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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오락과 감동을 주는 한국형 애니의 탄생!

송씨네 2011. 7. 20. 23:39




한국 애니메이션은 어디까지 성장했을까요?

'아기공룡 둘리'를 시점으로 했던 한국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소재와 색감으로 어린 팬들을 사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TV판과 달리 극장으로 가면 맥없이 기운이 빠지는 애니메이션이 많았지요. 한국 최초의 성인애니인 '불루시걸'이나 이현세 화백의 '아마게돈', 그리고 거친 화면이 인상적인 '아치와 씨팍' 등의 작품도 있었고, '마리 이야기', '천년 여우 여우비' 등의 정말 멋진 애니메이션도 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애니메이션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캐릭터를 비롯한 부가가치 산업의 경우에도 성공한 경우는 둘리와 뽀로로가 전부였지요. 그나마 뽀로로는 최근 새롭게 떠오른 한국 애니의 효자 캐릭터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계속 뽀로로와 둘리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명필름과 오돌또기의 도전은 주목할 점이라고 봅니다.

상업영화만 만들던 명필름과 박제동 화백하면 떠오르는 애니메이션의 대가인 오돌또기가 만났습니다.

원작의 감동을 다시 한번...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입니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앙계장...

암탉들의 숙명은 다른게 아닙니다. 알을 낳고, 모이 먹고, 또 알을 낳고, 다시 모이 먹고...

하지만 마당 넘어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암탉 잎싹이는 양계장을 탈출하려고 합니다.

죽은 척하여 다른 폐사한 닭으로 위장한데에는 성공...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잎싹에게 정체불명의 청둥오리가 나타나서 무모한 도전을 그만두라고 하죠.

양계장의 다른 암탉과 수탉들에게도 무시당한 잎싹은 다른 곳을 향해갑니다.

수풀이 우거진 호수에서 수달인 달수를 만나죠.

한편 나그네라고 불리우는 정체불명의 청둥오리는 족제비 애꾸눈에게 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잎싹이 발견한 알 하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초록이라는 이름이 붙어지죠.

하지만 초록은 성장해가며 자신이 엄마라고 부른 잎싹이 자신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호시탐탐 이들을 노리는 애꾸눈과 자신의 출생이 궁금해진 초록...

이런 저런 것들이 잎싹을 힘들게 하지만 정성으로 초록을 돌보기만 합니다.

청둥오리 무리가 철새가 되어 돌아오면서 비행의 우두머리가 되는 파수꾼을 뽑기 위한 대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이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철새는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니깐요.

겨울... 추운 날씨처럼 잎싹세와 초록의 이별은 슬프기만 합니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이 동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껍니다.

동화작가 황선미 씨의 작품을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암탉과 아기 청둥오리의 성장과정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입니다. 물론 기존 원작과 달리 몇가지 추가된 장면이나 캐릭터도 있지만 원작을 충실이 살렸다는 평이 많습니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소박한 꿈을 지닌 암탉 잎싹의 무모한 도전에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청둥오리 부부가 야생 족제비에게 희생되면서 홀로 남게된 아기 청둥오리를 기르게 되면서 모성애로 발전하게되지요.

사람으로 치자면 미쳤다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릅니다. 동물들 역시 사고뭉치 청둥오리와 모양이 전혀 다른 암탉 잎싹가 같이 동거를 한다는 것이 유쾌하지 않지요. 심지어는 절대 못키워낼 것이라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있었으니깐요. 그럼에도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가지고 모성애로 아기 청둥오리를 키운 잎싹의 모습은 열정적이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웬지 모를 이방인에 대한 대처자세를 생각하게 합니다.

한 편으로는 잎싹와 초록의 관계는 그 이방인들 중에서도 요즘 이야기되는 다문화 가정의 사람들을 떠오르기 충분했지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받고 괄시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초록이 성장하여 멋진 날개짓을 선보이듯 자신만의 방식과 노력으로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희망이 없다고 좌절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죠.







원작을 접하신 분들이라면 생각보다 다름에 놀라실지도 모릅니다.(참고로 저는 원작 동화를 아직 읽지는 못했습니다.) 원작을 훼손했다기 보다는 원작에서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 캐릭터나 이야기를 보강한 점이 다른 점이죠. 원작에 없던 수달 캐릭터가 추가 되었고 청둥오리들의 상공을 향해 달리는 공중 레이싱 대결이 이 작품의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이 작품은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3D 방식의 제작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3D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면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 장면이 많죠. 엔딩 크레딧에 수많은 협력 만화 제작 업체가 보이는 것이 이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앞에 이야기한 공중 레이싱 대결이나 잎싹와 초록이 숲을 지나는 장면에서 숲의 많은 동식물이 생동감있게 움직이는 장면들 또한 만약 3D로 안경을 보았으면 어땠을까라고 느껴질 정도로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멕스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생동감이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멋진 작품이 나오게 된 것은 감독의 역할이 크죠.

오똘또기의 대표인 오성윤 감독이 직접 참여한 이 작품은 그래서 그런지 장인의 손길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멋지고 실감이 났는데요. 실제 참여 당시 임신중이었던 문소리 씨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암탉 잎싹의 역할을 했었고 덕분에 실감나는 목소리 연기를 들을 수 있었지요. 특히나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느 누구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유승호 군은 선녹음과 2년이 지난 후녹음 때 각각 조금 다른 목소리를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사춘기와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변화였지요. 그래서 그런지 점차 목소리가 나아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폼생폼사이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가족들을 아낀 청둥오리 아빠 역을 맡은 최민식 씨도 인상적이었지만 원작에 없는 수달인 달수 역을 맡은 박철민 씨의 경우 마치 몸에 맞춘 정장처럼 그에게 딱 맞는 목소리 연기를 보여줍니다. 물론 여전한 그의 돌발적인 에드립은 여기서 빛을 발하고 있고요.


적대관계이지만 자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하는 애꾸눈 역을 맡은 분은 성우 김상현 씨 입니다. 김상현 씨 같은 경우는 제가 여러번 리뷰를 통해 칭찬했던 대표 성우이지만 일반 실사영화에도 두 번 출연한 경력이 있는지라 실사와 애니에 모두 강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요. 냉냉한 그녀의 목소리가 주무기인데 여기서도 그것을 유감없이 발휘 합니다.


음악은 '올드보이', '실미도'를 담당했던 이지수 씨가 참여했고 엔딩크레딧에 흘러나오는 주제가인 '바람의 멜로디'는 가수 아이유가 불러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OST 발매버전에서는 안지영 씨가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은근히 아이유 양이 부른 버전을 기대하는 이유도 엔딩에 흘러나온 감성적인 음악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바라는 바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명필름 면에서도 새로운 도전이라고 봅니다.

대부분 상업영화를 만든 영화사는 애니메이션에 잘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메이저 영화사들의 애니메이션 제작도전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기왕 많은 곳들에서 이들 애니 제작을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현재 '마당을 나온 암탉' 만큼이나 많은 제작기간이 소요된 '소중한 날의 꿈'이 개봉되어 절찬리 상영중이며 많은 상업자본을 바탕으로 한 애니매이션들도 준비중이며 저예산 애니메이션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에도 이야기하듯이 저예산이던 엄청난 양을 투자하건 간에 모두 사랑받아야 하는 작품들이라는 겁니다. 이들 애니메이터들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먹이 사슬의 중요성과 더불어 모성애를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그것이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점만 다르지만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가끔 우리는 토픽을 통해 자기 자식도 아닌데 서로 다른 동물이 동침하여 사랑을 나누거나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적대 관개인 개와 고양이가 협력하기도 하고 젖을 빠는 동물이 전혀 다른 동물임에도 어미는 아무런 불만없이 자기와 다른 자식(새끼)를 키우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이 미치니깐 동물들도 미친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보면 사람보다 나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을 부모가 버리고 자란 자식은 부모를 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잎싹과 초록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사랑하는 가족과도 혹은 연인과도 봐도 절대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는 겁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도전에 우리모두 축하해주면 어떨까요?

애니 '마당을 나온 암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