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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신혼, 그들에게 찾아온 권태기? 짧지만 강한 신혼부부의 솔직담백 이야기!

송씨네 2013. 6. 10. 01:04

140자로 말해봐!

우리 권태기인가요? 결혼 2년차에도 삶은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싸우지도 않고 관계는 맺더라도 아이를 갖는 것이 두려운 이 부부... 결혼한 부부들이라면 이들 부부의 모습에 공감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최근 들어 리얼한 부부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큐도 있고 드라마적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사실적인 대사로 실감나는 영화들이 있고요. 이 영화와 가장 가까운 영화라면 최근에 개봉된 <해피 이벤트>와 지난번에도 이야기드렸던 <두 개의 선>이 아닐까 싶네요.

출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결혼 후 임신과 섹스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위의 두 영화와 유사한 점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사실 결혼과 관련된 영화를 보면서 정말로 결혼하신 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저렇게 늘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싸우나요?'라고 묻고 싶어졌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싸우다가 결곡 헤어지고 이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막장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들었죠.

근데 실제로 별 것 아닌 이유가 이혼사유인 경우도 많다고 하더군요. 특히나 TV 채널권을 가지고도 싸우다가 이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니 정말 '사랑과 전쟁'의 이혼하는 수백가지의 이유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회오리 바람>으로 주목을 받았던 장건재 감독이 또 한편의 이야기를 들고 관객에게 왔습니다.

짧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그들의 사랑이야기... 영화 <잠 못 드는 밤>(영문 원제 Sleepless Night)입니다.

 

 

 

 

작은 임대 아파트... 한 부부가 보입니다.

현수(김수현 분)는 작은 멸치 가공 공장에서 주말도 반납한 상태에서 일하고 있고 그의 부인인 주희(김주령 분)은 요가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결혼 2년차... 풍족한 삶은 아니지만 그들의 삶에는 전혀 불만은 없어보입니다. 너무나도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주희는 현수가 일요일까지 일하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합니다. 추가 수당도 주지 않으면서 부려먹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사장(정대용 분) 일을 돕는다는 의미지만 현수 역시 내키지 않은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한편 현수는 아는 후배(정영헌 분)를 만나 술자리를 하는데 오랜 연애 기간임에도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직 현수는 행복합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주희와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섹스는 하더라도 혹시 주희가 임신을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든 것이죠.

반대로 주희는 임신에 대해 적극적입니다. 주희의 친정엄마(최현숙 분)까지 그녀에게 아이를 갖을 때가 되지 않았냐고 이야기할 정도니깐요.

그 불안함이 화근이 되었던 것일까요? 주희는 자전거를 도난 당했고 아는 지인의 식사초대를 마치고 하지도 않던 부부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신혼 부부인 두 사람... 설마 권태기가 벌써 찾아온 것일까요?

 

 

 

설마, 말도 안되는 소리... 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결혼 2년 만에 저렇게 권태기가 찾아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 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권태기는 아직 아닙니다.

또한 아이에 대한 갈망이 둘 다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내인 주희에 비해 남편 현수는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를 합니다.

현수는 끔찍한 상상을 합니다. 소심하게 주말 근무에 대해 이야기 못하다가 결국에는 회사에서 짤리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말입니다. 거기에 아내와 자식은 무슨 낯짝으로 보면서 살아갈까라는 고민 말입니다.

주희도 걱정스럽습니다. 이러다가 누군가가 별 것 아닌 이유로 싸우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말입니다.

그들은 서로 스킨쉽을 하거나 섹스를 할 때 만큼은 행복합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평소에도 잘 싸우지 않으며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아이에 대한 문제라면 섹스를 하면서도 걱정이 되는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아이를 낳게 되면 둘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산으로 고생하면서 출산을 하느리 빨리 2세를 갖는게 어쩌면 그들에게 현명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영화는 별 것 아니지만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2세를 만드는 결정에 너무나도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애로 만나던, 뭐로 만나던 그들은 알콩달콩하게 만남을 갖고 사랑을 하며 결혼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은 무덤이라고 누가 그랬던가요! 그들은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며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길 갈망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2세를 언제 만들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지요.

 

아까 지인의 집으로 초대받는 이들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드렸는데 그들은 아들 하나뿐인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하루 빨리 둘째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이들 부부에게 이야기합니다. 금술이 좋다는 자랑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형제나 혹은 남매 없이 홀로 지내야한다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인의 아들의 모습에서 과연 그게 행복일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고민은 더욱 더 커지겠지요. 빨리 아이를 낳아야 하고 적어도 두 명 정도는 낳아야 외로움에서 자녀를 벗어나게 하는게 나은 일이라는 것이죠.

 

 

 

 

영화는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상황들을 나열합니다.

앞의 남편 현수가 사장과 미친듯이 싸우는 부분은 현수의 불안한 심정을 드러낸 말 그대로의 상상이었고 주희가 지인 집에 초대이후 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누가 먼저 거절했고 왜 거절했는지 등의 시시콜콜한 문제를 가지고 싸우는 장면에 있어서도 이게 그들에게 다가온 실제 상황이라기 보다는 아마도 주희가 꾸었던 악몽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잠 못 드는 밤>은 상당히 경제적으로 찍었다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65분의 재편집 속에서는 그보다 많은 이야기가 촬영되었고 그것을 편집하기에 애를 엄청 먹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전작 <회오리 바람>이 방황하는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 작품은 더 철없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삶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려고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속의 두 주인공 웬지 낯은 익는데 가물가물 하시리라 봅니다.

우선 아이돌 급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김수현 씨와는 동명이인인 이 영화에서의 김수현 씨의 경우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열심히 봤다면 어쩌면 진정한 류승완 감독의 페르소나는 동생 류승범 씨가 아닌 아마 김수현 씨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게 만듭니다. 그만큼 류 감독의 영화에 많이 등장해 온갖 악역으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아주 착하다 못해 소심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희 역의 김주령 씨의 경우에도 우리에게는 어딘가에 익숙한 얼굴일 수도 있는데요, 영화 <도가니>에서 파렴치한 장애인 복지시설 선생들 중의 한 명으로 등장해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었지요. 김수현 씨 처럼 순수한 아내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 <잠 못 드는 밤>은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두 배우의 섹다른 모습을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아주 귀여운 여자 아이를 보았습니다. 제 기준에 부합하는 아주 얌전하고 귀여운 여자 아이었지요.

저는 공공시설에서 난잡하게, 어수선하게 떠들거나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있고 그녀는 둘째를 갖았는지 배가 불러 있더군요. 참으로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었습니다.

히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해지더군요. 저 부부는 얼마나 싸우고 화해를 하며 둘째 계획은 어떻게 갖은 것일까의 생각부터 저 꼬마아이가 얌전해지게 된 것은 교육을 잘받아서 일까, 아니면 원래 조용한 아이라서 그런 것일까 등등 별의 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가족에서 행복이라는 글자가 어느 정도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이었지요.

 

다시 결혼한 부부들에게 묻습니다. 행복하신가요? 그리고 그 행복의 비결은 도대체 뭔가요?

아울러 서로 속이 상할 때 싸운 이유들, 그리고 싸움과 관련 먼저 화해를 제의한 것은 누구이며 어떻게 다시 평화가 찾아왔는지 말이지요.

그런 점에서 <잠 못 드는 밤>은 짧은 러닝타임 속에 우리에게 다가온 사랑의 기술, 화해의 기술을 이야기해주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네요.

 

 

PS. 이 영화에서도 골든 베르크 변주곡이 등장하네요. 마치 이 클레식은 OST계의 만병 통치약 같아요.

아무 곳이나 써도 힐링이 되는 이 묘한 음악...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셰임> 등등 도대체 이 음악이 자주 애용되는 이유는 또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