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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백을 하면]조성규 감독의 묘한 퍼즐 맞추기... 하지만 조각을 맞추면서도 즐겁다!

송씨네 2012. 12. 2. 01:33

 

 

 

 

 

지금은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문화공연이 아무래도 서울에 많다보니 소외된 지방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나 콘서트 등의 공연을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힘들게 시간을 쪼개서 주말에 후다닥 서울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일지도 모릅니다만 실제로 열차타고 버스타고 그렇게 하신 분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스타일을 고집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하는데요.

여기 주말만 되면 서울을 떠나는 남자가 있고, 반대로 서울로 올라가는 여자가 있습니다.

과연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입니다.

 

 

 

 

 

 

인성(김태우 분)은 영화제작자이자 극장을 운영하는 대표입니다. 새로운 영화를 준비중인데 쉽지만은 않네요.

자신의 작품이 처참할 정도로 심한 관객과 평론가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게 유쾌할리는 없지요.

그는 새 영화의 구상을 위해 강릉으로 향합니다. 거기에는 단골로 자주 다니는 원길(서범석 분)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거든요.

한편 강릉의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유정(예지원 분)은 같이 일을 하는 김박사(이규회 분)과의 불륜 아닌 불륜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입니다.

서울 진출도 좌절된 상황에서 그녀는 주말에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보러가지요. 마침 인성이 운영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는 시간대도 안맞고, 10분 늦었다고 입장도 안시켜주네요. 인성의 영화만 여러시간대에 걸려있는게 불편하기만 합니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돌와오던 와중 원길의 카페에 들렸고 원길에게 인성의 영화에 대한 비난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바로 옆에 그가 있을 줄은...

두 사람은 이렇게 친해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인성과 유정 모두 숙식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여관방이나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중대한 결심을 합니다. 유정이 사는 강릉집과 인성이 사는 서울집을 주말기간만 바꿔 살기로 말이지요.

유정은 의도가 불분명한 밴처 사업가와 불편한 만남을 갖고 있고, 인성은 조감독인 진영(안영미 분)과 유부남 뮤지션 용락(백원길 분)을 데리고 강릉으로 갑니다.

인성과 유정... 알고보니 비슷한 취향과 취미를 갖았음에도 그들은 서로의 오해를 풀지 못하고 불신의 벽은 높아만 갑니다.

결국 유정이 가엽게 여긴 또래의 암환자의 죽음을 접함과 동시에 진영이 자신의 집에 들어온 것을 보고 오해를 하게 되면서 이들의 집바꾸기는 중단에 이르게 되지요.

서로의 오해와 불신의 벽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과연 그들은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요?

 

 

 

 

우선 이 영화의 감독에 대해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조성규 감독이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조성규 감독의 이력은 정말로 대단하고 방대합니다. 젊은 나이에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게 인상적인데요.

영화기자로 수년간 일했으며 직접 영화잡지 '네가'의 편집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네가는 당시 영화 무가지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유료로 전환뒤에는 반응이 좋지 못했지요.) 이후 영화사인 스폰지를 운영하게 되고 그것을 발판삼아 서울 시네코아 자리에 스폰지하우스라는 극장을 마련하게 됩니다. 중앙시네마 자리를 거처 지금은 조선일보 미디어센터 자리에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점을 운영하고 있지요. 그는 배급사업에도 적극적이여서 많은 작품들을 수입하고 배급했는데요, '조제'라는 이름의 배급라인은 그가 수입한 일본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따왔다는 사실은 아시는 분은 잘 아시리라 봅니다.

자, 이 부분을 설명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은 조성규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김태우 씨가 맡은 영화감독이자 제작자 조인성 역은 어떻게 보면 조성규 감독의 분신과 같은 역할이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닙니다. 영화에 등장했던 영화시작 10분 후의 입장불가 방침도 실제 스폰지 하우스에서 하고 있는 방침으로 이제는 알만한 분들도 다 아는 사실이지요. 자신의 영화 <맛있는 인생>이 평론과 관객의 비판을 받아온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듯 그는 자신에 대한 실제 상황을 이렇게 인성이라는 인물에 대입시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 작품 <내가 고백을 하면>은 조성규 감독의 세번째 작품입니다. 짧게나마 재미삼아 찍은 것이 극장에 개봉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던 조성규 감독은 이후 여러편의 영화를 만들게 됩니다. 특히 올해 그가 만든 작품은 바로 이 작품과 <설마 그럴리가 없어>를 포함해 두 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작품은 상당히 펴즐처럼 얽히고 얽혀있습니다. <내가 고백을 하면>은 자신의 첫번때 작품 <맛있는 인생>을 언급하고 있으며, 올해 개봉된 두 작품은 <설마 그럴리가 없어>가 먼저 개봉을 하고 <내가 고백을 하면>이 후에 개봉되었지만 제작순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거꾸로 <내가 고백을 하면>이 먼저 제작되고, <설마 그럴리가 없어>가 후에 제작을 완료하게 됩니다. 그러나 개봉시기는 앞써 말씀드린대로 <설마 그럴리가 없어>가 개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성규 감독이 트릭을 사용한 부분도 바로 이것인데요. 먼저 개봉한 <설마 그럴리가 없어>에는 후속작 <내가 고백을 하면>에 대해 언급을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먼저 <내가 고백을 하면>이 제작을 완료한 상태에서 이 영화를 언급했기 때문에 시기상으로 보면 절대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렇듯 조성규 감독은 세 편의 작품을 통해 마지 순서대로 퍼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문제는 다른 영화같다면 정말 짜증나는 일임이 틀림없지만 오히려 이 순서나 과정을 알게 되면 유쾌하고 재미있다는 부분이지요.

 

 

영화는 서울 남자와 강릉 여자가 서로 집을 바꿔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헐리웃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와 유사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출발지점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보신 분은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유정을 사모하던 김박사가 유정의 집에 인성이 들어오면서 오해를 사는 장면이나 유정의 집에 조감독인 진영을 끌고 오게 되면서 유정이 오해를 사게 되는 부분 등은 이 영화에서 아기자기한 헤프닝을 만들 수 있는 도구로도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소소한 소동을 통해 영화를 가볍게 혹은 그와 반대로 무겁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인 것이죠.

 

 

 

 

 

 

 

그런데 여러분은 이 작품을 보면서 묘한 느낌이 드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영화의 스타일은 영락없는 홍상수 감독의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봤다면 아마 정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홍상수 감독의 제작사인 전원사의 영화를 주로 배급했던 것이 스폰지의 조성규 감독이었기 때문이지요.

심지어는 홍상수 감독의 단골배우인 예지원 씨와 김태우 씨를 등장시켰으니 영락없는 '홍상수 스타일'의 영화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성규 감독은 홍상수 감독 스타일의 장점과 자신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느꼈던 노하루를 잘 활용했던 덕분에 좋은 장점을 뽑아내 또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것이 어떻게 보면 '조성규 스타일'로 바뀔 수 있는 지점이기에 상당히 흥미롭고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마침 이 영화는 CGV 시네마톡 행사를 통해 볼 기회가 되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와 조성규 감독, 그리고 김태우 씨가 함께한 자리였는데요.

유쾌한 폭로전(?)이 공개되는 등의 인상적인 행사였습니다. 특히 김태우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당히 디테일하게 영화에 대해 신경을 쓰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령 진영과 인성이 처음 같이 등장하는 장면의 경우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동반 등장이 첫등장이지만 인성 역을 맡은 김태우 씨의 입장에서는 첫대면이라고 할지라도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이미 친한 사이라는 것이지요. 친한 사이기 때문에 인성에게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는 장면에서도 진영을 쳐다보는둥 마는둥을 하면서 디테일하게 그들의 관계를 묘사했다는 것이지요. 좋게 보면 디테일이 뛰어난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너무 계산적인 연기라는 평가를 받기 쉬운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세세한 디테일이 지금의 김태우 씨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도 여러번 언급했지만 이 영화에는 개그맨 안영미 씨가 등장합니다. '할리라예~' 혹은 최근 배우 김부선 씨의 캐릭터를 활용한 '나 오늘 장사안해!'(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대사였죠.) 등의 유행어를 탄생시킨 그녀이지만 정극에서는 상당히 진지한 역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코믹한 캐릭터이지만 너무 의도된 개그를 보이지 않고 자신의 연기에 충실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조성규 감독은 영화에서 개그맨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영화에서는 적어도 이런 개그맨들을 카메오나 그냥 들러리로 활용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이 남더군요.

이런 부분은 그의 전작 <설마 그럴리가 없어>에서도 보여주는데 이 작품에서는 개그맨 황현희 씨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 역시 안영미 씨 처럼 그를 개그맨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희극과 정극을 잘하는 배우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황현희 씨의 등장은 매우 짧았지만 결코 웃기려고 등장시킨 배역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조성규 감독이 배우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상당히 훌륭한 것이지요. (오히려 개그적으로 활용된 인물은 다름아닌 이효리 씨의 남자친구이자 뮤지션인 이상순 씨 였습니다. ^^; )

 

 

 

 

 

 

제가 최근들어 존경하는 영화인(제작자)가 세 명이 있는데 한 명은 메가박스 이수와 파주출판 지점을 운영하며 at9이라는 수입/배급사를 운영하는 정상진 대표가 첫번째이며, <50/50>, <아워 이디엇 브라더>를 수입했으며, 류승룡 씨를 비롯한 배우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여준영 대표가 두번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입니다.

이 들 세 명의 공통점은 영화에 미쳐도 너무 미친 그야말로 시네마 키드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라는 것입니다. 영화에 미친 그야말로 '멋진 똘아이들'(!)이라는 것이죠.

믈론 우리나라에는 영화를 제작하는 제작사가 너무 많고 그들 중에서도 본받을 분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앞의 세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가지가 아닌 여러가지를 하면서도 그 일들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 그야말로 만능 재주꾼들이라는 것입니다. 오직 정말 영화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제가 스폰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그런 것일 겁니다. 수입/배급을 하는데 있어서도 자신감과 더불어 진정성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성규 대표의 세번째 영화 도전은 한 편으로는 그냥 수입/배급이나 잘하지 왜 미친짓을 하는가라는 의문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멋지게 미치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저는 이런 미친짓들을 응원하고픈 생각도 들었으니깐요.

영화제작자로써, 영화배급업자로써의 조성규 감독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