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대니 보일 감독의 '퀴즈가 좋냐?'

송씨네 2009. 3. 20. 13:51

 

 

 

우리나라 영화 '위대한 유산'을 보면 M 본부의 '퀴즈가 좋다'에 참여한 미영(김선아)의 모습이 보인다. 절친한 친구이자 같은 백수인 창식(임창정)에게 전화찬스를 위해 전화를 걸지만 아무런 답은 듣지 못한다. 그러나 창식으로부터 진심어린 프로포즈를 받는다. 생방송 도중에...

생방송 퀴즈의 묘미는 긴장감이다. 물론 요즘 녹화로 보여주는 것들도 편집의 묘미를 주어 긴장감을 유도시키지만 언론들에서 누가 퀴즈 영웅이 되었다 등의 스포일러성 기사를 너무 빨리 내보내서 그런지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생방에서 느겨지는 퀴즈대결 만큼 긴장감을 주는 것도 없으리라 본다.

 

서론이 길었다.

퀴즈 프로그램을 좋아히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다.

본인도 퀴즈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긴장감을 주는 퀴즈 프로그램이 없는 듯 싶어서 지금은 거의 보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천 만 원이 생긴다면, 이천 만 원이 생긴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 물론 세금 다 떼어내고 나면 좀 아쉬운 금액이 나오지만 말이다.

퀴즈쇼는 보는 사람에게는 긴장감을, 그리고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성취감을 보여주는 그런 프로그램 같다.

어느 인도 청년의 자수성가 프로젝트, '슬럼독  밀리어네어'이다.

 

 

 

칙칙한 어느 경찰서의 취조실...

한 청년이 전기고문을 당하고 있다. 그 청년의 이름은 자말...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에 출연의 유명세는 가혹했다.

천만 루피를 확보한 자말은 방송시간 초과로 다음날 퀴즈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방송국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경찰이 찾아온다. 가난하던 천민출신이 어떻게 그 어려운 문제를 다 풀었는가에 의혹을 품는다. 설마 어디선가 조작을 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그가 퀴즈를 풀 수 있었던 가슴아픈 과거가 공개되면서 자말을 잡았던 경찰들도 조금식 동요되기 시작한다.

 

 

아까 M 본부 이야기를 했지만 '퀴즈가 좋다'를 비롯해 대부분의 프로그램 포멧은 영국 ITV에서 시작된 퀴즈쇼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인도에서도 이 포멧을 그대로 방송하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이다. 또한 이 작품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비카스 스와루프의 소설 'Q&A'가 원작이다.

이 작품을 어떻게 다듬을 것인가는 어쩌면 대니 보일의 큰 고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작품은 인도의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자밀과 살람의 이야기이다.

똥을 뒤집어 쓰고서라도 인기 스타를 만나고 싶었고, 서로 다른 세력의 충돌로 어머니를 잃었다. 그 속에 환상을 보았고 문제를 맞추었다.

형의 배신으로 자리를 떠나야 했고 덕분에 총에 대한 문제를 맞추었다. 사랑하는 여인이 조폭 두목의 정부가 되고 그 두목이 크리켓의 팬인 덕분에 크리켓1 문제를 맞추었다.  문제 하나 하나가 그의 인생이었고 기쁨이었으며 좌절이었다.

 

어머니를 잃은 두 형제는 같이 좌절하고 있는 아이 라띠까와 함께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졸지에 앵벌이(구걸)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래를 열심히 불러야만 했다.

얼떨결에 라띠까를 잃었고 얼떨결에 타지마할에서 여행 가이드가 되었다.

라띠까를 다시 만나고 앵벌이를 시켰던 조직의 두목을 살해한 살람은 이렇게 자말과 사이가 나빠지고 이들의 운명도 달라지게 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퀴즈쇼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한 편으로는 세 명의 소년,소녀의 운명을 다룬 이야기이며 한 남자의 순외보이기도 하다. 안전하게 정착을 한 자말은 여전히 라띠까를 잊지 못해 온 도시를 쥐잡듯이 뒤지기 시작한다.

 

영화 속 인도의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인도의 과거 모습이자 현재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여전히 아이들은 쓰레기로 가득한 빈민가에서 살고 있으며, 마을의 유료 화장실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의 6,70년대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았던 그 모습과 흡사하다.

갱들이나 조폭이 난무하고 도시는 살벌하기만 하다. 아직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갖은 이들이 의견 충돌을 하며 경찰은 어떤 때는 방관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 이 영화에 대해 인도의 일부 연예인들이나 사람들은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아카데미에서 이 영화가 수상을 하자 인도 정부에서는 영화속 실제 출연진들에 대해 복지 정책을 약속했고 강화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 들의 인생은 잔인했다.  주인공으로 등장한 한 친구는 영화의 성공 후 잠시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아버지에게 매질을 당하고 돈을 벌어오라고 오리려 구걸아닌 구걸을 강요했다고 한다.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는 아버지가 심지어 출연료를 본인에게 달라고 요청하자 연금 형식으로 일정액을 통장에 매달 집어넣고 해당 친구가 청년이 되면 본인이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출연료 지급 방식을 정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분명 소설이지만 한 편으로는 소설같은 이야기가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주인공으로 등장한 청년 자말 역을 맡은 데브 파텔을 제외하고는 대니 보일이 직접 오디션을 본 실제 인도에서 사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데브 파텔은 영국 TV 시리즈 '스킨스'에서 마약에 빠진 괴짜 청년 앤워를 연기했고 대니 보일의 딸의 적극 추천으로 이 영화 출연했다고 알려진다.

'스킨스'는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이라서 데브 파텔은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라고 본다.

하지만 이 외에는 실제 거주하는 친구들이 대부부분인지라 힌두어를 사용하게 하고 청년이 된 배우들만 영어로 사용하도록 방침을 변경한 것.

 

물론 대니 보일의 영상 감각은 여전하다.

첫 장면에서 허가 받지 않은 공터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을 다니는 장면들은 '트레인스포팅'의 문제 청년 렌튼(이완 맥그리거)가 경찰의 눈을 피해 도주하는 그 장면과도 여러므로 흡사하다. 인도에서 촬영된 영국영화이지만 한 편으로는 인도의 배경이나 여러 모습들을 살려내는데 공을 들였으며 영화의 엔딩은 발리우드라고 불리우는 인도 영화의 특성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이기도 했다. 출연진이 나와서 신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그 장면들이 이 영화의 엔딩을 장식한다.

 

 

퀴즈쇼는 어쩌면 로또처럼 인생역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다.

그리고 정말로 많은 이들이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실직자를 비롯해 가난한 청년이나 어린친구, 많은 사연을 가진 이들이 영화속 자말처럼 많은 인생역전을 보여준다.

어제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퀴즈 대한민국'의 퀴즈 영웅이 된 그는 사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시사저널 기자단 들 중의 한 명이었고 시사저널의 부당한 편집권한에 염증을 느끼고 동료 기자들과 거리로 나왔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퀴즈를 맞추었고 퀴즈 영웅이 되었다.

귀띔을 드리자면 고재열 기자가 본 '슬럼독 밀리어내어'에 대한 이야기도 준비중이시라니 은근히 한 번 기대를 해본다.

 

인생역전이 로또나 퀴즈쇼 우승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인해 성공하는 상황이 많이 보여지길 기대한다.

특히나 그것이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되길 바래본다.

요즘들어 특히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 그런 희망이라도 생겨나길...

특히나 많이 듣는 이야기로 끝을 맺으려고 한다.

여러분, '디비디바비디부'이다! 

 

 

 

퀴즈가 소재가 된 영화가 많을 것같은데 의외로 없다. 이상하게도 국내에는 말이다.

한석규 씨가 여장을 하고 주부가 되어 퀴즈를 풀었던 '미스터 주부 퀴즈왕'이 그나마 기억나는 영화이고, 임성훈 씨가 직접 출연해서 화제가 된 '위대한 유산'도 '퀴즈가 좋다'의 포맷을 그대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영화의 등급은 굳이 따지자면 영화는 후반의 일부 장면을 제외한다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겠다. 

 

영화의 엔딩 곡으로 쓰이는 'Jai Ho'는 '승리'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곡이다. 

전형적인 발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OST라도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의 음악감독인 A.R. Rahman은 인도의 대표적인 음악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경쾌한 리듬의 이 곡은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미국의 그릅 푸시켓 돌스가 다시 불렀다고 알려져 있다. 

 

 

 

 

 

 

 

 

 

 

 

 

 

  1. 공과 배트를 이용하여 각 11명으로 구성된 2개 팀이 넓은 운동장에서 벌이는 경기. 영국에서 시작된 이 경기는 영국의 식민지를 당했던 국가에도 전파되었다. 인도인들에게 의외로 이 크리켓 경기가 익숙한 이유도 바로 그것.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아무렇지 않듯 인도인들이 영국에서 크리켓을 즐기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