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애니메이션 다큐 '바시르와 왈츠를'☞애니로 만나는 전쟁의 참상...

송씨네 2008. 11. 2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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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사실 국내에서 이스라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랍권 국가의 영화도 보기 힘든데 이 나라의 영화를 본다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얼마전 부터 이스라엘 영화들이 대거 수입을 하여 국내에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인 소년과 스튜디어스 여성의 우정을 그린 '누들'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면서 큰 반응을 일으키고 또다른 이스라엘 영화가 얼마전 개봉을 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이란다. 거기에 다큐라고?

다큐와 애니메이션...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 조화를 이룬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그리고 칸 영화제를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아리 폴만 감독의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은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영화감독인 한 사내가 있다.

어느 날 그의 친구가 찾아와 꿈 이야기를 시작한다.

밤마다 꿈을 꾸는데 스물 여섯마리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꿈이다.

그 꿈은 계속되었고 그 꿈은 아마도 레바논 전쟁에 참전 당시의 기억이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된다.

이 사내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쟁당시의 기억이 나는 대목이 거의 없다.

정신과 의사이던 친구를 찾아간데 이어서  외국에 흩어져 있는 친구도 찾아간다.

점차 기억을 되찾지만 그 기억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된다.

 

 

 

사실 이 영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바시르를 이야기해야 한다.

바시르 제마엘이라는 인물은 레바논 '팔랑헤'의 기독교 민병대 부사관이었고 곧 대통령 취임을 앞둔 인물이었지만 폭탄테러로 사망을 하게 된다.

1982년 9월 14일...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생각한 팔랑헤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의 소굴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철수한 뒤였고 보복성 공격이 벌어진다.

아무런 죄가 없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총칼에 의해 사망한다.

자그마치 3,000 여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다름아닌 이 영화의 감독인 아리폴먼이다.

그는 레바논 전쟁에 참전한 인물이었으며 그의 친구들을 수소문하여 이 레바논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고발하려고 했다.

실존인물을 애니메이션화했지만 일부는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했고 가공의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속의 증언들은 대부분이 사실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은 서로 총을 겨누고 싸워야 했으며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으며 죄없는 팔레스타인 난민들도 희생되었다.

 

 

누가 적이며 누가 아군이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쉴세없이 전쟁을 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전쟁에 대한 참상을 실사 다큐로 나타낼 수 있지만 인터뷰의 한계와 실사로 옮길 수 없는 장면에 대한 한계를 줄이고자 선택한 방법이 바로 애니메이션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마지막을 향한 순간 실사로 바뀐다.

실제 이 참사로 희생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사채들이 뒹굴고 있는 장면으로 바뀌면서 안타까운 모습을 바뀌게 된다.

 

 

 

 

아리 폴만 감독은 같은 환상을 보게 된다.

붉게 물든 거리에 전우들은 물속에 잠겨 수영을 하고 하늘에서는 조명탄이 쏟아진다.

쏟아지는 조명탄 속에 그들은 벌거벗은 몸을 뒤로 하고 군복을 입기 시작한다.

벌거벗은 몸의 여인을 마치 대형 배처럼 노를 젓고 홀로 떠나는 장면 속의 환상도 등장하는데 이 환상은 어쩌면 전쟁보다는 차라리 평온한 여성의 몸으로 그것이 배가 되어 저 멀리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냈는지도 모른다.

 

실제 상황의 재연과 더불어 수많은 환상과 꿈에 등장하는 장면은 불안한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잊어먹었다기 보다는 잊고 싶었던 악몽과 같은 순간... 그것을 끌어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아마 참혹했던 이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잊혀질지도 모른다. 정말로 잊혀진다는 것이다.

 

삭막함 속의 평온함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자주 등장하는 음악은 재미있게 하프시코드 협주곡 5번 '2악장' 이다.

골든베르크 변주곡 만큼이나 바흐의 음악들은 평온한 상황에서의 장면들에 자주 사용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텐 미니츠 첼로'와 같이 말이다.

 

서글픈 이 우리들의 자화상은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언제쯤 다가 올 것인가.

평화의 날은 과연 찾아오는 것일까?

그날을 소망해본다.

 

 

PS.  이 영화에는 독특한 음악이 또하나 등장하는데 Cake의 'I Bomed Korea'라는 곡으로 영화에서는 레바논으로 바뀌지만 엔딩크레딧에는 원곡인 Cake의 'I Bomed Korea'로 제목이 되어 있다. 가사를 보면 한국전쟁 이야기를 담은 노래같은데 이것을 레바논 전쟁의 상황으로 개사해서 부른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자료 :  http://monazite.tistory.com/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