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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라스 폰 트리에의 우울증 유발 영화... 우울증과 지구종말의 묘한 콜라보레이션!

송씨네 2012. 6. 5. 00:03

 

 

서두에 이런 이야기 드리긴 그렇지만... 이번에도 지구종말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이런 이야기는 왜 이렇게 자꾸만 나오는가라는 의문이 들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불황과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지구종말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액션영화로 수많은 방식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고 이들 영화의 대부분은 우울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과거 이런 영화들이 자연과의 대결에 인간이 이긴다는 나름 논리를 내세웠지만 어쩌면 영화라는 것은 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연현상을 인간의 힘으로 이겨낸다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억지니깐요. 화산폭발이나 가뭄, 폭우, 쓰나미, 지진등의 자연재해를 인간이 이겨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순이거든요.

 

그런점에서 이 사람이 만든 지구종말에 대한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바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죠.

도그마 선언(촬영은 로케이션, 현장 사운드만 가능하며 들고 찍기로 촬영. 필름은 컬러로 촬영, 자연조명만 가능. 실제 행위, 실제 공간에서 담아내야. 장르영화는 안되며 35mm 필름으로만 촬영할 것, 그리고 감독이 엔딩크레딧에 나와서는 안된다... 등등의 선언 내용입니다.) 을 했던 감독들 중 하나이지만 가장 먼저 이 선언을 어긴 감독이기도 하죠.

이 복잡하고도 오묘한 선언을 어긴 라스 폰 트리에는 이후 극히 정상적인(?) 영화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작년 칸 영화제의 나치 지지 발언처럼 가치관이나 견해부분에서도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평까지 들었지만 분명한 것은 라스 폰 트리에는 괴짜이지만 영화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임은 분명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라스 폰 트리에는 자신의 심리를 영화로 표현하고 싶었나 봅니다. 영화 <멜랑콜리아>입니다.

 

 

 

[저스틴 이야기] 비좁은 길가로 길고 긴 리무진 차량이 오고 있습니다. 유능한 광고 카피라이터 저스틴(커스틴 던스트 분)은 마이클(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분)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초호화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니 클레어(샤를로뜨 갱스부르 분)가 사는 골프장 딸린 대저택에서 시작되는 결혼식...

그런데 웬지 저스틴의 모습이 불안해 보입니다. 조카 레오(카메론 스퍼 분)에게 '강철 이모'로 불리우며 존경을 받던 그녀이지만 결혼에 대한 불안감과 우울함에 빠진 그녀는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더구나 그녀의 어머니 가비(샬롯 램플링 분)는 결혼은 미친짓이라며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화기애애 해야 할 결혼식 피로연에서 말이죠. 아마도 아버지 덱스터(존 허트 분)와 헤어진 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시는 것 같았죠. 거기에 광고회사 임원인 잭(스텔란 스카스가드 분)은 결혼식 날에도 광고 문안을 만들어달라고 들들 볶습니다. 직장 상사가 아니라 거의 악마죠. 불안감은 현실이 되고 결혼식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다다릅니다.

[클레어 이야기] 저스틴의 언니 클레어는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파혼 당한 저스틴이 무기력한 상태에서 그녀의 집을 방문한 것이죠.

클레어는 인터넷만 쳐다봅니다. 커다란 행성 멜랑콜리아가 지구를 향해 오고 있었던 것이죠.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클레어는 불안감애 휩싸입니다.

남편 존(키퍼 서덜랜드 분)은 그녀를 애써 위로하려고 멜랑콜리아는 지구를 빗겨나갈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 저스틴은 오히려 담담하게 그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지구 충돌을 앞둔 몇 시간... 존은 사라지고 이제 클레어와 저스틴과 클레어의 아들인 레오만 남았습니다.

밤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 있습니다. 하나는 진짜 달이고 하나는 바로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그 행성입니다. 운명의 날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CGV 무비꼴라쥬 큐레이터인 김성희 씨는 상영 후 영화에 대한 짧막한 소개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라스 폰 트리에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잘렸고 그것이 영화에 반영되었다는 이야기를 말이죠. 한편으로는 '저러다가 자살도 하겠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정도로 영화는 우울함의 끝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영화가 상당히 우울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감독의 성격과 가치관이 깔려있다는 부분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3부작으로 엮은 작품 중 첫번째 이야기에 해당되는 전작 <안티크라이스트>에 비하면 이건 덜 비관적이며, 더 우울한 분위기의 영화라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저스틴과 클레어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 <트리 오프 라이프>의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탄생에 대한 길고 긴 도입부를 기억하실껍니다. 상당히 긴 오프닝이었지요. 다행히도(?) 라스 폰 트리에는 그에 버금가는 영상은 아니지만 약 10분 가량의 도입부 영상을 보여줍니다. 저스틴과 클레어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장면이자 지구가 처참하게 공중분해되는 어쩌면 상당히 직설적이고 공포스러운 장면이 등장하지요. 지구의 운명을 보여주는 도입부를 통해 어쩌면 감독은 자연의 순리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나서 두 자매인 저스틴과 클레어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여주게 된 것이죠.

 

 

 

 

 

어쩌면 라스 폰 트리에는 사실주의 영화를 만들려는 도그마 선언을 깨뜨린 비겁한 배신의 아이콘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연스러움의 모습이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제작과정을 담은 것은 분명합니다. 자연스러움을 포기하고 인공적인 것을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연주의 영화(도그마 선언)는 작품성은 뛰어날지는 몰라도 상업성과는 멀어질 수 밖에 없으니깐요. 누군들 돈을 안벌고 싶겠냐 싶겠지만 아무리 저예산 영화라고 할지라도 상업성이 없이는 다음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라스 폰 트리에는 그런점에서 어려운 길을 선택한게 아닌가 싶군요.

 

스스로 고난의 길을 선택한 이 괴짜 감독은 배우들에게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배우들은 그의 영화에 신뢰하기 때문에 그의 영화에 출연하는게 아닐까 싶군요. 요염하고 당당한 여성을 연기한 커스틴 던스트가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어쩌면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의 나치 발언으로 상당히 구설수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64회 칸 영화제는 그녀에게 여우 주연상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샬롯 갱스부르, 키퍼 서덜랜드, 샬롯 램플링 등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출동하여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구의 종말을 다루는 이야기가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이죠.

물량공세를 펼치며 CG로 도배를 하는 영화들도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지구의 종말에 대해 생각해보고 오히려 담담하게 우리가 생각해 볼 점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종말에 대한 불안감을 생각한다면 우울증에 빠진 저스틴과 클레어(거기에 플러스로 이 영화의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도 해당되겠죠.)처럼 생각하기 보다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그럴려면 세상이 밝아져야하고 좋은 소식들이 와야하는데 안타까운 것은 세상만사가 우리들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아참... 이 영화의 제목 <멜랑콜리아>는 예상하셨겠지만 가상의 행성이름이기도 하지만 '우울증'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어쩌면 걱정많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극도의 우울증 환자가 아닐까요? 정말 우리에게 힐링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PS. 이 영화는 모든게 궁금 투성이죠. 보통 골프 홀은 18번홀이 끝인데 왜 이 영화는 19번 홀이 들어가 있는 것일까도 궁금하고 말이죠.

이 영화의 공식 포스터는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라는 작품에서 따왔다는 군요. 영화에서도 실제 저스틴이 영화 포스터처럼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물에 잠기는 장면이 나오죠. 또한 이 영화에는 줄창 바그너의 오페라 서곡인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흘러나와 영화의 우울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결혼식 장에서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들은 그나마 들을만하지만 이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계속 흘러나오며 우울함은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것들에 대한 해석을 하신 분이 계시네요. 바로 심영섭 평론가의 '시네마 톡'의 글인데요. 한번 참고해보시길 바랍니다. (네이버 블로거 '트리플불안' 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