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해피 이벤트]뜨거운 밤은 판타지, 하지만 출산과 양육은 현실! 실감나서 공감가는 이야기.

송씨네 2013. 4. 29. 13:24

 

※성(性)에 관한 조금은 직설적인 의견이 리뷰 후반부에 있습니다. 청소년 분들에게는 읽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원작이 소설이니 당연히 읽어보시는 것이 좋겠고요. 육아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우리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는게 문제인데요.

우리나라에서 만든 다큐 중에 <두 개의 선>(2011)이 그나마 육아문제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가 끝...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사랑과 전쟁> 같은 프로그램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아관련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의외죠. 육아문제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140자로 말해봐!

섹스는 판타지... 결혼, 임신, 출산, 양육은 현실인 이야기입니다. 섹스를 아무생각 없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픈 영화네요. '사랑과 전쟁'에서 나올법한 고부갈등과 부부관계의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결혼은 무덤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연애할 때는 행복했고 결혼을 앞두는 그 순간까지도 그 연인들은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결혼 후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이 속속 들어나면서 아마도 정말 '결혼은 무덤'이라는 이야기를 하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30대 초반 미혼 남, 싱글, 모테솔로인 저로써는 아직 이해 못하는 대목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할 이 작품을 보고나면 저 같은 미혼 남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라고 보여지네요.

리얼 육아 일기... 영화 <해피 이벤트>(원제 Un heureux évenement / A Happy Event)입니다.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 분)은 DVD 대여점에서 일을 하는 알바생입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영화학도이죠.

그런 그에게 한 여인이 찾아옵니다. 이름은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 분)로 참으로 아름다운 그녀였지요.

왕가위의 <화양연화>로 시작한 영화로 말하는 대화는 점점 노골적인 영화의 제목들로 가득하게 되고 그들의 연애는 시작되었습니다.

연애를 하다보니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임신 테스터기에서 파란 두 줄을 발견합니다.

바바라는 친정엄마인 클레어(조시앙 발라스코 분)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게 두렵습니다.

하지만 화끈하시고 쿨하신 친정엄마는 바바라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시원시원한 충고를 하게 되지요.

결혼 생활보다도 더 힘든 출산 생활이 이들 부부에게 다가오게 되고 바바라는 더욱 날카로워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출산 이후... 모유 수유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상황들이 발견되고 대학교 조교로 활동하고 있는 바바라에게 있어서 논문 실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남편은 육아문제는 소홀함은 물론이요, 친구말에만 맹신하는 상황이며 남편 니콜라스의 어머니... 그러니깐 시어머니 에디트(가브리엘 라주어 분)의 공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어머니와 살고 있지 않을 뿐이지 이것도 완전 시월드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니콜라스와 바바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과연 그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을까요?

 

 

 

 

 

 

프랑스에서 온 이 영화는 국적을 떼고 사람 이름만 가리고 소개를 했더라면 우리나라 이야기라고 착각하기 쉬운 작품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과 양육으로 이어지는 생활로 이어지면서 겪는 고통은 나라를 막론하고 똑같다는 것이죠.

더구나 이제는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핵가족화 된 세상에서 대가족 형태의 생활이 아니라는 점에서 누군가의 코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에 가까운 아이키우기는 쉽지않은 장애물이 되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댜. 그런 점에서 <해피 이벤트>는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정말 막장드라마와 영화들을 열심히 보았습니다.

출생의 비밀이니, 회장집 아들의 잘난척도 봐야만 했고 짐지어 얼굴에 점하나 찍어 페이스 오프가 된다는 아주 좋은 정보(?)를 주기도 하죠.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이런 작위적인 소재가 아닌 우리가 실제 경험할 수 있는, 경험 가능한 상황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혼 후 남편이 육아에 소솔해지며 부인은 출산의 고통은 물론 우울증을 몸에 달고 사는 상황도 보여줍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결혼과 출산 후 이혼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시대적인 상황이 이 작품에 잘 녹아져 있다는 것이죠.

 

남편과의 싸움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어머니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었는데요.

모유 수유를 고집하려는 며느리와 그 고집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어머니의 상황이 그런 모습이죠. 결국 모유가 잘 나오도록 도와주는 기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는 웃고 싶은데 참으로 웃을 수 없는 요즘 말하는 '웃고픈' 장면이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성기(류승룡 분)처럼 목장의 소 젓을 짜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런 힘든 생활을 위로해주는 것은 친정엄마인데 기존의 친정엄마 케릭터와는 달리 방탕했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조금은 특이했죠. 거기에 그녀의 언니까지 엄마의 말에 합세하여 거의 막장에 가까웠던 그들의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장면도 웃고 싶지만 쉽게 웃을 수 없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소설이 원작입니다. 엘리에트 아베카시스의 소설 '행복한 사건'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소설에서는 여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요. 영화로 옮겨와서도 그 부분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여주인공의 바바라의 독백이 많으며 홀로 단독컷도 많습니다. 임신 테스터기 결과를 보고나서 어쩔 줄 몰라하나는 바바라의 표정이나 상황들을 어두운 배경의 어딘가에서 단독 컷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해피 이벤트>는 프랑스 문화원이 진행하는 '시네 프랑스' 행사에서 먼저 선보인 작품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시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했던 행사였는데 지금은 아트나인에서 진행하고 있지요.

4월의 테마로 선정된 작품들 중에는 개봉을 기다리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작품 외에도 <사랑은 타이핑 중!>이나 <러스트 앤 본> 등의 작품이 개봉되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영화가 국내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그렇게 익숙한 사람들은 아닙니다.

루이즈 보르고앙의 경우 영화 <꼬마 니콜라>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후 뤽 베송의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의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매력적이고 청순한 아가씨의 모습에서 육아생활로 인해 고통받는 여인으로 변해과는 과정을 실감나게 연기하였습니다.

피오 마르마이의 경우 국내에서는 <시작은 키스!>를 통해 얼굴이 알려졌습니다. 루이즈 보르고양과 더불어 나름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국내에 알려진 작품이 적었던터라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신선한 얼굴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네요. (참고로 피오 마르마이의 경우 영화에서처럼 실제 DVD 대여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는 크게 인상적인 음악은 없지만 두 남녀가 별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담게 만든 음악이었던 Yael Naim(야엘 나임)의 'Lonely'라는 노래이지 않을까 싶네요. 야엘 나임은 프랑스의 대표 뮤지션으로 애플사의 CF 음악으로 그녀의 음악을 사용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뮤지션이라고 하네요.

 

 

 

 

 

 

 

 

 

저도 남자이지만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게 있었습니다.

성(SEX)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성들의 잘못된 생각과 관점이 그것이죠. 포털 사이트에 끊임없이 나오는 연예인들의 노출 관련 기사들을 우리는 보게 되는데요.

섹시하다, 저런 사람이랑 연예 해보고 싶다는 정도는 충분이 나올 수 있는 말이죠. 근데 남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빨고 싶다', '먹고 싶다' 등 말이죠. 그걸 게시판 같은 곳에 지저분하게 써야만 할까요?

'나 정말 문란하고 지저분한 놈이야!'라고 굳이 인증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여성분들을 '걸레'라고 비아냥거리는데 우리 남성들도 그렇게 따지면 걸레 아니던가요?

아... 정말 참으로 같은 남자지만 저런 저속한 인간들과 살아야 하는 것이 현실인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여성 비하를 하는 남성들을 봐도 그렇죠. 그게 멋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마초들은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죠.

 

자꾸만 남자들은 그런 사실을 잊고 삽니다. 우리는 분명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런데 그런 여성들을 비하하기도 하며 섹스를 그저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만 생각합니다.

출산 이후는 양육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연인으로 지내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가 원치 않은 여성들의 출산 소식만 나오면 애를 지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렇게 섹스로 욕구 충족을 할 때는 언제고 먼저 뒤로 빠지는 것은 남성들이니깐요.

 

<해피 이벤트>를 보면서 섹스에 직간접적으로 희생되었을 여성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여성들도 자신의 몸을 가지고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들은 없어야 하지만 여성을 단순히 욕구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새 생명의 순간에서는 침묵하고 거부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좋아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남성들의 생각이 이 정도인데 이런 것을 모르는 이 나라에서 대책없이 그냥 아이만 잘 낳아 잘키우면 된다는 식의 캠패인도 어쩌면 유쾌한 대목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고 보면 불과 몇 년전 아이 하나만 나아 잘 기르라고 공익광고를 내던 것이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출산... 과연 여성분들에게는 행복한 이벤트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남자들은 이런 행복한 이벤트를 거부하실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