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송씨네의 이런 뉴스, 저런 뉴스

인터넷 기자, 당신은 도대체 누구시길래?

송씨네 2008. 4. 8. 02:05

 

 

 

인터넷 기자들, 특히 연예부 기자들은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얼마전 나는 누구나 맘만 먹으면 독후감 쓰듯이 인터넷 기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렸다.(http://blog.daum.net/songcine81/10907850)

그럼에도 정신 못차리시는 일부 인터넷 연예부 기자님들 많다.

프로그램 끝나자마자 빛보다 빠른 초고속 광램을 깐 컴퓨터와 인터넷 덕분이신지는 몰라도 일요일에도 불철주야 쉬지 않고 독후감 기사(?)를 내놓으시고 있으시기 때문이다.

 

블로거 'hwi.k' 님이 올리신 인터넷 기사의 '네티즌'의 정체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한탄을 금치 못하던 도중 매체 비평 포탈인 '매거진 T'에 사과문도 아닌 이상한 공지가 올라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매거진 T'의 칼럼을 어떤 인터넷 연예부 기자분이 그대로 표절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사과를 요청했고 기자분에게 사과를 받아냈다는 내용의 공지문이다.

피해자는 매거진 T의 조지영 TV 평론가였고 피의자는 인터넷 뉴스 포탈 이데일리의 양승준 기자였다.

 

문제의 발단은 조지영 평론가가 올린 '<대왕 세종> vs <대왕 세종>-충녕 이야기'편의 글이었다. 두 평론가가 한 프로그램에 대해 집중 분석을 하는 이 코너는 매거진 T의 대표 코너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3월 19일 올라온 이 기사(칼럼)이 올라온 이후 3월 21일 양승준 기자는 '주말극 춘추전국시대'라는 기획 기사를 냈었다. 문제는 그 첫번째 꼭지였다. 여러 드라마를 나열하던 도중 '대왕 세종'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일단 두 글을 비교해 보시길 바란다.

 

 

 

 

맨 위가 바로 매거진 T에 올라온 글(원문)이고 그 다음 글이 이데일리 측이 올린 글(표절로 의심, 이후 기자는 인정함)이다.

검정색으로 줄친 부분, 파란색 박스 부분을 비교하면 기자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고 믿기 힘들정도로 상당히 겹쳐보인다.

 

 

 

 

그러나 재미있은 것은 그 다음이다.

바로 매거진 T 측의 지적이 있자 이 단락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홈페이지에 이 집중기사에서 '대왕세종'에 대한 부분이 싹 바뀌어 등장한 것이다.

거기에 부제목도 바뀌었다. ◇ '대왕세종'...결코 이분법적이지 않은 정치 현실에서 ◇ KBS 2TV ‘대왕세종’…사극판 ‘하얀거탑’을 꿈꾸다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표절 단락을 어떻게 찾았을까?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참 재미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다른 글을 잘 퍼간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는 펌글 대상 1호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이데일리 측에서 뉴스 기사 내용을 바꾸었고 사과를 했더라도 원문은 네티즌들이 이미 퍼갔기 때문에 빠져나갈려고 해도 빠져 나갈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자, 이런 문제 과연 이데일리의 케이스만 그런 것일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글 잘쓰는 블로거들이나 블로거기자단 분들의 글들도 일부 잘나가는 기자들이나 오히려 영향력 없는 작은 신문들의 기자들이 허락도 없이 인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이데일리 양승준 기잡니다.

먼저, 조지영 TV 평론가님께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로 연락 드리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제가 21일 쓴 ‘방송 3사, 6作 6色’ 기사 중 KBS 2TV ‘대왕세종’ 부분이 조지영 TV 평론가님의 글 일부를 표절하였음을 인정합니다. 기자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백 번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말이 없습니다. 이제 기자 일을 시작한 지 4개월, 좀 더 기사에 욕심을 내보고자 저지른 순간의 판단 미스로 인해 조지영 평론가와 매거진 T 관계자 여러분께 누를 끼친 점 진심으로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기자 윤리를 저버린 제가 정말이지 부끄럽지만, 이번 표절 사건은 기자로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몸에 새기는 혹독하지만 값비싼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조지영 평론가님께 사죄드리며, 이번 표절 사건이 기자로서 발을 막 내딛은 신입 기자의 고약한 성장통이라 너그러이 받아 들여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양승준 기자의 사과문에는 기사의 욕심을 내다보니 이런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차라리 양승준 기자는 그나마 나은 편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언론들은 크게 사과를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절대 '아이 엠 쏘리'를 외치지 않는다.

얼마전 중앙일보가 만우절 특집으로 내보낸 해외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내보내다가 나중에 오보였음을 시인하는 사과문을 신문에 기재한 적이 있었다. 네티즌들이 발견하지 않았다면, 다른 언론이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마 중앙일보는 이 사건을 은폐했을지도 모른다.

 

오프라인 신문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온라인으로 발행되는 웹진이나 신문들은 이런 윤리적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다시 나는 촉구하는 바이다.

TV 보고나서 감상문 쓰시는 기자분들(특히 연에부 기자분들) 숙제는 꼭 집에서 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남의 것이나 배껴대는 일부 기자분들 역시 각성하시고 그럴바에는 그냥 사표내시고 조용히 집에서 쉬어주시길 바란다.

지금 활동하는 블로거들이 차라리 당신들 보다는 더 훌륭한 글 솜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숙제를 꼭 인터넷으로, 네티즌들에게 검사맡을 필요없다.

누군가의 말대로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말에 크게 동감이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