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미스터 고]김용화 감독의 무모한 도전? 당찬 도전이 놀랍다!

송씨네 2013. 7. 14. 09:39

 

 

 

한국영화에서 3D 영화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요? 어렴풋이 제 기억으로는 SBS가 고미라는 캐릭터로 나오기 전에 빛돌이라는 자체 캐릭터가 있었는데 이걸 가지고 만든 애니메이션 <빛돌이 우주 2만리>로 기억이 됩니다.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더군요. 1968년 이규웅 감독의 <천하장사 임꺽정>과 1968년 임권택 감독의 <몽녀>라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이들 작품은 전 장면이 3D로 만들어진게 아닌 부분 3D라는 점이 다른 점이죠.

 

이후로도 3D 영화는 간간히 만들어졌으나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희미하게 사라져갔지요.

심지어는 2000년 HOT 맴버들이 출연한 <평화의 시대>는 두고두고 놀림감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3D 영화는 보이지 않는 그래픽과 싸우고 연기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유치하고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3D 기술은 국내와 외국 어디를 막론하고 도마위에 올라오는게 사실이지요.

그런점에서 진짜(!) 3D 한국영화의 등장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김용화 감독의 도전...

허영만 작가 원작의 그 만화... 고릴라가 야구를 하는 영화! 영화 <미스터 고>(Mr. Go) 입니다.

 

 

 

 

 

 

중국의 룡파 서커스... 한 소녀가 보입니다. 이름은 웨이웨이(서교 분)으로 실질적인 대표죠.

물론 이 곳에는 단장이 있습니다. 유일한 가족은 수 십명의 서커스 단원과 단장 할아버지(변희봉 분) 입니다.

할아버지는 야구를 정말 사랑합니다. 아니, 야구와 관련해 도박을 하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지요.

야구하는 고릴라로 링링을 키운 것은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지진 사고로 할아버지를 잃었고 웨이웨이는 졸지에 단장이 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체업체 림샤오강(김희원 분)은 링링 뿐만 아니라 야구를 위해 사두어버린 두 고릴라로 생긴 빛 때문에 롱파 서커스단을 급습한 것이죠.

힘들기만 했던 그들에게 희망이 있던 것일까요? '인간 사냥꾼'이란 별명으로 불리우는 스포츠 에이전트 충수(성동일 분)의 도움으로 링링과 함께 한국에 오게 됩니다.

세상에 고릴라가 프로야구라니... KBO의 많은 구단측에서도 당황스럽고 KBO 총재(김응수 분)도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의 단장인 찬균(김강우 분)과 충수의 설득으로 어렵게 링링의 프로야구 입단을 허락합니다.

사체업자에게 진 빛은 10억... 10억은 갚고 나머지는 이들의 꿈인 '태양의 서커스'를 만드는 겁니다.

우려와 달리 미친 타구력으로 인기스타가 되지만 웨이웨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링링...

결국 사고를 치게 되고 홈경기만 등판하는 것으로 겨우 위기에서 모면합니다. 하지만 링링의 위기는 또 다른 것에서 발생합니다.

라이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가 있고 NC 단장 우원(김정태 분)의 눈치도 봐야하고 일본 프로야구단인 요미우리와 주니치의 링링 쟁탈전도 치열합니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롱파 서커스에 있던 또 한명의 고릴라 레이팅과의 맞대결입니다. 운명의 장난 속에 과연 웃는자는 누굴까요?

 

 

이렇게 한국형 3D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느낌은 이랬습니다. 한국영화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다해본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무려 세가지를 한다는 것이죠. 모션캡처 CG와 3D, 그리고 돌비 애트모스까지...

한가지를 도전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무려 세가지를 한다는 것이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는데 욕심치고는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영화가 되었던 뭐가 되던간에 새로운 것을 선보이려는 사람들은 뭔가 그 신선하고 강력한 충격을 주고 싶지만 오히려 과한 욕심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욕만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하지만 <미스터 고>는 우선 앞에 말씀드린 세 가지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는 것입니다.

 

먼저 모션 캡처의 경우 국내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는 경우이죠. 잠시 후 수없이 비교를 하겠지만 <7광구>처럼 모션캡처가 간접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모션 캡처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던 것들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더구나 블루스크린과 싸우는 것도 힘든데 보이지 않는 캐릭터와 대화를 하고 싸우는 것이 쉽지 않은 점이죠. 성동일 씨나 서교 양의 고생이 매우 큰 부분이죠. (의외로 서교 양은 <장강 7호>를 비롯해 많은 보이지 않은 캐릭터들과 연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두번째로는 3D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영화들이 3D 제작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실패하거나 엎어진 경우도 수두룩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용화 감독이 만든 '텍스터 필름'이라는 회사가 바로 이 3D와 모션캡처 등의 여려운 기술을 국내 기술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업체라는 것입니다. 외국 기술의 힘으로 만든게 아니라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위험한 모험과 도전인데 앞에도 이야기드렸듯이 여러분이 보신 성과물은 성공적이라는 것입니다. 개봉일까지 당초 하루 늦추는 사상초유의 사건까지 벌였음에도 비난만 받았던 <7광구>와 비교할 때는 3D 기술은 최고라는 것이죠.

특히 오프닝에 꽃가루가 날리는 장면이라던가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이 날라가는 장면은 상당히 실감나는 3D 기술이죠. 성동일 씨가 시사회를 앞두고 무대인사 때 '여러분, 날라오는 야구공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농담스럽게 말한 부분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만큼 실감나는 영상을 자랑한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돌비 애트모스입니다. 얼마전 <호빗>의 제 리뷰를 기억하신다면 일반 스피커보다 스피커 대수도 많고 실감나는 음향을 들을 수 있는 돌비의 음향기술이라고 이야기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는 약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호빗>을 관람했을 때 당시 영등포 CGV의 돌비 애트모스 전용관의 경우 음향상태가 상당히 좋았고 실감났다는 것입니다. <미스터 고>의 시사회를 갖았던 메가박스 코엑스의 M관은 의자시설과 음향시설 모두 최고인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만큼 영화요금도 비싸지만 그만큼의 값을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근데 <미스터 고>는 솔직히 이런 음향이 야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이 날라오는 소리라던가 헬기가 날라오는 소리는 분명 실감나지만 <호빗>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귀가 막귀 수준이라 이 부분은 다른 분들의 의견도 분명 들어봐야 한다고 봅니다.)

 

 

자, 이 영화의 아쉬운 점도 살펴보죠.

시사로 접한 분들이 대부분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 너무 신파적이고 극의 흐름이나 이야기 구조가 빈약하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부분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신파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은 가족영화의 특성이기에 이 부분에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적당하게 눈물을 줄 수 있는 요소의 영화라면 좋겠지만 그 조절이 쉽지가 않지요. 더구나 김용화 감독의 영화는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 브라더스>를 비롯해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모두 가족애를 많이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조루증에 걸린 동생에 헌신하는 형의 이야기를 다룬 <오! 브라더스>나 추녀에서 미녀로 바뀌었지만 아버지에 대한 정을 이야기했던 <미녀는 괴로워>, 각기 다른 젊은이들이 가족처럼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말미에는 토마토 도시락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국가대표>까지 김용화 감독의 이야기에는 가족이 있었고 그것을 빼놓고 말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죠. 쇼케이스에서 그가 가족애를 이야기하며 살짝 눈물을 보이는 부분에서도 김용화 감독의 진심이 보이기도 했으니깐요. 탄탄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은 앞에 말씀드린 세가지 기술의 진일보와 감독의 진심에서 어느 정도 커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영화... 배우들도 참 많습니다.

구단주로 등장한 김강우 씨와 김정태 씨도 인상적이며 잠시이만 서커스단 사람으로 등장한 변희봉 씨와 김기천 씨의 모습도 반갑습니다.

정말 의외의 등장인물은 특급선수들인 류현진 씨와 추신수 씨가 노게런티로 깜짝 등장해 링링에 대하여 진짜처럼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나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가 충격적인 바기지 머리의 주니치 구단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지요. 그리고 배우 김정은 씨는 '초콜릿'이 아닌 '레몬트리'라는 이름의 토크쇼 MC로 등장해 가상의 링링과 연기를 했지요. 아울러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체업자로 등장한 김희원 씨나 네셔널지오그래픽을 자주 이야기하던 해설자로 등장하던 마동석 씨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음악은 어떨까요? 등려군의 음악은 '첨밀밀'만 생각하시기 쉽지만 '월량대표아적심'도 대표적이죠. 이 음악을 극중 웨이웨이가 부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웨이웨이가 성공하기 위해 중국 땅을 떠나면서 등장했던 소녀시대 태연의 'Bye'도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곡은 링링이 타석에 등장할 때 등장하던 바로 이 곡입니다. 영국의 대표 락그릅인 Dire Straits(다이어 스트레이츠)가 부르는 'Walk of Life'라는 곡입니다. 제목은 모르겠지만 음악을 듣고나면 '아~!'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그 곡이죠.

 

 

 

 

 

<미스터 고>는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이며 가족 영화입니다. 그리고 상업영화이며 코미디 영화이고요.

어떤 분이 거창하게 이 영화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하시던데 도무지 못알아 먹겠더군요.

상업영화이고 오락영화에 예술영화적인 잣대로 이야기를 하시는 분의 글을 보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영화로 기록된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5)을 들먹이며 이야기를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기차가 달려오는 모습이 진짜 같아 놀랐다는 대목에서 본다면 진짜 3D영화의 시초는 이것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그 분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닐수도 있지요.

하지만 기록영화로써, 독립영화로써의 영화와 상업영화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은 조금은 오버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오락영화를 넘어서는 특이한 시도를 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냥 즐기세요! 즐기고 나서 이 영화를 이해해도 작품으로써의 가치도 있다는 것입니다.

 

 

PS. 이 영화는 영화 외에도 이야기꺼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우선 이 작품의 오리지널 원작으로 알려진 허영만 씨의 원작인 '제 7구단'이 알고보니 일본 작가인 미즈시마 신지의 만화 '야구광의 시'를 표절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몰랐다면 오다기리 조가 이 영화에 출연했을지도 의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디지털 동물학대(?)의 문제도 이 영화의 관심사죠. 실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지만 디지털 동물의 학대문제에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도 조금은 의문입니다.

아울러 저에게는 애증의 장소였던(?) 인천공항의 대한항공 격납고도 인상적입니다. 보통 격납고는 비행기를 정비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비행기를 잠시 세워둘만한 장소가 없을 때 활용되는 곳인데 링링을 맞이하던 장소가 바로 이 곳이라는게 특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