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포화속으로'-반공영화?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오해소지 높다!

송씨네 2010. 6. 19. 16:38



 

 


 

 



지난주 개봉작 중의 화제작이라면 단연코 바로 이 작품 '포화속으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에는 사실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월드컵 시즌에 개봉된 이 영화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라는 의문부터 시작해서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이 영화가 6. 25의 참상을 고발한 영화가 아닌 반공영화로 그려지는 것인가에 대한 우려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언론들중에서도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이 찬반양론으로 나뉘는 상황에서 이 작품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 

71 명의 학도병 이야기... 영화 '포화속으로'입니다.



1950년 6월 25일 평화로운 주말에 북측의 도발이 시작됩니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피난민들은 우왕자왕하고 있습니다.

포항을 지키고 있는 강석대 대위는 포항을 계속 지키려고 하지만 상관의 명령으로 낙동강으로 가야 합니다.

총성이 오고가는 임시 야전이자 병원으로 쓰인 포항여중 건물안에 학도병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총을 잡아보았다는 이유로 얼떨결에 장범은 학도병 중대장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들 학도병 무리중에서 소년원 대신 학도병을 선택한 갑조 일행도 있기 때문이죠. 

갑조는 북한군에 희생된 부모님으로 인해 상당히 분노한 상황이고 그 누구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죠. 당연히 장범과는 가장 의견 충돌이 심했고요.

북한군 진격대장 무랑은 이제 포항을 넘어서려고 합니다. 당연히 이들 장범이 이끄는 학도병 부대를 걸쳐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요. 장범과 무량간에 긴장감이 감돌고 이들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전투가 시작됩니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버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壽衣(수의)를 생각해냈는지는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 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거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이 편지는 지금은 고인이 된  故 이우근 학도병이 전쟁터에서 부모님에게 올리는 일종의 전상서입니다.

이 편지를 바탕으로 이 영화 '포화속으로'가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일개의 학도병이었던 이우근 님의 편지를 바탕으로만 이야기를 하였을 뿐이지 여기서는 가공의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여 북한군과 전투를 벌인 이야기로 묘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1950년 8월 11일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작품이 갖는 의의는 크다고 볼 수 있죠. 실제로도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는 이들 학도병 출신으로 활약했던 김만규, 손규형 님의 이야기로 끝을 맺고 있지요.


이렇게만 말씀드린다면 이 영화는 정말로 잘 만들어진, 그리고 의미있는 작품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속에 많은 함정도 도사리고 있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런데에는 우선 이 영화에 제작지원을 나선 국방부를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나 영화에서 남북간의 분쟁을 다룬 작품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며 정부가 제작지원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들 작품에는 전쟁의 당위성을 주장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예 메시지도 없이 그저 밍숭맹숭한 영화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오래전 만들어진 드라마와 영화들중에 6.25를 소재로 한 작품의 경우 반공사상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 실제로도 그런 경우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똘이장군'처럼 북한군을 뿔달린 괴수나 늑대로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반공의식을 높혀서 북한을 적대국가로 만들려는 의도도 충분하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것이죠. 인터넷과 신문, TV 등의 다양한 매체와 소식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이런 매체에도 정부가 개입하면서 잘못된 정보와 편향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입니다.

'포화속으로'가 우려스러운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또 하나 묻게 됩니다.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인가라는 것이죠.

스팩타클하고 여러가지 효과가 난무한 점에서는 과거 6.25 전쟁을 이야기한 '태극기 휘날리며'나 전쟁영화, 미드의 대표로 손꼽히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의 작품과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영상은 오히려 관객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다리를 폭파시키는 장면에서도 폼나게 그냥 걸어나오는 석대(김승우)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쉬리'에서 터널이 폭파되는 장면에서 미친듯 뛰어나오는 중원(한석규)과 장길(송강호)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장면이죠.


연기자들의 모습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빅뱅의 'T.O.P'로 익숙한 최승현 씨는 드라마 '아이리스' 이후 거의 주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이야기에 임하고 있는데요. 무표정한 모습에 초반 대사가 없는 것이 조금 어색해 보이긴 하지만 러닝타임을 넘길수록 최승현 씨의 연기는 한결 부드럽고 진지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권상우 씨의 경우 우리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미 그 이미지를 보아와서 그런지 반항아 이미지에서 더 이상 탈피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차승원 씨가 연기한 무량의 경우 그가 왜 노동당의 지시를 무시하면서까지 포항을 점령하고 부산을 마지막으로 점령하는지에 대한 사연들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


아울러 제 개인적인 의문이 왜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인가 입니다.

비슷한 소재의 '태극기 휘날리며', '쉬리'도 15세 관람가이고 많은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15세 관람가로 규정짓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의외의 잔인한 장면이 많은 이 영화에 12세 관람가를 적용시켰는가라는 의문도 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영화가 국방부(정부) 지원의 영화이다보니 많이 보라는 의미로 등급을 이렇게 조정한 것이 아닌가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니깐요.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가 더 적당한 작품입니다. 제가 볼 때는 말이죠.





이 영화는 흥행면에서는 크게 성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영화는 웬만하면 스케일이 작지 않은 이상 흥행면에서는 참퍠하지는 않으니깐요.

하지만 정부지원에 이래저래 불편하게 보이는 여러가지 것들이 이 영화를 유쾌하게 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공영화는 아니지만, 반공영화라는 우려를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여전히 많은이들에게 이야기가 될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