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나는 왕이로소이다]분명 재미는 있는데 전통사극과 퓨전에서 갈등이 심하네...

송씨네 2012. 8. 3. 04:28

 

 

 

 

 

장규성 감독은 언제부터인가 코미디 영화를 잘만드는 감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근데 잘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코미디 영화를 잘만드는 감독들은 국내에도 그 말고도 많습니다.

문제는 웃기기만 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는 점이 기존 코미디 영화 감독들과의 차별화 중 하나이지요.

장규성 감독이 신작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사극을 들고 나왔는데 그냥 사극은 아닌 듯 싶습니다.

독특한 퓨전 사극...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입니다.

 

 

 

 

 

시대는 1400년 태종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절 조선입니다.

힘들게 정권을 잡은 태종(박영규 분)에게 고민이 있었으니 망나니 같은 첫째 아들 양녕(백도빈 분) 때문입니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 태종은 아들에 대한 분노를 니킥으로 날려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속세를 떠난 둘째를 왕에 오르게 할 수 없으니 태종은 결국 막내 충녕(주지훈 분)을 새로운 왕으로 지명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학문 외에는 전혀 왕이 되고 싶지 않았던 충녕에게 현실 도피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호위무사인 해구(임원희 분)과 황구(김수로 분)을 따돌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충녕...

3개월 후에 사신(서태화 분)이 오게 되고 이때 즉위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는 도주를 결심하지요. 그런데 월담 도중 그와 닮은 사람을 발견했으니 그 이름은 덕칠(주지훈 분)이라는 노비...

그는 졸지에 망해버린 가문의 노비로 이 집의 수연 아씨(이하늬 분)의 은혜에 어떻게든 보답하고자 그녀가 갇힌 곳으로 무작정 길을 나서다가 충녕과 얼굴을 마주하게 된 상황이죠. 왕이 되기 싫었던 남자와 아씨를 구하기 위해 왕궁에 들어가야 하는 두 남자는 이렇게 서로 뒤바뀐 모습으로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어지러운 이 태종 체제에서 신익(변의봉 분)은 왕이 될 덕칠을 구슬려 이 나라를 갖으려는 욕심을 부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러는 동안 해구는 졸지에 노비가 된 충녕을 구하려다가 오히려 실패하고 어렵사리 구사일생으로 탈출합니다.

그러던 와중 백성을 위해 힘을 쏟는 황희(백윤식 분)와 기발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장영실(임형준 분)을 만나게 되죠.

기근에 백성들은 힘든 판에 노비들과 백성들은 강제로 노역을 당하고 솔비(김소현 분)의 딱한 처지를 직접 목격하게 된 충녕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덕칠도 마찬가지... 애매하게 생긴 세자빈(이미도 분)과 합궁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판에 수연 아씨와 만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의 질투도 절정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죠.

과연 덕칠과 충녕은 원상 복귀하여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충녕(세종)이 왕위의 오르기 전 3 개월의 기간을 가상으로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허구가 많은 작품이지만 평소 육식을 즐겨한다던가 학문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과연 왕자가 왕이 되고 싶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물음에 그와 닮은 노비가 대신 그의 삶을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것인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인  '왕자와 거지'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여기서 특이한 점은 기존 역사를 바탕으로 한 정통 사극이 아닌 퓨전 스타일의 코믹 사극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해야합니다.

현대적인 느낌은 없지만 그것을 살짝 비튼 장면들은 많았지요. 가령 장영실의 발명품 중에 먹을 한번만 담그고 나서도 붓을 쓸 수 있는 도구를 '사프'라고 이야하거나 양녕이 얼떨결에 왕이 될 덕칠에게 두둘겨 맞는 장면에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BGM인 '한숨만'(우리에게는 <개그콘서트>의 '감수성' 코너의 BGM으로 더 익숙하죠.)이 흘러나오는 장면 등은 이 작품이 전형적인 시대극 스타일이 아님을 다시한번 상기 시켜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생되는 듯 싶습니다. 저는 장규성 감독이 아예 퓨전으로 할 것이라면 확실히 퓨전 사극으로 만들던가, 그렇지 않으면 퓨전을 만들더라도 '사프'나 '감수성' BGM을 넣지 않고 코미디에 충실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의 데뷔작인 <재밌는 영화>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그의 데뷔작을 좋아하지만 당시 이 작품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패러디 영화는 시기상조라는 결론만 남기고 떠났던 쓰라린 아픔을 지닌 영화였다는 것을 상기시키게 만드는데 이 작품도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선생 김봉두>처럼 코미디이지만 감동 코드가 숨겨져 있는 코미디도 좋았고, <이장과 군수>처럼 코미디와 풍자가 어울리는 작품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등장하는 유머코드는 마치 요즘 유행하는 일부 애니메이션에 요즘 유행어를 억지로 집어넣는 부분과도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요즘 세태(사건)을 풍자하는 선에서 유머코드가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유행이라고 해서 요즘 작품들의 유행어나 트렌드를 억지로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예 작정하고 넣을 것이라면 그의 초창기 데뷔작인 <재밌는 영화> 시절처럼 넣어달라는 것입니다. 그게 제대로 된 풍자이고 트렌드에 대한 조크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의외로 이상한 부분에서 감점 요인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출연진들에 대한 문제이지요. 채식 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이하늬 씨는 그럭저럭 이 사태를 잘 넘겼지만 마약 파문으로 회피성(?) 군입대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주지훈 씨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말이 많았습니다. 물론 주지훈 씨는 멋지게 컴백하여 왕자와 거지의 1인 2역을 멋지게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관객은 연기보다는 그가 과거 행했던 모습에 대한 비판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지도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별점 점수(기대치 점수)가 낮은 이유가 단지 그가 마약을 했다는 점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배우의 이미지로 영화를 평가하는게 아니라 연기를 보고 평가하는 것이 옮다는 것입니다. 이런 잣대는 옮지 않다는 것이죠.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 합니다. 물론 제 이야기는 주지훈 씨를 무조건 용서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 구설수에 오른 많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음에도 과거의 행적만 이야기하는 바람에 좋은 작품이 오히려 묻히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에서 그 점은 안타깝다고 보여집니다.

 

 

이와는 별개로 이 영화에는 허를 찌르는 의외의 출연진들이 많습니다.

태종을 연기한 박영규 씨는 어떻게 보면 폭력적인 임금인데 코믹 영화에 달인 답게 오히려 이 이미지는 귀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박영규 씨 만큼이나 달인들인 임원희 씨나 김수로 씨는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나 김수로 씨는 요즘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연기에 물이 오르고 계시죠.

지방의 사또로 등장하는 이철희 씨는 <방자전>의 변사또(송새벽 분)의 느낌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데 인지도가 없던 송새벽 씨를 알리던 배역이 사또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배우에 거는 기대감도 클 수 밖에 없네요.

장영실로 등장하는 임형준 씨도 의외의 케스팅이죠. 또한 잠시나마 등장하는 김응수 씨는 신하가 아닌 노역 당하는 백성들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추녀 세자빈(?)으로 등장하는 이미도 씨도 인상적이었고요.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서태화 씨는 코믹한 사신으로 등장해 마지막까지도 웃음을 유발시키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번 작품은 재미는 있지만 웬지 모를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대로 퓨전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코미디에 집중을 할 것이냐에 고민을 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장규성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이번 작품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재미있게도 코믹 퓨전 사극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역시 코미디 연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차태현 씨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첫 사극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주지훈과 차태현이라는 재미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주목할 점이지만 퓨전 사극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는 것오 인상적이네요.

아무튼 무더운 여름 두 퓨전 사극 중 어느 작품이 우세를 보일지도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