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미인도'-신윤복과 김홍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송씨네 2008. 11. 23. 16:56

 

 

 

 

 

 내가 싫어하는 분류의 영화평론이 있다.

그것은 일부 영화평론가 혹은 기자가 영화 관계자나 감독 혹은 배우들과의 친한 관계 때문에 그 영화에 유리하게 영화평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 역시 난감한 경우를 겪고 있다.

아는 분이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을 경우인데 이럴 때는 별로일 때는 그래도 좋다고 이야기 해야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 '미인도'는 좀 더 솔직하게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신윤복 신드롬이 벌어진데에는 최근 문근영, 박신양 주연의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공이 크다. 또한 신윤복이나 김홍도(1745 ~ ?)의 과거 작품등을 전시하는 전시회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신드롬을  만드는 주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신윤복(1758 ~ ?)은 출생시기가 기록되어 있지만 그(혹은 그녀)의 사망시기와 성별은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 그렇기에 '바람의 화원'이나 '미인도'에서 신윤복을 여성으로 설정한 것은 여러가지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어렸을 적 오빠를 잃은 윤정은 오빠의 이름인 윤복으로 살아가게 된다.

남장을 하고 도화서에서 신윤복으로 살아가는 그녀는 대스승 김홍도의 보살핌 속에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녀를 시기하는 이들이 많았으니 도화서에서 생활은 그렇게 쉽지 않아보인다.

한편 조선시대 귀하다 귀한 물건인 대형 거울을 강무라는 사내가 깨뜨리는 사고가 발생하고 자칫 그 거울의 주인인 대감의 노비노릇을 해야하는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윤복과 김홍도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보답의 의미로 거울을 팔던 상인, 강무는 윤복에게 보기힘든 서민들의 생활들을 보여주고 윤복은 이를 토대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하지만 윤복이 남자가 아닌 여자인 것을 알게된 강무는 윤복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윤복의 그림은 도화서를 비롯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림 대부분이 색정(그러니깐 요즘으로 치면 섹스...)을 밝히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것들이었기 때문인 것... 스승 김홍도와도 마찰을 일으키는 윤복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무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 그럴 수록 그들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간다.

 

 

 

 

 

 

 

 

 

이 영화의 핵심은 신윤복이 여성이었다는 출발과 동시에 신윤복이 사랑을 나누었더라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고 본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도 신윤복과 김홍도의 미묘한 관계가 이야기 된 것처럼 이 작품 '미인도' 역시 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거기에 아슬아슬한 삼각관계와 로맨스가 펼쳐지니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다.

 

한가지 더 신윤복의 작품들을 통해 그(혹은 그녀)가 도화서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다는 것과 어느 정도 일탈을 꿈꾸워오지 않았는가라는 만약의 상상도 더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신윤복의 작품세계 보다는 자칫 그(혹은 그녀)의 방탕한 생활에 초점을 맞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윤복과 김홍도가 사랑하던 사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다른 남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색정에 관심이 많았을 것이라는 상상은 자칫 김홍도와 신윤복의 작품세계를 먹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들게 만든다.

 

다만 애로 영화 마니아들이라면 침을 꿀꺽하고 볼만한 장면이 있는데 바로 중국 청나라 시대의 남녀의 체위를 여성 둘이서 재연하는 장면인데 얼마나 고증된 자료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환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스텐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 그리고 존 마가렐 미첼의 '숏버스'에서 집단 성교 장면 만큼 쇼킹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 영화가 신윤복의 색정에만 관심을 보였다면 그저 그런 애로 영화로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미인도'를 비롯해 신윤복과 김홍도의 작품들이 영화 속에 대거 등장해 이들 작품의 탄생과정을 어느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여 한결 영화를 보는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게 하기도 한다.

 

물론 앞에도 색정을 밝히는 신윤복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했지만 노출연기가 그렇게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김민선의 노출연기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이야기 된 것은 좀 생각해볼 점이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노력을 잊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인정해야 할 것... 김민선의 몸매는 정말 예쁘다는 것이다... 하긴 나도 남자인데...) 모든 노출연기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노출연기로 점차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들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생결단'에 이어 점차 물오른 연기를 펼치는 추자현  역시 힘든 노출연기를 보여주었던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신윤복의 남자로 등장한 김남길은 전작 '모던보이'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의외의 인물은 신윤복으로 열연한 김영호라고 생각된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진지함과 카리스마를 보여준 김영호는 무게감 있게 신윤복의 스승 김홍도의 모습으로 나타내 열연을 펼쳤다.(개인적으로는 나는 왁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그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마케팅 문제는 참으로 민감한 상황으로 다가온다.

과한 마케팅은 영화를 오히려 이해햐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보도자료로 관객에게 심판을 받는 것이 더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데 말이지... 정말 이 영화는 못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조용히 마케팅을 펼쳤다면 알아서 관객들이 오지 않았을까 싶다.

제 2의 색계? 글쎄... 그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지만 그정도는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이 영화는 신윤복의 작품세계에 더 마케팅을 집중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