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핸콕'-히어로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송씨네 2008. 7. 15. 14:45

 

 

핸콕
감독 피터 버그 (2008 / 미국)
출연 윌 스미스, 샤를리즈 테론, 제이슨 베이트먼, 마틴 클레바
상세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메리에 대한 스포일러? 네, 그렇습니다.

보시지 않은 분들은 제발 악플 달지 말고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핸콕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최근 헐리웃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슈퍼 히어로들의 경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핸콕은 언젠가는 한번 이야기하여야 할 영화이이기도 하다.

 

한 부랑자로 보이는 사내가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고 있다. 마치 서울의 한복판 지하철에서 뵙는 그 분들과도 비슷하다. 뉴스에서는 도둑들과 날강도가 날뛰는데 그 사내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슈트도 없고 달랑 독수리 모양이 그려진 털모자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렸다. 출동을 하는데 다른 히어로와는 달리 한 손에는 술병이 있다. 뭔가 참 이상하다.

그래도 악당은 처단한다. 단, 기물파손으로 일반 시민이었으면 구속감이다. 세상에 민폐라는 민폐를 다 끼치고 다니는 이상한 슈퍼히어로 헨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느 날 철도 건널목 사고를 당할 뻔한 레이를 구해주면서 핸콕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제의를 한다.

그런데 레이의 일 역시 사람들에게 외면 받기는 마찬가지, 기부문화를 보여주는 심볼을 여러 물건과 제품에 새겨넣어 기업들에게 기부문화를 제의하려고 했던 것이지만 영 신통치가 않았다는 것.

그런 PR 컨설턴트 레이가 사고뭉치 히어로를 설득해보겠다는 것은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만들어보겠다는 소리나 같은 것이다.

그를 스스로 감방으로 인도하고 그러면서 그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를 인식시켜주는 것이 레이의 의도!

 

그러나 문제는 핸콕의 컴백이후이다.

레이의 부인인 메리에게 이상하게 끌린다는 것이다.

메리도 안 그런척하지만 핸콕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기서부터 결정적 스포일러!)

 

 

이 영화는 악당과의 대결의 비중이 오히려 다른 히어로 영화들에 비해 적다.

베트맨의 브루스 웨인 만큼이나 돈이 많은 갑부 히어로인 '아이언 맨'의 경우 그가 왜 히어로가 되었는가는 설명은 물론 있었지만 악당과의 대결이 적었던 것은 분명 아니다.(여기서 말하는 악당이란 좀도둑이나 강도가 아니라 영화 메인을 장식하는 악당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통의 히어로 영화들이라면 악당과의 대결을 중시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재미있는 사실은 오히려 악당의 비중은 상당히 낮으며 기존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처럼 악당들도 만만치 않은 힘을 가지고 있는 악당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핸콕'에 등장하는 악당은 아주 평범한(?)  은행강도라는 사실이다.

 

'슈퍼맨'이 크립토 나이트에 맥을 못추던 것처럼 핸콕 역시 약점이 있었는데 그런데 그 약점이 참 엉뚱하다는데에 있다. 바로 레이의 부인인 메리인 것이다.

철저하게 평범한 주부이자 여자로 위장했던 그녀는 핸콕과 역시 슈퍼히어로로 활동했는데 다만 핸콕처럼 돌아다니면서 악당을 처단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 붙어 있을 경우 애너지가 급격히 감소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운명의 장난인 것인가?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밀어내는 것과 잡아다니는 습성을 지닌 그런 사람들이었다는 설정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핸콕이 힘을 약해빠진 악당과 싸울 수 없는 이유도 바로 메리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 영화들에서 볼 수 없는 이상한 휴머니즘까지 찾게 되는 것이다.

철부지 히어로 핸콕이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는 순간도 역시 재미있게도 이 부분 부터라는 것이다.

 

우리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을 통해서도 못난이 '히어로'를 만나보았을 것이다.(핸콕과 달리 초능력은 없기 때문에 '슈퍼'라는 단어는 빼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이 사고뭉치 히어로는 점점 완소남이 되고 있었는데 핸콕도 이와 유사한 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수록 과거에 좋지 않던 모습들이 사라지고 일반 슈퍼 히어로처럼 그야말로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히어로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끝까지 삐딱하게 싸우는 우리나라의 히어로 중 히어로인 강철중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수록 강철중은 물론 영웅이 되긴 하지만 그 삐딱함은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핸콕이나 슈렉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이 삐딱함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핸콕과 슈렉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영웅적인 존재로 자리잡아 주되 여전히 삐딱해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바른생활 히어로, FM 형 히어로들에게 질려버릴 정도로 질렸기 때문이다.

핸콕의 새로운 시리즈에서도 윌 스미스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해지지만 여전히 그 삐딱함은 잃지 않았으면 한다.

 

어쨌거나 히어로들이여... 야망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