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까밀 리와인드]달라도 뭔가 다른 타임슬립 이야기... 당신에게 추억은 있었나요?

송씨네 2013. 7. 22. 00:37

 

 

예전의 무엇들을 기억할 때 사람들은 '그 때가 정말 좋았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추억에 관한 영화, 그리고 타임슬립에 관한 영화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추억을 되짚어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추억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조금은 힘든 경우도 있지요.

학창시절의 추억... '내 인생이 저렇지만 않았으면'이란 생각을 해보신 분도 계신가요?

추억에 관한 진지한 되물음... 영화 <까밀 리와인드>(프랑스원제 Camille redouble / 영문원제 Camille Rewinds)입니다.

 

 

 

 

2008년 어느 촬영장... 한 여인이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까밀(노에미 르보브스키 분)... 중년의 배우입니다만 딱히 알려진 작품이 없는 무명배우죠.

특별한 수입이 없어서 늘 괴롭고 술로 아픔을 달래는 날이 많습니다. 남편인 에릭(사미르 구에스미 분)은 그런 그녀가 지겨웠는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웠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남편 명의라서 나가야 할 상황이고요.

그러던 와중 돌아가신 부모님이 오래전 사주신 전자시계가 고장난 것을 확인합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남편이 준 청혼 반지도 빼버리기로 결심...

근데 시계방 주인(장 피에르 레오 분)은 그녀에게 의미심장한 말만 남기네요.

친구들과의 새해맞이 파티... 근데 우울하기만 하고 술이 땡깁니다.

5, 4, 3, 2, 1....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뻗어버린 그녀...

그런데 깨어난 곳은 병원입니다.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미셸 빌레모 분)과 어머니(욜랭드 모로 분)도 살아있습니다.

이런... 그녀가 깨어난 시간은 풋풋한 고등학교 시절의 1985년...

그리고 그녀의 절친들도 있습니다. 가장 조신해 보이지만 할 말, 할 일은 꼭 하고 마는 앨리스(헤어 인디아 분), 안경을 쓰고 있고 언제 실명할지 모르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루이스(줄리아 포레 분), 사총사 중에 가장 활발하지만 부모님 때문에 고민이 많아 스스로 셀프 입양까지 고민하는 조세파(주디스 쳄라 분)까지 이들 사총사는 절대 떨어질 수 업는 친구들이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년이 까밀에게 자꾸 구애를 하기 시작합니다. 다름 아닌 젊었을 때의 에릭...

근데 어쩌죠. 이미 쓰라린 불운을 맛보았던지라 에릭이 싫기만 합니다.

한편 까밀과 에릭은 얼덜결에 국어(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연극부를 운영하고 있는 선생님(매티유 아맬릭 분)에 이끌려 연극에 참여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보다도 까밀은 불안합니다.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그녀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초하기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과학 선생님인 알퐁스(드니 포달리데스 분)에게 마음만 먹으면 이론적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수업내용을 듣게 되지요.

그것에 확신을 가진 까밀은 자신은 미래에서 왔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걸 믿을리가 없는 법...

과연 까밀은 운명을 바꾸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이 영화는 여러분들이 많이 보시고 계시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일본 작품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일본 드라마 <진>(JIN)이 바로 이런 이야기죠.

헐리웃에서는 너무 자주 보게 되는 소재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옥탑방 왕세자>, <신의>, 그리고 최근의 캐이블 드라마인 <나인>에 이르기까지 타임슬립을 다룬 이야기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식상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도 많고요.

아마 여러분은 결국에는 프랑스 영화까지 이러는 구나 싶으시겠지만 장 르노가 등장한 1993년 영화 <비지터>에도 이런 타임슬립은 등장했기에 누가 원조라고 떠드는 것도 상당히 웃기는 일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이 영화도 뻔한 타임슬립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그 성격을 약간은 달리 하고 있다는 것이죠.

보통 과거로 돌아가서 아주 아주 먼 옛날이나 먼 미래의 누군가를 만나고 전쟁에 싸우고, 역사를 바꾸는 일이 대부분이라면 이 영화는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데 과거의 자신을 만나는게 아닌 본인 자신이 과거의 인물과 동일시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중년의 외모 그 상태로 타임슬립을 한다는 것입니다.

 

근데 이 내용 어디서 많이 본것 같다고요? 네 맞습니다... 이 영화는 사실 리메이크 작입니다.

<대부> 시리즈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86년 작품인 <페기 수 결혼하다>를 프랑스 버전에 맞게 리메이크 한 것이죠.

이 원작을 기억하신다면 이 리메이크도 자연스럽게 감이 오시지 않을까 싶은데요.(캐서방, 니콜라스 캐이지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죠!.) 아무래도 오래전 작품이니 이런 작품도 새로운 방식으로의 리메이크도 나쁘지는 않다고 보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 <까밀 리와인드>는 이야기 해볼만한 대목이 많은 영화라는 것이죠.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은 추억에 관한 되감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의 오프닝에 카밀이 차고 있던 전자 손목시계라던가 카세트 테이프 등이 수직으로 낙하하는 장면이 나오더니 몇 분 뒤에는 이 모습들이 거꾸로 등장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죠. 자신의 젊음이 있던 시절이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당시로써는 행복했던 순간이지만 지금의 모습에서는 과거로 돌아가고픈 순간이었던 것이죠. 모든 것을 바꾸고 싶었던 나머지 에릭과 만남을 멀리하고 다른 남자를 사귀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그 시절부터 아무런 생각없이 피고 마셔대는 모습에서는 젊음이라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술과 담배를 하지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처음으로 하고 그것을 완벽히 이어나갔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한 어머니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순간을 자책하며 죽지 말라 이야기하고, 단란했던 순간을 녹음기로 열심히 녹음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찡하기도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40-50대 주부들이 의외로 이 장면에서 많이 공감하시는 듯하더군요.)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에게는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일본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풋풋한 청춘에 해보고 싶은 일을 다해보지만 정작 그것이 자신의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많은 좌절을 하게 됩니다.

운명을 거스르고 과거의 좋지 않은 일을 막았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불운은 누군가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죠.

주성치의 영화인 <서유기 월광보합>(1994)처럼 수십번 주문을 외치며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악순환은 되풀이 되는 것과도 마찬가지이며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처럼 꿈으로 본 미래를 통해 어느 정도 그 좋지 않은 순간은 막아냈더라도 다른이에게 불운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이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재미있게도 운명은 변화하지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2008년과 1985년에 등장한 시계방 주인은 까밀에게 이런 이이야기를 합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 그게 현명함이란다"라고 말이죠.

뻔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많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운명은 바꿀 수 있지만 무조건 바꾸는 것보다는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까밀 리와인드>의 감독이자 배우는 노에미 르보브스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감독이라고 하는데요. 프랑스의 조디포스터라는 닉네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연기와 영화제작에 있어서 모두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의 나이가 내년에는 쉰(50)이라고 하니 나이답지 않은 의외의 유연함과 동안의 외모를 지니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이외에도 까밀의 어머니로 등장한 욜랭드 모로라던가 괴짜 선생님으로 등장한 매티유 아맬릭처럼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음악이 참으로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나 파티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복고 음악들이 등장하지요.

네나(Nena)의 '99 red ballons'와 싸이와 조형기 씨에게 영감을 준 바나나라마(Bananarama)의 'Venus', 프랑스 샹송 가수인 바바라(Barbara)의 'dis quand reviendras-tu?'(언제 돌아오세요?) 등의 폭넓은 음악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이 음악...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우리나라 영화 <과속스캔들>에도 나온 그 곡 카트리나 & 더 웨이브스(Katrina & The Waves)의 'Walking on Sunshine' 입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왜 1980년대일까라는 의문 말이죠.

한 버라이어티는 1980년대를 대표한 김완선 씨의 얼굴이 보여며, 승마바지의 소방차도 재등장했으며 모 패스트푸드에는 1980년대 컨셉의 햄버거와 더불어 매장에서는 1980년대 히트곡을 틀어주고 있지요.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추억팔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거가 좋았건 싫었건 그 때 그 시절만큼은 우리는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미래를 바꾸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는 부분에는 변함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가지가 덧붙어졌습니다. 운명에 얽매이지 말고 과거는 잊지 말되 그 과거에 집착하지는 말자는 것이 아마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묘하게도 요즘 청춘에 관한 영화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 자신에게 자꾸만 힘내라고, 정신차리라고 이런 영화를 보게 해주는 것 같네요.

세상을 살기에 너무나도 짧은 시간의 젊음... 그냥 이렇게 거지같이 살 수는 없겠죠... 안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