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미안해, 고마워] 인간들이 동물들에게 보내는 사랑스런 러브레터...

송씨네 2011. 5. 29. 10:14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어딘가에서 도움을 주는 부분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든든한 스폰서 아닌 스폰서라면 대기업이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정부에서 제작비를 지원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가장 가까운 부서인 문화관광부나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많은 독립영화 관계자들이 꿈꾸는 이유도 바로 그것에 있을껍니다. 제작비 지원은 그만큼 영화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수월하게 만드는 것일테니깐요. 


사업공모라던가 심사를 통해서 지원금을 받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애초부터 독립영화는 아니지만 상업영화 감독들이 참여하는 영화들, 특히 옴니버스 영화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매년 진행되고 있는 '시선' 시리즈이지요. 그러나 이 지원마져도 2년에 한번꼴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좀 불편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서도 이 영화지원을 하기로 맘먹은 것 같습니다. 거기에 한국마사회까지 참여한 영화라니 말이죠.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다행히 그런 염려는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영화였다면 송일곤, 오점균, 박흥식, 임순례 같은 최고의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을리는 없을테니깐요. 


그런점에서 '미안해, 고마워'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 의문이 드실껍니다. 

재미있게도 식품을 담당하는 것도 이들 부서이지만 동물학대나 개나 고양이 등이 무분별하게 식품으로 이용되는 것도 막아야 하는 부서가 바로 이 부서라는 것이죠. 동물 학대라던가 다양한 동물의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인권 시리즈의 동물 버전이라고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는 바로 우리에게 친근한 친구들인 개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옴니버스 영화 '미안해, 고마워'를 소개합니다. 


 

수철이 이야기

내  이름은 수철이입니다. 사람 이름 같지만 저는 덩치가 산만한 개입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중년을 향해가는 나이지요. 오명철  박사님이 원래 주인이시고요.

박사님께서는 어렸을 적 세상을 떠난 동생을 그리워하면서 제게 수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제 주인님은 심장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오 박사님의 딸인 수영 아가씨는 저와 박사님과 가족들이 살던 저택을 파려고 합니다. 수영 아가씨의 겔러리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다는 군요.

그러던 와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오 박사님이 세상을 떠났고 저는 사촌인지 오촌인지 모르는 가족분에게 가게 됩니다.

하지만 오 박사님은 아가씨에게 중요한 물건을 저에게 남기셨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도 더 멋진 유산입니다.


쭈쭈 이야기

나는 버림받은 반려견입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어떤 아저씨에게 분양을 받았지요.

그는 상태로 봐서는 노숙자인 것 같고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저를 잡아 먹으려고 하네요.

재빨리 도망쳤고 노숙자인 영진 아저씨... 이제는 제 주인님의 품안에 돌아왔습니다.

제 이름이요? 복지사 분이 이름을 물어보시더니 마침 주인님이 쭈쭈바를 먹고 계셨고 단번에 제 이름을 쭈쭈라고 지으셨습니다. 범상치 않은 이름이죠?

특기요? 저는 공도 잘 주워오고요., 재롱도 잘 부린답니다.

하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네요. 사람들은 제가 살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안락사를 시키라고 합니다. 하긴... 그래도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주인님은 저를 키우기로 맘먹고 일도 다시 시작하고 쪽방도 구하셨답니다.

제 주인님 멋지죠?

 

보리 이야기

제 이름은 보리에요. 저에게는 언니가 한 명 있어요.

보은 언니는 서로 외롭고 힘들때 도움을 주던 존재였어요.

그러면 제 나이가 몇 살인지 궁금하시죠? 

언니 나이가 여섯 살 되니깐 저는 그 보다 더 어리겠네요. 사람 나이로 치면...

그래요. 저는 흰 솜털같은 강아지랍니다.

그런데 제가 입버릇처럼 언니를 그냥 형이라고 부르네요. 그냥 그렇게 부르는게 편해요.

보은 언니도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미 익숙해진 것 같고요.

그런데 보은 언니의 엄마, 그러니깐 제 주인님께서 여동생을 갖으셨다고 하시네요.

그러면 저는 쫓겨나는 건가요? 저는 언니랑 같이 지내고 싶은데 말이죠.

형... 형... 아니, 어닌... 이대로 헤어지는 것은 너무 싫어요. 언니도 제 맘 알죠?

 

나비 이야기

제 이름은... 음... 사실 제 이름은 없어요. 그게 맞을꺼에요.

거리 어딘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제 친구들도 마찬가지일꺼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냥 친숙한 이름으로 나비라고 부르네요.

사람들은 저를 도둑 고양이라고 부릅니다만 그나마 인식이 요즘은 좋아져서 길 고양이라고 부르고 길냥이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저의 이미지는 여전히 좋지 않아요. 쓰레기 봉투를 마구 뜯고 아무 때나 운다고 하고요.

그러나 그건 제가 배가 고파서 그런것 뿐이고 그렇게 울어대는 것도 제 짝을 찾고 싶어서 우는 것이니 이해 좀 해주세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절 잠시 돌볼 분이 생겼습니다. 경상도 아가씨인 혜원입니다.

작은 미술관 큐레이터이지만 이 일보다는 저 같은 길냥이를 돌보는 것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지 그녀보고 시집가라는 말도 많고요, 특히 그녀의 아버지는 더 그래요.

어느 날 무심코 그녀의 아버지가 대문을 열어 놓았고 저는 세상구경 한답시고 가출을 했지요.

그녀가 저를 기다릴텐데... 그나저러나 여긴 어디죠?

 

 

 

단편 '내 동생' 중에서...


 개와 고양이와 인간의 교감은 너무 많은 영화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상당히 고리타분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들 네 명의 감독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하기로 합니다. 

동물에 대한 인권과 동물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들입니다. 



첫번째 이야기이자 이 옴니버스 작품의 전체적인 골격을 이루고 있는 제목인 '고마워 미안해' 개와 사람의 교감과 그리고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잃고 홀로 방황한 한 남자에게 개는 그에게 큰 힘이 된 것은 개 한마리였습니다. 

그가 가정을 이루고 훌륭한 박사가 되었음에도 개를 끝까지 기른 것은 어쩌면 개는 절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도 큰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영이 마음을 바꿔 다시 견공 수철을 다시 데려간 것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도 있겠지만 인간도, 동물도, 식물도 하나의 생명에서 태어나는 점에서는 위대한 모습임을 수영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서 정애 매말라가도 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으니 그들이 뭐를 원하는지 우린 알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그들도 주인인 인간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받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쭈쭈'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버려진 강아지와 버려진 사람들이라는 소재를 서로 어울리는 요소로 결합하게 됩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자기 만의 삶을 사는 노숙자가 강아지를 만나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강아지를 만나면서 마음을 열어버렸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더구나 개의 경우 무엇보다도 사람의 욕심으로 버려지는 것도 모자라 식용으로 잡혀먹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그것은 그 녀석들이 크기가 크건 작건간에 벌어지는 문제점이지요. 

얼마 살지 못하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강아지에게 노숙자인 영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일해서 강아지의 쉼터이자 자신의 쉼터를 마련하고 마지막 삶을 다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복지사가 그에게 묻죠. 다시 개를 키울 생각이 없냐고 말이죠. 친구라는 것을 알게 해준 쭈쭈는 영진에게 고마운 존재였지만 이미 서로 상처를 받은 점에서 쉽게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는 대목은 한 편으로는 슬픈 대목이기도 합니다.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 그것이 이루어지고 나면 개를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편 '고양이 키스' 중에서...


세번째 이야기인 '내 동생'은 초반 드러나지 않았지만 1980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여기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개(강아지)에 대한 보은을 이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친구이자 동생이었고 하나의 애완용 동물이었지만 그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랑스러웠고 그것과 함께한다는 것이 행복한 존재였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여자아이들이 가장 좋아할만 것은 8등신의 바비 인형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강아지 한 마리를 바비인형에 버금가는 사랑스러운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보은에게 외로울 때마다 다가온 것 역시 강아지였습니다. 앞의 두가지 이야기와 상당히 일맥상통하지요? 그만큼 강아지나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히 접하게 된 생명체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동생이 생기면 첫째라고 불리워지는 소년이나 소녀들은 경계를 갖게 되지요.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말이죠. 이 이야기는 정반대입니다. 강아지이지만 사람으로 치면 둘째가 되어버린 보리에게는 상당한 위기가 찾아온 것이죠. 하지만 보은은 엄마가 만들고 있는 진짜 두번째 여동생이 아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또 다른 여동생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는 그것이 우정을 넘어서서 가족과 같은 의미로 사랑하는 관계임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볼 때 상당히 슬펐고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박흥식 감독은 이런 판타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 녹여내죠. 그런 솜씨면에서는 최고라고 보여집니다. 



네번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임순례 감독의 '고양이 키스'는 어쩌면 임순례 감독의 가장 큰 장기인 동물 사랑, 인권 사랑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로도 생각됩니다. 그녀는 동물 구조 단체인 '카라'의 일원(가수 이효리 씨도 가입해서 최근 알려진 단체이죠.)이자 '날아라 펭귄'으로 인권을 이미 이야기하였고 '소와 여행하는 법'을 통해 동물과의 교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녀에게는 고양이라는 주제는 그런점에서 누워서 떡먹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강아지) 보다도 우리가 몰랐던 고양이에 관한 생태의 이야기가 나왔고 가족간의 화해의 과정에서도 고양이는 중요한 존재임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경상도 아가씨, 고양이, 큐레이터... 상당히 관련성이 적은 소재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감독의 힘이 아닐까 싶은데요. 무뚝뚝한 경상도 아가씨가 고양이를 사랑하고 그것을 이해 못하던 경상도 아버지가 그녀를 이해하고 일반인들도 힘들다는 고양이 키스(서로 잘 모르는 상대나 고양이끼리 인사를 나눌 때 눈꺼풀을 천천히 감았다 뜨는 것으로 인사를 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TV 동물농장'의 화면을 인용하며 동물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하이디 라이트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를 시도하려는 점까지 보여준 점에서 본다면 '고양이 키스'는 고양이에 대한 인권은 물론이요. 가족의 사랑을 재확인해보는 자리로 사용된 중요한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인권영화는 톱스타들에게 컴백을 알리는 신호탄인 것 같습니다. 

김현주 씨가 '시선 너머'를 시작으로 드라마 출연을 알리는 신호탄이 된 것 처럼 이 작품에서는 김지호 씨가 오랜만에 영화에 등장하여 녹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김현주 씨 만큼이나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자주 뵙길 바라며... 

무엇보다도 '내 동생'에서 사랑스러운 자매(?)를 연기한 조아진, 김수안 양은 상당히 깜찍한 모습을 선보였고요. 정말 두 사람이 헤어질때는 저도 울뻔 했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김영민 씨와 한 쌍을 이룬 강아지 쭈쭈(실제 이름은 '사랑이'라는 군요.)의 활약도 멋졌고요, 고양이 키스를 선보이는 중년의 아버지로 등장한 전국환 씨나 '해운대', '헬로우 고스트' 이후 간만에 만나게 되는 천보근 군도 반갑더군요. 





영화를 보신 뒤의 반응은 나뉠 것 같습니다. 

'아... 이제 개나 강아지는 잡아먹어서는 안되는 동물이구나'라는 것과 '길고양이를 이제는 사랑스럽게 바라봐야겠구나'라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품을 못본 사람이 더 많을테고 더 보지도 못한 상태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호를 보신 분들에게는 강아지(개)와 고양이에 대한 오해는 풀 수 있도록 이야기는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 오해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오해는 풀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는 가까히 있으면서 이들의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적어도 장난감처럼 처리하는 녀석들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쯤 거리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수 많은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행복한 삶을 언젠가는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