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비러브드]여자와 구두, 그리고 사랑과 전쟁... 모녀에게 듣는 사랑에 관한 묘한 이야기!

송씨네 2013. 2. 26. 22:18

 

140자로 말해봐

여자와 구두는 정말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네요. 모녀의 이야기이자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뮤지컬 형식이 조화를 잘 이루어냈습니다. 여성들이라면 이들 모녀의 이야기에 공감하겠지만 남자들에게는 쉽지 않을 듯!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여성들의 사랑에 관련된 영화는 많지만 구두와 연관지어 소개한 영화도 드물 것 같습니다. 구두와 명품을 사랑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라면 대표적인 작품이 드라마와 영화로 모두 제작되었던 작품 <섹스 앤 더 시티>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후에도 <쇼퍼홀릭>이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란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지요. 초반이 이런 구두에 칩착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면 중반과 후반으로 가면 년도 순으로 모녀가 살아온 과정을 다룬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말도 안되는 사랑 이야기 같아 마치 이들의 답답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사랑과 전쟁> 같은 드라마도 생각이 나네요.

 

 

여성들은 구두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어디 구두 뿐일까요?

대부분의 여성들은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지만 일부에서는 된장녀로 일컬어지는 여성들은 사치가 심하다는 부분 때문에 말이 많지요.

여성과 다툰 남성이 극적 화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명품백을 사다주면 된다는 조크까지 나올 정도로 여성들은 꾸미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여성들의 자존심이지요. 하지만 여성들은 사랑에 목마른, 관심이 필요한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애를 해보지 않은 저로써는 이런 느낌의 사랑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수십년을 걸처온 모녀의 독특하지만 여성들에게는 공감이 가는 사랑 이야기...  영화 <비러브드>(원제 The Beloved)입니다.

 

 

 

 

1964년 프랑스 파리... 셔터가 내려가고 있습니다.

구두 가게가 하루 영업을 마치고 셔터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주하게 진열된 구두 하나를 슬적 집어오는 여성이 보입니다.

마들렌(루디빈 새그니어 분)은 그렇게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를 창녀로 알고 한 남자가 접근합니다.

뭐...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부업으로 남자와 하룻밤이라고 생각했으니깐요.

몇 일 후 그 남자로부터 소개 받았다며 또 한 명의 남성이 다가옵니다. 체코에서 온 의사선생님 ... 그의 이름은 자호밀(라디보제 부크빅 분)입니다.

그는 체코로 가야한다며 그녀에게 체코로 가자고 합니다. 그리고 무작정 체코로 향합니다.

하지만 자호밀은 다른 여인을 사귀고 있었고 불안한 프라하의 모습을 뒤로 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갑니다.

프라하에서 낳은 딸 베라는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중이었고 그 사이 마들렌은 재혼을 하였습니다.

잊고 싶었는데... 정말 잊고 싶었는데 자호밀이 다시 마들렌에게 찾아옵니다.

시간은 흘러 1997년의 영국 런던... 베라(키아라 마스트로얀니 분)는 한 클럽에서 벤드로 활동하는 미국인 헨더슨(폴 슈나이더 분)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는 여자를 사랑할 수 없는 동성애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베라는 그를 놓아줄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 중년이 된 마들렌(까뜨린느 드뇌브 분)은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재혼한 남편 프랑스와(미셀 델뻬쉬 분)와 자호밀(밀로스 포만 분)과의 사랑에서 아직도 저울질을 하고 있습니다.

2007년 다시 프랑스... 베라와 자호밀은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딸 없는 빈자리에 마들렌은 슬픔속에 생일을 맞이하고 과거 베라와 사귀었던 친구 클레멩(루이스 가렐 분)이 다가와 그녀를 위로할 뿐 입니다.

마들렌은 자신이 오래전 살던 집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전 남편 자호밀과 추억을 나누었던 낡은 호텔에 들려 자신의 구두를 내려놓고 갑니다.

 

 

 

 

 

 

 

어쩌면 저렇게 무책임하고 바보같은 사랑을 할 수 있지?

처음에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남자인 저로써는 그들의 입장에 이입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여성들은 아마도 저런 고민을 하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저건 비정상적인 사랑이야'라고 말하기도 그렇더군요.

마치 이 영화는 여자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영화이자 구두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영화 같았습니다. 여자와 구두... 과연 무슨 관계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들렌의 모습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젊은 마들렌과 중년(노년)의 마들렌이 각각 등장하는 이 영화는 여성의 로망인 구두를 비춰주며 그 속에서 여성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구두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도구와 동시에 남자와의 짝짓기(섹스)를 위한 중요한 도우미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구두에 이끌린 남자가 금발의 마들렌을 바라보게 되고 마들렌과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단순히 구두가 여성들의 악세사리가 아닌 만남을 위한 도구이자 자신의 젊음과 더불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물건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되네요.

 

 

그러나 중년이 된 마들렌과 이제 성숙한 여인이 된 베라의 모습에서는 구두를 비추지 않습니다.

구두는 그 이후 여성들에게는 걷기 위해 신는 신발일 뿐이었고 여성성으로의 빛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자신을 어필할 도구가 아니었던 것이죠.

하지만 마들렌은 자신의 여성성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두 남자 사이를 왔다갔다 거리며 여전히 위험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베라는 생각보다 현명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머니 마들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랑에 있어서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어머니와는 달리 사랑받고 있음에도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고, 반대로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비운의 여인으로 보여졌던게 아닌가 싶어요.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이지만 알고보면 사랑에 관해서 두 사람은 매우 큰 낙제점을 받았던 것이죠.

마지막 마들렌 자신이 신던 구두를 버리며 그나마 자신의 한 구석에 남아있던 자호밀을 향한 사랑과 여성성도 버려졌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영화는 여성에 대한 영화이자 구두에 대한 영화인데 영화 속 모녀의 삶을 극대화하기 이해 역사적 사실을 속에 이들을 대입시키는 방법은 상당히 영리한 방법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체코의 상황을 나타낸 부분이라던가 9. 11 테러를 영화 속에 묘사함으로써 그냥 단순히 그들의 사랑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이런 역사적인 상황에서 그들의 인생에도 큰 역사를 남긴 부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하나... 이 영화의 특징은 뮤지컬스러운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음악이 많이 나오고 노래도 많이 불러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들을 노래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요.

그런데 <레미제라블> 같은 뮤지컬 영화를 너무 기대해서 그런 것일까요? 일부 장면은 적절한 타이밍에 음악이 흘러나와서 좋았지만 간혹 뜬금없는 부분에도 노래가 나왔던지라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약간은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 인장적인 장면과 노래를 뽑으라면 바로 이것이죠.

영화에서 사랑에 목마른 마들렌이 자호밀을 향해 부르는 'Je peux vivre sans toi'(당신 없이는 살수 없어요. 하지만...)라는 노래입니다.

 

 

 

 

이렇게 <비러브드>는 구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의 사랑에 관한 매우 진지한 이야기인 것이죠.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은 아마도 이 영화의 주연인 세 여성에게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젊은 마들렌을 연기한 루디빈 새그니어는 자신의 나이에 맞게 주체할 수 없는 젊음을 톡톡튀는 헤어스타일과 말투와 움직임으로 보여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마들렌의 딸로 등장한 베라 역의 키아라 마스트로얀니는 젊음 속에서도 사랑에 갈등하는 여인으로 등장하였는데요. 알고보니 우리에는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작품 <페르세폴리스>(2007)에 파르잔 목소리로 알려진 배우였더군요. 상당히 심각했던 애니메이션이었던지라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잘 어울리는 역할을 했구나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에서 중년의 마들렌을 연기한 까뜨린느 드뇌브를 빼놓을 수 없지요. 프랑스 여배우들 중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관록속에 자신의 숨어있는 내면연기를 잘 보여준 배우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받는 국민 여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외에도 체코의 대표적인 감독인 밀로스 포만이 자신의 출신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중년의 자호밀 역으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주었으며, <몽상가들>로 우리에게 뜨겁게 각인된 배우인 루이스 카렐이 등장하여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습니다.

사랑과 여성, 그리고 구두의 연관관게를 찾는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반대로는 남자들은 왜 차와 낚시, 온라인 게임 따위에 왜 열광할까라는 생각이 들으실지도 몰라요.

근데 분명한 건 저도 남자지만 왜 남자들이 이것에 열광하는지는 잘 모른다는 것이죠.

서로를 사랑한다면 아마 그 미스테리가 풀리겠지요. 세계 7대 미스테리니, 불가사의 보다도 더 미스테리한 것은 여자... 바로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