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코스모폴리스]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에로틱한 경제영화? 크로넨버그라면 설명이 되는 영화!

송씨네 2013. 7. 1. 00:30

 140자로 말해봐!

나의 성공비결... 그 딴건 결국에는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영화. 남에게 배풀지 않고 어떤 돌발상황이 다가올지 예상하지 못한다면 젊은 CEO도 쪽박찬다는 것을 보여준 부분이기도 하죠. 로버트 패티슨이 변화된 모습을 보는 것도 포인트!

 

이 영화, 이렇게 보세요

차안에서 모든 것이 일어나는 이야기는 흔치 않습니다. 의외로 말이죠. 차안의 상황을 다루는 경우라 하더라도 <스피드> 1편(1994)처럼 같은 경우라면 모를까 말이죠. 다만 이 영화의 감독인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이 영화 이전에 <크래쉬>(1996)를 통해 충돌과 카섹스라는 아주 특이한 관계를 영화에 녹이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차안에서 이야기가 대부분이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최근 개봉한 레오스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2012)와도 닮아있지요.

 

 

 

 

 

조작미남의 계보라는게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그 시초는 제임스 딘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후 리버 피닉스나 브레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의 배우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그렇다면 요즘 조각미남의 대표주자라면 누가 있을까요? 두말할 필요 없이 바로 이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죠.

솔직히 고백하면 그의 데뷔작이자 그를 스타로 만든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제대로 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의 매력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런 매력은 하이틴 영화를 해서가 아니라 아마 이런 작품을 해서 더 돋보이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와의 절묘한 만남... 영화 <코스모폴리스>(원제 Cosmopolis)입니다.

 

 

 

스물 여덞... 거물 투자가인 에릭 파커(로버트 패틴슨 분)가 리무진에 타고 있습니다.

사무실은 있는 것 같지만 사무실 보다는 이 거대한 하얀색 리무진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보입니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일을 하기 위애서는 사무실에 머무를 시간도 없는지도 모르죠.

대통령의 등장으로 인해 도로는 통제구역이 많아지고 거리는 끊임없이 막히기만 합니다.

그를 경호하는 경호원 토르발(케빈 두런드 분)은 위험하니깐 다른 경로를 이용해야 한다며 거의 잔소리에 가깝게 그에게 이야기합니다.

방음처리가 완벽한 이 리무진에서 돌아가는 세상은 너무 조용하기만 합니다.

그는 아버지의 절친이자 이발사인 안소니(조지 틀리아토스 분)의 이발소에 들려 이발을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위안화가 폭락하고 그가 투자한 수백억의 펀드도 날라가버렸습니다.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쥐를 들고, 쥐의 탈을 쓰고 있는 사람들로 거리는 아수라장입니다.

수많은 경제 학자들과 그의 절친들이 차량에 탑승해서 시장의 상황을 브리핑 아닌 브리핑을 하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황은 이렇게 처절한데 일부 여학자나 여성 경호원과도 섹스도 즐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갑부의 딸이자 시인인 엘리스(사라 가돈 분)과 결혼한 상태입니다.

갑부집의 딸이지만 의외로 돈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에릭에게 정말 자신을 진지하게 사랑하는지 묻고 있지요.

변두리의 이발소로 향하는 길... 길은 점점 막히고 사람들은 경제 불황에 분노하고 시위도 모자라 에릭의 리무진도 공격합니다.

그러나 그에게 걱정인 것은 자신의 차량이 공격당하는게 아닙니다.

빈털털이가 된 그에게 서서히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음을 그는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죠.

 

 

 

<코스모폴리스>는 미국의 작가 돈 드릴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경제적인 상황이나 용어는 둘째 치더라도 그 상황들이 상당히 리얼하게 묘사가 되어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작 소설에는 엔화로 그려졌던 것이 중국의 위안화로 바뀌게 되지만 경제 불황에 대한 이야기의 맥락은 크게 변한 부분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마치 리무진에 전문가를 모셔놓고 시종일관 대화하는 모습에서는 캐이블 증권채널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만들 것이라면 괜히 이 영화를 데이빗 크로넷버그가 메가폰을 잡을 이유가 없겠죠.

 

영화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며 욕망속에 타락하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앞에서도 이야기하듯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듯 댜양한 직업군을 가진 아무 여성과(여기서 아무 여성이라는 것은 빈부격차의 여성에 관계 없이가 아닙니다.) 거리낌없이 섹스를 한다는 모습에서 갈 때까지 가버린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큐레이터 디디(줄리엣 비노쉬 분)에게 마치 땡깡을 부리는 아이처럼 교회 건물을 사들여 자신의 전용 미술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대목에서는 그가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생각하는 방식은 영락없는 철없는 아이라는 느낌을 주게 만듭니다. 섹스도 어띠보면 그런 의미이겠지요.

 

의외의 대목은 아내인 엘리스와의 관계입니다. 그들은 집이 아닌 식당이나 허름한 낡은 책방같은 도서관 같은 곳에서 만나고 있는데 대화 자체도 무미건조할 뿐더러 너무 사무적인 모습으로 엘리스를 대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섹스는 언제나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며 호텔 두 곳 중에서 고르라는 얘기도 잊지 않지요. 

엘리스가 과연 에릭을 사랑해서 만났는지는 모릅니다. 물론 에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돈과 돈으로 만난 인연이었을 것이고 세기의 결혼이라고 메스컴에서 떠들어대는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랑하기 위해 인연을 만나는 것이 아닌 돈과 명예로 사람을 만나고 그것이 무미건조한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에서는 조금은 서글프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꾸 섹스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만...) 그가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아마 그런 것을 다른 직업군과의 만남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죠.

 

후반에 들어서면서 결국 그는 드디어(!) 이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에 이야기드렸듯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 자신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음을 체념한 상태에서 만나는 자리이지요.

그가 잔소리를 일삼던 경호원을 제거하고 이발소로 향한 것은 어찌보면 암울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전초전으로 보이는 상황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발사 안소니가 에릭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에릭의 리무진 기사가 동참하게 되지요. 경제 관련 용어나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등장하던 앞의 장면과 달리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그들의 대화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나마 이 영화의 대화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대화였을 것이라고 보는데요.

 

 

 

안소니에게 낡은 총을 받고 리무진 기사와 헤어지면서 에릭은 또 다른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는 이미 한 사내에게 파이 세례를 맞은지라 더욱 더 힘든 상황이지요. 트로발이 에릭에게 파이 세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그렇죠.

실제로 뉴스 코퍼레이션이라는 언론 재벌을 가지고 있는 루퍼스 머독이 파이 세례를 받은 시기에 이 영화도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경제 불황의 공포는 파이 세례처럼 어디서 다가올지 모르는 공포와도 같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이 달걀 셰례를 맏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공포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베노(폴 지아마티 분)라는 사내가 에릭을 공격하는 장면만 봐도 그렇죠.

그는 에릭의 회사에서 일을 했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물이 되어버린 인물이었던 것이죠.

세상과 등지고 낡은 주택에 기거하며 그가 나타나길 애타게 기다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마치 에릭에게 내려진 전립선 증상에 대한 충격적인 결과처럼 말이죠.

세상에 완벽한 좌우대칭이 없듯 전립선도 마찬가지라는 부분은 하나의 조크처럼 보이지만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죠.

 

앞에도 이야기드렸지만 이 영화는 로버트 패티슨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단지 조각미남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연기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발돋음하는 것이죠.

브레드 피트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단순히 얼굴로만 밀고 나갔다면 그들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것처럼 말이죠.

거기에 줄리엣 비노쉬, 폴 지아마티 등의 배우들이 든든히 그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합격점이지요.

 

폭력을 아름다운 미학으로 만드는 것도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특기입니다만 그것이 게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봅니다.

그의 영화들이 대부분이 19금의 적나라한 내용의 영화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한번즘 폭력을 절제하고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는 것도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죠. 거장들이 대부분 19금을 만들었다고 성공했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얼마전 교욱을 받으러 이틀 동안을 강의실에 있었는데요.

제대로 써먹을 일은 없겠지만 경제에 관한 어렵고 딱딱한 상황들을 강사들의 위트있는 멘트와 게임으로 즐기니 괜찮더군요.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BCG 매트릭스라고 해서 잠시 뜨는 것들과 오래가는 녀석들, 곧 쇠퇴하는 것들,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 것들로 해서 네가지로 나뉘는 과정을 알게되었는데요. 사실 경제라는 것이 참 더럽게 어렵고 결국에는 우리가 까먹을 것이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모른다면 그 기업이나 그 사람은 곧 실패한다는 의미로 봐야하는데 그런 점에서 영화속의 에릭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메시지는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돌발상황이나 위기 대체 능력에 잘 실력을 발휘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쪽박을 차서 거리에 나올 것인가는 앞으로 내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트렌드를 몰라서 쇠퇴하는 것만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트렌드 만큼이나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을테니깐요.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를 보면 어떤가요? 중소기업이나 작은 가게들은 죽어나가는데 나라님은 창조경제를 외치고 게십니다.

창조경제... 중요하죠. 근데 문제는 지금 살고 있는 수많은 실업자와 작은 가게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부터 좀 어떻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을 관계에서 갑의 찬란했던 순간들만 기억한다면 그 기업은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모 업체가 보여준 욕설파문만 봐도 그렇죠.

 

경제... 네, 더럽게 어렵고 지금도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나라가, 이 기업이, 그리고 서민이 쪽박을 차지 않으려면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코스모폴리스>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