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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벼랑 위의 포뇨'-이야기 할아버지,미야자키 하야오의 또다른 동화!

송씨네 2008. 12. 10. 14:06

 

 

 

 

 

 

 

 

※미야자키 하야오를 좋아하는 어른들이라면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도 있습니다!

 

12월 9일... 서울극장 앞이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시사회 횟수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미야자키 하야오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만화 만드는 늙은이... 하지만 진정한 애니메이션계의 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한 바닷가 마을... 깊은 바닷속에 한 물고기가 탈출을 하고 있다.

지상으로의 탈출을 시도하는 해파리를 타고 올라온 이 물고기는 쓰레기 더미의 그물에서 빠져나와 병속으로 안착했다.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다. 다섯살 소년 소스케는 이 물고기에게 포뇨라고 이름을 지어준다.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스케는 바다로 항해를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버지는 오늘도 마을로 돌아오시긴 힘들 것 같다.

포뇨는 지상으로 내려오다가 과거 인간이었던 아버지 후지모토에게 붙잡힌다.

다시 탈출한 포뇨는 소스케의 피를 먹은 덕분에 인간으로 변하게 되고 다시 소스케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그녀가 다가오면 마을에는 해일이 나고 재난이 일어난다.

더구나 인간 세계와 바다 세계의 구분이 없어지는 사고가 생기면서 위태롭기만 하다.

천방지축 물고기 소녀 포뇨와 순수한 소년 소스케의 우정은 지속될 수 있을까?

 

 

 

미아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의 특성은 늘 한결같다 아이들과 어른이 공감할 수 있는 만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그는 일본의 월트 디즈니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이웃집 토토로'(1988)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그리고 그 외의 작품들에서도 그는 아이와 가족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이 작품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처럼 보이지만 미아자키 하야오는 이를 약간 부정한다.

일본의 전래동화인 '우라시마 타로'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며, '인어공주'는 그 뒤 약간 첨가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어공주'에 더 가까운 듯 싶다. 인간이 되고 싶은 인어와 처음에는 그녀에게 반하지만 나중에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결국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비련의 인어공주 말이다.

그런데 디즈니의 인어공주도 그렇고, 지브리의 인어공주 역시 원작의 암울함에서 많이 벗어난듯 싶다.

경쾌하게 그들의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브리의 작품들은 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고양이 버스나 마법의 빗자루, 움직이는 성, 정령(신)들이 몸을 푸는 목욕탕까지...

지브리의 상상의 나래는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소재보다도 더 많은 소재를 가지고 있는 듯 싶다.

그러니깐 절대 지브리의 만화적 상상력(소재)는 절대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브리의 작품들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자연스러움이다.

3D 같은 기교를 거부하며 하나하나 팬끝으로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아예 더 정교해져서 파도의 움직임이나 파도가 밀려오기전 잔잔한 항구 마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 의외로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파도를 밟고(?) 달리는 포뇨의 모습이다.

여기서 연상이 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창기 작품인 '미래소년 코난'(1978)의 코난의 모습이 그것이다.

미친듯이 맨발로 뛰어가고 거기에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코난의 모습이 연상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코난이 남자였다면 이번에는 여자로 바뀌었는데 그러나 여전히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브리 작품들이 주인공들이 대부분은 여자였는데 오래간만에 남성으로 변화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브리는 남녀의 주인공 비율이 항상 비슷했으며 다만 몇 몇 작품에서 여성이 더 강인한 모습으로 그려져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포뇨의 모습은 강인한 남성상과 연약한 여성상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아참... 인어지!!)이라고 보여준다

 

 '벼랑위의 포뇨'는 지브리의 작품들이 늘 그렇듯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작품에 그다지 메시지는 없다고 하지만 지브리의 전작들에는 항상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자연의 소중함이다.

그는 '이웃집 토토로'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했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정령들의 목욕탕을 통해 그들의 몸안에서 흘러나오는 쓰레기 더미를 보여주고 거기서 자연의 황폐함을 지적한다. '벼랑위의 포뇨'에서도 초반 쓰레기로 가득한 그물을 끌어올리는 장면이나 해일이 일어나는 장면등을 통해 자연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그 피해는 우리에게 다시 다가온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이야기한다.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포뇨와 소스케의 나이를 다섯살로 지정한 이유이다.

솔직히 말해서 초반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고 아직 판단력이나 이해력이 낮은 꼬마들에게 (비록 만화지만...) 배를 끌게 하고 자연과 맞서 싸우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라서, 지브리라서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다시하게 되었다.

오히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일 수록 더욱더 순수하고 더욱 더 동심의 세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를 한 두 살 정도 더 조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자, 이번에는 한국 관객들을 위한 팬서비스를 이야기해 볼 차례이다.

이 작품은 은근히 한국관객의 입맛에 맞게 선보였다.

일단 영화의 매인 타이틀 제목을 그려넣는(정확한 명칭은 '타이포그래피'...) 작업의 경우를 보더라도 아예 한글용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작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거기에 히사이시 조가 참여한 이번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는 오리지날 일본어 가사 외에 한국어로 된 가사를 따로 불렀다는 것이다. 약간 한국말의 전달이 서툴러서 아쉽긴 하지만 한국팬들을 위해 한국어로 다시 노래를 불렀다는 부문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 작품은 마케팅 면에서도 최고이다.

케이블 체널의 CF나 버스 광고에서도 포뇨를 만날 수 있고, 입소문을 위한 시사회는 물론이요, 관객의 소감도 놓치지 않는다.

서울극장 시사회의 경우에도 촬영용 카메라들 들고 관객평을 직접 들어보려는 홍보사 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대단하다.

 

 

귀엽고 활기찬 물고기, 포뇨를 만나러 가보자...!

 

 

PS. 이 작품의 엔딩 크레딧은 너무 짧다.

궁금한 것을 못참는 나는 홍보사 직원에게 물었다.

엔딩 크레딧은 영화 끝나고 짧게 등장하는데 영화속 등장하는 사물의 그림과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 스텝들의 이름이 나온다.

무슨 무슨 직책의 누구누구 식의 엔딩 크레딧이 아니라 이름만 등장하기 때문에 상당히 엔딩크레딧이 등장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

단편 영화 한 편의 엔딩 크레딧 만큼이나 짧으니... 그래도 열의와 성의는 매우 만만치 않았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