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퍼펙트 게임]최동원과 선동렬... 긴박한 이야기가 전설을 더 돋보이게 만들다!

송씨네 2011. 12. 16. 02:37

 

 

 

 

늘 말씀드리지만 저는 축구나 야구에 관심이 없습니다.

스포츠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응원하는 팀도 없고 대한민국 대표전이 아니고서는 경기는 절대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스포츠 영화는 그 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관심을 가지고 열광하게 되고 심지어는 즐기기도 합니다.

스포츠 영화의 마력...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스포츠 영화가 잘 안먹힌다는 것입니다. 그게 실화이건 아니면 잘 만들어진 시나리오라도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어떨까요?

연장전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무승부로 남은 전설이 된 경기...

1987년 5월 16일... 대도시인 부산과 광주...

제과업게의 라이벌인 롯데와 해태... 그리고 최동원과 선동렬...

그들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영화 '퍼펙트 게임'입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많은 이들이 내리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열린 대륙간컵대회에서 캐나다를 누르고 우승을 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사람들은 최동원에게만 집중하고 있고 그나마 있던 기자 한 명이 이 사내에게 질문을 합니다.

'선동렬 선수... 당신의 앞으로의 계획은 뭡니까?'

그 남자 선동렬은 대답합니다. 최동원 선수같은 멋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이죠.

몇 년후 상황은 바뀝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우수선수로 선동렬이 뽑히고 최동원은 시상식 후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납니다.

롯데의 최동원, 해태의 선동렬은 세기의 대결이지만 한번도 그 대결이 성사된 적은 없었습니다.

해태 김응룡 감독은 선동렬을 선발시킬 계획도 없고 롯데의 최동원은 선수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얻는 중입니다. 그런 가운데 우천으로 롯데와 해태의 경기들이 각각 취소되면서 두 사람이 맞붙을 가능성을 스포츠 신문기자인 서형이 발견하게 됩니다.

서로간의 승패가 1승 1패로 비겨버린 상태에서 마지막 3차전 롯데와 해태가 맞붙게 됩니다. 최동원과 선동렬은 그들이 원하건, 원치 않건 다시 만나야 합니다.

과연 이들의 경기에서 웃게 될 승자는 누가 될까요?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영화가 많이 개봉을 했습니다만 보기 좋게 대부분 흥행에 실패합니다. 더구나 축구나 야구 이야기는 별로 관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지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야구만화는 반응이 좋았죠. '내 이름은 독고탁'(이상무)이나 '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 등의 작품은 좋은 평가를 얻었고 '공포의 외인구단'은 야구 만화가 영화화된 좋은 경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야구 영화는 많이 쏟아졌지만 흥행은 별로였습니다. 올해 같은 경우에도 '글러브'나 '투혼'이 개봉되었지만 생각만큼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요. 그럼에도 야구영화는 끊임없이 나왔고 나올 예정입니다.

얼마전 헐리웃 영화인 '머니볼'이 개봉되면서 야구영화에 대한 가능성이 한 번 더 이야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야구영화는 실화가 그나마 먹힌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 '퍼펙트 게임'은 주목할만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바로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최동원(1958~2011) 선수와 선동렬(1963~)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최동원과 광주의 해태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선동렬은 멋진 선후배 관계이지만 한 편으로는 물러설 수 없는 라이벌이라는 것입니다. 3S(스포츠/섹스/스크린)를 강조하던 시절 이들에 대한 과열된 취재경쟁은 이들의 사생활과 더 많은 특종에 혈안되어 있는 모습이 되었고 이는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최동원과 선동렬 사이를 지켜보고 있는 가상의 인물인 스포츠 신문 기자인 서형의 모습은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이자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인물로도 그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는 분명 최동원과 선동렬의 경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속에서는 숨어 있는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로만 이야기를 담기기에는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느꼈다 봅니다.

우선 첫번째는 최동원과 선동렬의 야구 인생에 도움을 준 맨토들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최동원 선수의 경우 경남고 야구부 감독인 강 감독(최일화 씨가 연기하셨는데 가공의 인물입니다.)을 이야기하였고 선동렬 선수의 경우 김응룡 전 감독(손병호 씨가 연기했는데 은근히 싱크로율이 비슷하죠!)을 맨토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이들 맨토로 인해 두 사람은 실력이 향상되었고 그들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또 하나는 최동원과 선동렬이 있는 구단 선수들의 이야기라는 것이죠. 다혈질의 롯데의 김용철(현 경찰청 야구단 감독으로 조진웅 씨가 연기했죠.) 선수라던가 해태의 박만수 선수(가상의 인물로 마동석 씨가 연기했습니다.)를 등장시켜 각 구단의 락커룸과 경기장, 그리고 그들의 야구장 밖의 삶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적은 연봉에 입에 풀칠하기 힘든 상황이고, 늘 말썽만 일으키는 사고뭉치이지만 선수들간의 오해가 풀리고 우정을 나뉘면서 이들의 멋진 경기는 막판에 감동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100%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은근히 가공, 가상의 인물들이 많고 이야기 전개를 위해 약간의 가상의 이야기도 숨겨져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영화의 도입부에 '이 영화는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란 자막은 자칫 모두가 사실일 수 있음으로 착각하기 쉽다는 점인데요. 가령 경남고 강 감독의 별세 장면의 경우 영화적 감동코드를 넣기 위해 절묘하게 넣은 부분이지만 어떻게 보면 무리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멀쩡히 살아계신 분을 비록 가상의 인물이지만 죽여놓은다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지요. 여러분도 아셔야 할 것은 이 영화를 보시기전 1987년 상황을 이해하시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죠.

 

또한 아쉬운 점은 해태나 롯데의 팬들이 볼 때는 관객들을 마치 홀리건처럼 비추지 않았나에 대한 우려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편파중계라는 희안한 중계방식도 도입이 되었고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욕이라던가 물건들을 집어던지는 일부 비매너 팬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도 친구 따라 처음 야구장 갔다가 그렇게 상대편을 향해 욕하고 비하하는 관객들의 문화를 이해하지는 못했으니깐요.) 하지만 자칫 이 영화에서 일부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묘사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울러 영화 말미에 비장한 음악을 집어넣으면서 감동코드를 집어넣으려는 부분도 어떻게 보면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연장전이 정말로 흥미진진한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 맞게 시간 조절을 했어야 옮다고 봅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거든요. 요즘은 억지 감동코드에 반감을 갖는 분들도 많기 때문이죠.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조승우 씨가 맡은 최동원 선수나 양동근 씨가 맡은 선동렬 선수는 은근히 이미지로는 싱크로율은 높지만 야구팬들의 입장으로는 과연 얼마나 비슷한 싱크로율을 자랑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관객들이 평가할 몫이겠지요.)

서형 역의 최정원 씨는 주연이라고 하기에도, 조연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다고 보여졌습니다.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좀 아쉽네요.

 

'인사동 스켄들'이란 첫작품으로 범상치 않은 데뷔식을 치룬 박희곤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을 위해 많은 자료조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카우트'를 비롯한 야구영화를 많이 만들던 김현석 감독 만큼이나 야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야구광이라고 하는 군요. 이런 치밀한 조사와 시나리오가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드는 비결이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얼마전 개봉된 '머니볼'은 '퍼펙트 게임'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경기장 만큼이나 락커룸이 많이 등장했고, 경기에 대한 묘사 뿐만 아니라 야구를 하나의 스포츠를 넘어서 전략이자 머리싸움이라는 것을 볼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죠.  '머니볼'이 전략가인 빌리 빈을 멋지게 다루었다면 이 영화 '퍼펙트 게임'은 동반자이자 선의의 라이벌인 최동원과 선동렬의 멋진 승부를 솔직 담백하게 그려내려고 나름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선동렬 감독은 현재 자신의 고향인 광주에서 기아 타이거즈 감독을 지내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노력중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최동원 씨는 이제 고인이 되었지만 늘 그렇듯 우리의 기억에 멋진 선수로 지금도 남고 있고 여전히 남으리라 생각됩니다.

1987년 5월... 당신에게 이 날은 과연 어떤 날이셨는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