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트루맛쇼]개나 소나 맛집? 신나게 까발려주마!

송씨네 2011. 6. 4. 21:30



저는 먹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지요.

그런데 제가 음식을 먹는 법칙에는 있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노점상이건 가게이건 맛만 있고 가격만 싸면 장땡이라는 것이죠. 물론 맛집으로 소개된 집이면 더 좋겠죠. 

하지만 아시잖아요! 숨은 고수는 원래는 더 잘 안알려진다는 것이죠. 

그러면 맛집의 기준이란 대체 뭘까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면 그게 맛집으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홍보를 해야겠지요. 신문이나 잡지로 광고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TV를 통한 방법이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맛집이 조작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안타깝게도 일부는 그게 사실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큰 반항을 일으켰고 Ystar와 MBC가 우려를 나타내는 성명도 발표해서 모자라 상영금지 소송까지 걸렸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영화에 홍보효과를 주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코미디 같지만 이 이야기는 바로 실제상황입니다. 다큐 '트루맛쇼'입니다. 



몰래카메라를 사랑하시는 전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에 계신 동포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몰래카메라의 주인공은 연예인이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공중파 방송국들입니다.

자, 오늘 저희 몰래카메라의 작전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맛 테이스트'라는 음식점을 문을 열껍니다. 물론 가짜죠.

그리고 액자와 거울, 주방에 각각 몰래카메라를 설치할껍니다.

저희는 맛집이 되고 싶은 음식점으로 위장하여 맛집 프로그램 관련 브로커에게 접근 할 것입니다.

브로커는 'VJ 특공대', '찾아라 맛있는 TV', '생방송 투데이' 등에서 활약한 최고의 브로커로 캐비어 삼겹살 등의 히트상품을 내놓은 분이십니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시죠.

어쨌든 저희들이 이렇게 접근을 하면  브로커들은 먹잇감인 줄 알고 달려들겠지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들로 인해 가짜 맛집이 탄생되는 과정을 여러분에게 낱낱히 공개할 예정입니다. 

자, 몰래카메라의 성공을 기원하며...  ♪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고는...






영화의 시작은 방송국들이 늘 하던 방식대로 너희들 방송국도 속여보겠다는 일종의 슬로건 같은 글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른바 역지사지 이벤트라는 것이지요.

영화에 등장한 통계에 따르면 2010년 3월 셋째 주 기준으로 지상파에서 소개된 맛집 프로그램은 177개이며 이것을 1 년으로 환산하면 9,229개라고 합니다. 그러니깐 1 년에 만 여개 정도의 식당이 맛집이라는 타이틀로 TV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맛집중에는 정말 보석같은 맛집들도 있지만 안타까운 것은 방송국과 외주제작사에 협찬비 명목으로 돈을 받치고 있다는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 겁없는 다큐를 만든 사람은 다름아닌 과거 MBC에 몸을 담았던 김재환 감독입니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방송가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고 있던 김재환 감독은 프리랜서 PD들을 모아다가 드림팀을 꾸리게 됩니다. 이들은 프로듀서의 역할과 동시에 가짜 맛집에 등장하는 보조 연기자이자, 가짜 맛집인 '맛 테이스트'의 관계자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외주제작사와 방송국 관계자들을 속이고 철판깔듯 '맛있어요!'라는 표현을 어떻게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입안에서 살살 녹아요'는 단골이며, '최고에요, 짱이에요!',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어요!',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기분이에요.' 등을 연발하면서 엄지 손가락을 드는 방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아기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 모임은 알고보면 가짜 맛집에 동원되는 가짜 단골들로 등장하여 아카데미 상에 버금가는 대단한 실력들을 보여줍니다.




개그 프로그램 꽁트 하나 보는 것 같다고요?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하나요?

이 코미디적인 상황은 70 분의 러닝타임 내내 이루어지지만 과장인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이 사실에 대해 비꼬았다면 그게 코미디적인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큐로 가장한 블랙코미디라고 해도 이 작품은 틀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단골집인 것처럼 포장된 연예인들도 등장하고 심지어는 그 연예인들의 초상권도 중요하지만 사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얼굴들이 적나라하게 공개됩니다. 우리가 알던 그 개그맨이 맞고, 그 가수가 맞습니다. 

거기에 앞에는 개그맨 남희석 씨가 신문지면에서 고백한 이야기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신인시절 친한 분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가짜 맛집의 단골 손님으로 소개되었고 스타의 맛집으로 포장이 되었음을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다큐의 나레이션을 맡은 박나림 아나운서도 스타의 맛집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단골 손님도 아님에도 단골 맛집인 것처럼 시청자를 속였다고 이야기합니다. (박나림 아나운서가 걱정되신다고요? 다행히 그녀는 MBC에서 퇴사하여 그녀는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중입니다. 안심하시길...) 






소송은 MBC 측으로 걸었지만 다행히도(?) 김재환 감독은 골고루 방송 3사를 사랑하시어 방송 3 사에서 발생된 사례 등을 골고루 소개하기에 이릅니다. MBC 김재철 사장의 신년사를 소개하면서 1 등이 되겠노라 소리치는 장면도 촬영했고, 시청료의 가치를 중요히 여긴다는 KBS가 국민의 세금인 시청료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SBS의 경우는 직접 가짜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어떻게 맛집으로 포장되는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그 뿐 일까요? '좋은 나라 운동본부', '불만제로', '소비자 고발'에 소개된 문제의 음식점이 몇 달 후 맛집으로 둔갑하는 놀라운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놀라운 마술이죠, 심지어는 같은 방송국이 하나는 열심히 비위생을 까고 있을때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맛집이라고 포장하고 있으니 정말 웃기는 노릇이죠.


어쩌면 가장 놀라운 장면은 귀하고 귀한 캐비아(철갑상어 알 요리)가 삽겹살을 비롯한 서민음식에 결합되는 놀라운 현장을 보게 되실껍니다. 이 역시 기적의 역사를 창조할만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죠. 문제는 그 다음 장면입니다. 프랑스 쉐프의 난감한 표정입니다. 캐비아는 워낙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 재료이기에 냉장보관에 얼음에 보관하는데 필수인데 뜨거운 양철지붕, 아니... 뜨거운 삼겹살 위에 올라타시어 희생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들은 맛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TV에서 보여지니 맛은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제가 앞에 이야기드린 그래도 제 나름대로 생각할 때는 맛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부분마져도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생소하며 특이하고 신기해보이는 음식들은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요리였다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나 소비자들이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맛집은 그나마 TV에 나오건 나오지 않건 묵묵히 장인의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과 일부 블로거나 프렌차이즈들은 양심적으로 소비자나 주인들에게 맛집을 알리는데 힘을 쓰고 있다는 것 말이죠.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맛집 블로거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 역시 이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김재환 감독은 일부를 이야기한 것인데 전체를 매도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점에 이 작품을 웃고만 넘길 수 있는 작품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생각할 것이 많다는 겁니다.

따라서 저는 이 작품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면서도 모두를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방송국들과 외주제작사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집을 취재하는 기존의 프로그램이 맛집 위주의 아이템을 최대한 줄이거나 전문가나 식도락 전문가,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참고하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재미있게도 '트루맛쇼'가 개봉을 앞두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긍적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야겠지만 이것이 얼마나 계속 지속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MBC를 비롯한 방송국들은 이 작품의 헛점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문제점을 생각하고 맛집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노력을 더해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는 이제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