죠.

얼마전 영화 리뷰를 쓰면서 '오다기리 조의 도쿄타워'를 언급했었습니다. (기억하시죠?)

그런데 별로 길지 않아 보이는 제목이지만 무전으로 날리기에는 긴 제목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무리 열 글자라고 해도 말이지요.

그래서 영사실 간에는 짧게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

그냥 '도쿄타워'라고 말이죠.

하긴, 그렇게 불러도 이 영화의 제목을 못알아 먹을 사람은 없으니깐요.

또 '어깨너머의 연인' 같은 경우는 오타인지, 누락 때문인지 '의'자가 빠진 상태로 '어깨너머 연인'이라고 영사실 상영표에는 그렇게 기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어느정도 제목 전달만 잘 된다면 일단 괜찮다는 생각이 드니 이거 역시 넘어가 보기로 하죠.

 

 

 

 

 

 

문제는 몇 일 후 개봉되는 작품 리스트 중에 '마을금고 연쇄 습격사건'이라는 영화가 개봉합니다.

처음 들으시는 제목이라고요?

네... 물론 처음 들으시는 제목일껍니다.

백윤식 씨랑 이문식 씨가 나오는 영화인데요...

그러면 여러분은 '성난 펭귄'이라는 제목을 떠오르실 껍니다.

언론을 통해 이야기를 들으셨다면 두 사람이 촬영중이던 영화의 제목이 바로 이 제목이니깐요.

예고편 필름이 영사실로 공수 되었는데 역시 '성난 펭귄'이란 이름의 영화 예고편이 들어왔지만 정작 예고편에는 '성난 펭귄'이라는 제목은 없었습니다.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 '마을금고 연쇄 습격사건'으로 바뀐 것이지요.

이건 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왜 굳이 짧고 굵은(?) 이 제목을 놔두고 다시 긴 제목으로 영화 제목을 바꾸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영화 제목은 시놉시스에서 알려진 제목이 영화 촬영시 바뀌는 경우도 있고, 개봉을 앞두고 영화 제목이 바뀌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예고편 필름은 자칫 두 개의 영화 제목으로 혼동되기 딱 좋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난 펭귄' 따로, '마을금고 연쇄 습격사건' 제목 따로 해서 두 편이 개봉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지요..

 

 

'성난 펭귄'이라는 제목이 저는 오히려 긍금증을 유발 시킬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이 되었거든요.

'마을금고 연쇄 습격사건'이라는 제목은 사실 얼마전 개봉한 '권분순 여사 납치사건'이나 몇 년전에 개봉한 '주유소 습격사건'의 제목을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아류 냄세가 난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독창성이 떨어지는 제목이지요.

물론 관객들이 주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자칫 비슷한 제목은 관객들에게 혼란만 안겨주고, 독창성도 떨어지지 않나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과거 개봉한 외국 영화중에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제목이 몇 년 사이 개봉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구분 하실 수 있는 분은 두 작품을 구분하실 수 있겟지만 비슷한 제목의 작품은 정말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 제목을 무전으로 날릴 때 과연 실수하지 않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요즘 4 자만 넘어가도 무조건 줄이는 현상이 많아졌습니다.

'슈퍼 주니어'를 '슈주'라고 부르고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경우도 아예 관객들이 알아서 '우행시'라고 줄이기도 하니깐요.

그래서 그런지 조금만 긴 제목이 들어가도 거부감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그저 많은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제작사나 홍보사(혹은 배급사)에 바라는 점은 영화 제목을 정하실 때는 독창적으로 지어달라는 것과 사람 헛갈리게 영화제목을 자주 고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오히려 좋은 영화제목도 많은데 굳이 촌스럽고, 독창성 떨어지는 제목으로 영화 시장을 승부하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저는 생각되기 때문이죠.

기억력이 좋지 않은 저로써는 솔직히 이런 제목은 겁이 납니다.

무전 잘못 날려서 또 한번 야단맞거나 실수하지 않을까하는 불길한 생각때문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