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베를린]류승완 감독의 판이 커진 액션... 한국형 첩보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송씨네 2013. 1. 31. 10:42

 

 

140자로 말해봐 @songcine81 (http://twitter.com/songcine81)

류승완 감독의 판이 커진 액션영화! 서로 음모와 배신자가 되는 과정도 인상적입니다. 정두홍 무술감독의 액션도 빼놓으면 물론 섭섭하지요. 또한 대놓고 보여주는 카메오가 아닌 찾아보는 재미가 특별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첩보영화 참 많습니다. '본' 시리즈나 '007' 시리즈도 있으니깐 우선 이들 영화가 선구자가 되겠지요. 그러나 의외로 한국영화에서 해외를 배경으로 했던 첩보물은 분명 거의 없었던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재미있게도 류승완 감독의 전작에는 이상한 첩보물이 하나 있었지요. 바로 임원희 씨와 공효진 씨 주연의 영화 <다찌미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입니다. 국내에서 찍었지만 뻔뻔하게 해외 올로케인것처럼 관객을 기만하였죠.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유쾌하게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우리는 몇 년전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 그가 간첩에 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꼼수다'로 알려지기 전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를 이끌고 대한민국을 돌며 우리나라에 침투한 간첩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두 사람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간첩 신고는 111'이라는 아주 중요한(?) 교훈만을 남기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허무맹랑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는 간첩은 아니지만 비밀공작을 하고 있는 첩보요원들의 이야기를 하기로 합니다.

'간첩 신고 111'로도 전혀 해결되지 않는 이야기... 류승완 감독의 신작 영화 <베를린>(영문원제 The Berlin File)입니다.

 

 

 

 

불법 무기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호텔...

누군가가 이들의 거래를 도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청하고 있는 사람은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이들을 감시하는 이들도 보입니다.

잠시후 거래현장은 난장판이 되고 총격전 끝에 종성(하정우 분)은 구사일생으로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한편 이 사건을 조사하던 국정원의 진수(한석규 분)은 한국에서 올라온 국정원 책임자에게 질책만 받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그가 아니었습니다.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사건을 맡기로 한 진수는 CIA 요원인 마티(존 케오그 분)을 이용해 이번 사건의 비밀을 파해치기로 합니다.

같은 도시... 종성과 함께 식사를 나누고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북한의 독일 대사관에서 통역관으로 일하고 있는 정희(전지현 분)는 북한 대사 학수(이경영 분)의 지시를 받으며 일을 합니다. '접대'라고 불리우는 원치않는 일도 해야하지만 종성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남자가 베를린으로 오고 있습니다. 북한 실세인 종호(명계남 분)의 아들이자 감찰요원인 명수(류승범 분)이 바로 그 인물이지요.

그런데 명수의 움직임이 웬지 심상치 않아보입니다. 갑자기 당성시험에 합격되었다는 것이 이상하고 누군가가 종성과 정희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무기거래 자금의 행방도, 그리고 그것의 거래내용들도 모두 이상합니다.

과연 베를린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앞에서도 이야기드렸듯이 이 영화는 간첩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공작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하지만 다큐 <타임>을 통해 보여주었던 북한에 대한 이야기와 간첩들의 상황들은 어느 정도 영화 <베를린>을 만드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면서도 인간적인 공작원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요. 진수가 국정원 간부들에게 심하게 질책을 당한 뒤 홀로 한국식당에서 미역국을 먹으며 생일을 맞이하는 장면 같은 경우는 한 명의 요원이라기 보다는 타지에서 외로움을 참아가며 일을 하는 한 명의 가장의 모습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종성과 정희에게도 볼 수 있는 대목이죠. 다만 북한이라는 체제 때문에 자유로운 연예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서로의 상처를 치료하고 어떻게든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던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장점이라고 하면 액션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그의 액션 본능은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시작되었고 그의 무술 파트너인 정두홍 씨는 늘 그의 영화에 들어가 고난위도의 액션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짝패>에서는 같이 출연하여 액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도 하였지요.

<베를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간 다른 점이라면 총격전이 많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스파이들이 쓰는 것이 주로 총이 많다보니 그렇죠. 하지만 손을 이용해서 적에 맞써 싸우는 북한식 무술(격술)이 많다는 것인데 두 사람의 연구가 엿보이는 장면들이죠.

종성이 자신의 집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던 와중 추락하는 과정에서의 장면은 이 영화의 인상적인 액션 장면 중 하나이지요. 유리 지붕으로 추락하는 것도 모자라 전선에 자신의 몸을 맡긴 상태에서 홀로 지탱하여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은 성룡 영화를 보고 자란 류승완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인상적인 액션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국내 배우들만 나오는 점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의외로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배경은 독일 베를린인데 미국 CIA와 이스라엘 첩보국이 등장하고 악당들은 아랍권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보니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대립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이지요. 더구나 극중 학수의 망명부분은 초반에는 약간 헛갈리는 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정희의 망명 장면처럼 보여지다가 나중에는 그것이 망명이 아닌 병원을 가기위해 움직였던 부분이라는 것은 관객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으니깐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네 사람이 끝장을 보던 갈대밭 장면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길었고 약간 지루했던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나무집 부분과 바로 그곳이 위치한 갈대밭의 분량을 합치면 상당히 긴 부분이라는 것이죠.) 아무래도 류승완 & 정두홍 콤비의 액션의 절정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나름 공을 들였던 것 같지만 왜 류승완 감독의 이 작품도 그렇고 왜 다른 이들이 만든 영화에 마지막에는 이른바 '개싸움'으로 끝이 나는가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물론 체력소진으로 자신들의 무술이 한계에 다다르면 이런 장면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까지 우리는 왜 폼나게 싸울 수 없는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네 주연급 배우의 활약도 컸던 영화입니다. 하정우 씨는 액션 장면도 많았고 아마도 가장 고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많은 분들이 아쉬워 했을 부분이라면 아무래도 하정우 씨의 먹는 장면이 적었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나름 진지하게 먹는 장면을 찍었던 장면이 있었지만 류승완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맛나게 먹는 것처럼 보여서 과감히 장면을 삭제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하정우 씨의 식신 본능은 대단한 것 같네요.

 

 

한석규 씨의 굴리는 발음이 많아서 거슬렸다는 부분도 있었지만 엘리트 첩보원을 이야기한 장치였기에 이 부분은 애교로 봐줄 부분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여러 국가 말을 해야하는 류승범 씨가 오히려 더 고생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액션이야 형인 류승완 감독에게 너무 많이 자문과 도움을 받았을 것 같기에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오히려 어려운 부분은 우리말이 아닌 다른 나라 말을 해야하는 부분일테니깐요.

 

 

전지현 씨의 경우는 결혼을 앞두고 찍은 영화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섹시스타의 이미지에서는 많이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도둑들>에 이어 다시한번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북한 여성의 말투가 많았는데요. 오히려 북한 말투가 적었던 하정우 씨를 생각한다면 (이상하게도) 전지현 씨는 그간 다른 영화의 배우들이 보여주던 북한말 대사들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아울러 이 영화에는 의외의 카메오들이 많았는데요. 국정원 직원으로 진수를 비롯한 베를린 지사의 요원들에게 쪼인트를 까는(?) 인물로 등장하는 곽도원 씨나 약간은 의외의 인물로 등장했던 김서형 씨의 모습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배우와 감독을 같이 하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스타일 때문인지 역시 배우와 감독을 동시에 하고 있는 윤종빈 감독이나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도 카메오로 등장한다고 하는 군요. (저는 이 두 분은 못찾겠습니다. 어디 있는지 아시는 분?)

 

 

 

 

 

 

 

이 영화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보신 분들 중에는 이런 우스겟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어이없게 붙잡히거나 허술한 댓글 공작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국정원 직원들이 영화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이죠.

과거 부모님 세대가 이야기하는 안기부 시절에는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없었겠지만 요즘 최첨단을 사는 우리들에게 최근 국정원이 보여주는 여러 헤프닝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개그의 소재로 이용하기에는 이 영화 <베를린>의 등장인물들은 매우 멋있기 때문이죠.

아무튼 잊지 말아야 할 것... '간첩신고는 111'이라는 것입니다.

 

PS. 한국 극장가의 변칙 개봉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여러번 말씀드렸지요.

주말에 개봉되던 것이 목요일에 개봉되고 목요일이 수요일, 그리고 다시 화요일로 개봉되는 상황입니다.

이 영화는 전야상영이라는 나름 스페셜한(?) 이유를 내세워 변칙상영을 하였는데요. CJ의 이런 배급방식이 좀 못마땅한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CJ의 개봉작들이 성적이 좋지 않기 위해 올해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기에 했던 방법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너무 속보인다는 생각은 들지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