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로봇]인도에서 날아온 프랑켄슈타인 혹은 터미네이터? 유쾌한 SF 무비!

송씨네 2012. 4. 20. 00:06

 

 

 

<하늘이 보내준 딸> 시사회를 보고 나서 공교롭게도 다음날도 또 한 편의 인도 영화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또한 재미있게도 두 영화 모두 이번 주(4월 셋째주)에 개봉한다는 점에서 우연치고는 참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로봇>입니다. 유튜브 등의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샘플 혹은 일부 장면이 공개되면서 저게 무슨 영상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그 정도로 이 작품은 예고편 하나가, 그냥 짧은 동영상 하나가 화제가 된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데에는 인도 영화답지 않은 SF 장면이나 액션 등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죠.

21 세기로 돌아온 프랑켄슈타인... 영화 <로봇>입니다.

 

 

 

로봇은 헐리웃 영화 시스템을 어느 정도 이용한 모습이 상당히 눈에 띄는데요.

그것이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인도 영화들과 너무 다르기에 아마 호기심이 발동했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앞에도 이야기했던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가 최고를 기록했던 것도 헐리웃과 발리우드의 독특한 시스템들이 결합하고 그것이 영상으로 비쳤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바시가란 박사(라지니칸트 분)의 연구소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바로 인공지능 새로운 로봇을 만드는 중입니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두 보조 연구원인 쉬바(산다남 분) 라비(카루나스 분)와 함께 말입니다.

그 와중에 바시가란의 애인인 사나(아이쉬와라 라이 분)은 전화로, 메신져로, 그리고 직접 연구소를 방문하였지만 바시가란은 연구에만 집중하고 그녀를 만날 생각을 도무지 하지 않습니다. 절교의 위기까지 몰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맙니다.

드디어 로봇이 만들어지고 박사와 외모가 흡사한 녀석이 탄생합니다. 이름을 치티(라지니칸트 분/1인 2역)라고 짓기로 하죠.

인간 세상에 미공개로 등장한 치티는 온갖 사고를 일으키고 다닙니다. 하지만 사나의 대학교 학과 시험을 도와주고 치한으로부터 도와주는 활약을 보여줍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기술 발표회장에서 바시가란은 치티를 공개하게 되지만 바시가란의 스승이자 그의 라이벌인 보라 박사(다니 덴종파 분)는 성공한 바시가란이 부러움을 넘어서 화가 날 정도입니다. 그도 로봇을 연구 중이었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기 때문이죠.

로봇으로서의 승인을 얻기 위해 자체 인증기관인 AIRD에 승인을 얻으러 바시가란은 향하지만 보라 박사는 트집을 잡으며 승인을 허락하지 않기에 이릅니다.

아파트 화재 현장을 발견한 바시가란은 치티를 투입하여 인명을 구해내지만 샤워 중에 구출된 소녀는 수치심에 오히려 도망가다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나게 됩니다. 환호에서 비난과 야유로 바뀌어버린 현장에서 바시가란은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거기에 보라는 치티에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기에 이르죠. 하지만 갑자기 벼락을 맞은 후 인간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된 치티...

시나가 운영하는 복지센터 사람 중 한 명이 출산을 하는 일이 생기고 치티는 출산을 도와주면서 또 한 번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그러나 치티는 이제는 사나에게 환심을 사려고 하고 심지어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바시가란과 삼각관계에 치닫게 됩니다.

 

이번에도 전반부의 줄거리만 이야기 드렸습니다. 이 영화도 후반부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인도 영화들이 다른 나라 영화들과 달리 배울만한 점은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의외로 긴장감과 재미를 주는 장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후반부에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치티의 반란이 시작됩니다. 자신을 닮은 클론을 만들게 되고 심지어는 시나를 납치하기에 이르죠.

여러분이 유튜브에서 보셨던 그 박진감 넘치는, 그리고 박진감이 넘치다 못해 한편으로는 어이없음을 느끼는 황당한 CG로 무장한 장면들도 여기서부터입니다.

뜻밖에 바시가란과 치티가 대립하는 장면이 상당히 깁니다. 재미있는 장면일 수도 있지만 클론을 이용해서 뱀이 되었다가 구(원형 물체)가 되었다가 하는 장면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장면에서 인도 영화에서도 SF 영화들이 충분히 제작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더군요.

 

 

 

 

바시가란 박사와 치티 역으로 1인 2역에 도전한 라지니칸트는 우리에게는 인도 영화를 처음으로 알린 작품 <춤추는 무뚜>를 통해 알려진 인도의 대표적인 배우입니다. 노장임에도 활발하게 영화를 비롯한 활동을 하는 배우라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박사 역할과 더불어 로봇 역할의 1인 2역을 도전했는데 어떻게 보면 로봇 치티의 경우 선과 악의 경계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는 점에서 볼 때 그는 1인 3역에 도전을 한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아시아에서는 성룡 다음으로 몸값이 비싼 배우라고 합니다.

사나 역의 아이쉬와라 라이는 얼마전 개봉한 <청원>을 보셨더라면 잘 아실 배우입니다. 미스 인도 출신과 더불어 그야말로 엄친녀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스팩을 지니고 있지요. 또한 사회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는 배우라는 점에서 인도를 대표하는 여배우라고 할 수 있지요. 마흔을 내다보는 나이에 결혼도 했고 출산도 했음에도 이 영화에서는 춤과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이 영화는 로봇이라는 소재 때문에 사이버틱한 복장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과감한 노출 의상을 입고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음악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인도를 대표하는 영화음악가인 A.R 라흐만이 참여를 했기 때문이죠. 우리에게는 영국의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영화음악으로 익숙하지만 그는 인도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대부분을 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영화에서는 전자음이나 테크노 사운드 등의 음악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요. 이 영화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Chitti Dance Showcase'는 인도풍의 멜로디이지만 상당히 세련된 사운드로 인상적인 음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근데 이거...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주인공들의 휴대폰 벨소리로 나오던 노래 아니던가요? 아무래도 영화음악가가 같아서 그런 걸까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44분입니다. 실제 인도에서는 155분의 런닝타임이고요.

얼마전 소개한 <하늘이 보내준 딸>도 그렇고 제가 왜 러닝타임에 집착하느냐면 인도 영화의 러닝타임은 우리나라에서는 길면 길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너무 길면 많이 틀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요. 하지만 <하늘이 보내준 딸>과 달리 불필요한 장면을 많이 삭제했지만 부드럽게 편집을 한 덕분에 영화의 이해도는 낮지 않은 편입니다. 국내 시장에 맞게 영화를 편집해야 한다면 감독의 의도에 맞게 편집하는 것이 옮은 일이며 앞의 장면과 뒤의 장면이 어색하지 않게 편집하는 것이 옮은 일이라고 봅니다. 어색한 편집은 오히려 영화를 감상하는데 상당히 방해되기 때문이지요.

 

깜짝 놀랄만한 장면들이 많은 점에서 이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인도 영화답지 않게 은근히 잔인한 장면도 조금 있고요. 하지만 인도에서는 큰 흥행을 거둔 영화로 기록되어 있고 전 세계에서는 1억 2천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었다는군요.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이제야 개봉을 한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앞에도 이야기 드렸듯이 동영상이 많이 돌아다닌데다가 어둠의 경로로 볼 사람들은 다 봤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과거 일본 영화 시장이 개방되었을 때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가 개봉되었을 시기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둠의 경로로 다 보았기 때문에 절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지요. 아마도 이 영화 역시 그렇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