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송씨네의 이런 뉴스, 저런 뉴스

비오는 날의 부천영화제...

송씨네 2006. 7. 17. 18:06

지난주 7월 13일...

20006 부천 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에서 10회를 맞이한 올해 피판...

이상하게 부천영화제가 개막되는 시기는 장마철과 겹치는 일이 많았는데 올해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과 경기 지방의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된 상황이지만 올해도 부천은 어느때와 다름없이 분주하다.

 

비오는 날의 부천영화제 현장을 스케치한다.

 

 

 

 

 

7월 14일 밤 9시 53분 오정 아트홀...

 

 

판타스틱 11의 상영관 취소로 인해 급히 예전 장소를 구한 Pifan...

바로 그 중 한 곳이 오정 아트홀이다.

오정 아트홀은 오정구청 신청사에 있는 곳으로 시설은 최고이다.

하지만 영화제 상영장이 중동/상동 중심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원종동에 위치한 오정 아트홀까지의 이동은 그리 쉽지가 않다.

 

자원활동가의 말로는 보통 10시에 현장예매를 하는데 다른 곳과 달리 인적이 드물어서 영화를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날 내가 본 영화는 '퍼펙트 텐'(Perfect 10)이라는 작품으로 전체 상영관에 10분에 1도 안되는 적은 인원이 영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의 관객들이 나이드신 분들이었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매너 면에서는 빵점짜리 매너였다.

휴대폰을 진동으로 맞추지 않고 영화를 보고,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전화 오면 바로 받고, 그리고 발을 걷어차거나, 시끄럽게 잡담을 하거나...

영화 내용이 어르신들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걸로 인해 매너없이 행동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영화를 접하지 않는 분들이 이런 영화제에 관객으로 참여하는지라 자원활동가들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다음날 다시 오정 아트홀을 찾았다.

오후 3시...

상영관은 여전히 사람이 없다.

그런데 밖에는 많은이들이 모여 있다.

 

'문화 나눔 한마당'이란 행사가 진행중인데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많은이들이 오정구청 앞을 가득 채웠다. 오히려 영화제 보다도 더 인기가 많았다.

알뜰 바자회와 음악회로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르렀다.

영화제 자원활동가들은 이것을 이용해 홍보에 연염이 없다.

 

 

 

 

 

오정 아트홀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셔틀 노선에는 나를 포함하여 달랑 두 명 정도가 탑승하고 있었다.

주요 상영작이 버스 안 VTR로 방송되고 있고 빗속을 뚫고 셔틀버스는 가고 있었다.

 

 

 

3시 45분 부천 시청...

웬일로 이 곳에도 인적이 드물다.

학창시절 항상 이 곳에서 남은 시간을 때우고 다녔는지라 부천영화제의 주요 상영관인 부천 시청의 사정을 모를 일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다.

얼마전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듯 올해 영화제는 '아름다운 가게'와 주관한 행사도 있다.

안쓰는 물건들을 저렴하게 파는 행사가 바로 그것인데 비 때문인지 행사가 순조롭지가 못하다.

이럴 때는 비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프리머스 중동 오후 4시...

상동에는 극장이 많다.

하지만 너무 많아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느낌도 든다.

프리머스 중동의 경우도 시설은 좋으나 상가가 들어서지 않아 썰렁한 건물이다.

그런데 영화제 덕분에 때아닌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사실 과거 imc 11(현 판타스틱 11)이나 씨네올(현 롯데시네마 송내)의 경우에도 영화제 덕을 일부 보기도 했으니깐 말이다.

 

일반 영화를 보러 온 손님과 영화제 영화를 보러 온 손님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4시 30분 CGV 부천점...

프리머스와 비교해서는 별 차이는 없지만 프리머스 만큼 왁짜지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평소에 많은 이들이 모여 있는 극장이라서 그런 것일까?

오히려 예매 전용부스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런 것에 비하면 프리머스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서비스 게스트 자리를 빌려주는 모습도 좋았는데 말이다.

 

오후 5시로 넘어가면서 빗줄기도 굵어지는 듯 하고 거리에는 사람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 상동의 음식점 거리는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다시 부천시청...

부천 시청에서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전 날 오정 아트홀에 비하면 사람이 많은 편이다.

음식물 단속이 철저히 이루어지고 상영관 스텝이 강냉이를 싸들고 온 어르신들을 조심스럽게 타일러 음식물을 회수해간다.

 

토요일 본 작품은 '북의 영년'(Year one in the North)이란 일본 작품으로 일본식 '새마을 운동'과 더불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우리에게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알려진 유키사다 이사오 작품의 최근 작품이다.

일본의 국민 배우인 와타나베 켄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끝나고 나니 밤 12시...

토요일 밤에 내린 비는 온 거리를 물바다로 만들었고 이런 날 택시라던가 다른 교통 수단을 잡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영화제 기간일 수록 교통 대책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7월 16일 일요일 오후 4시 30분 시민 회관...

관객들이 없긴 여기도 마찬가지인가?

자원활동가들끼리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원활동가들에게 '시네락 나이트'의 판매상황을 물어보니 1200여석 중에서 한 500여석 정도가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시네락이 피판의 효자 종목(?)임을 알아서 그런지 그들의 말에는 자신이 있어 보이는 분위기이다.

 

 

 

4시 45분 복사골 문화센터...

부천 영화제의 중추신경을 담당하는 복사골 문화센터...

이 곳은 자리가 넓어서 그런지 유동현황을 알기가 쉽지가 않았다.

영화제 스폰서들이 1층을 가득채우고 있었고 상영관인 2층도 마찬가지였다.

 

 

 

부스중에는 이색적인 부스가 보였는데 피판의 역사를 알려주는 미니 사진전이다.

10년을 결산하는 만큼 의미도 새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故 이은주의 생전 모습도 보인다.

 

 

 

3층에는 세계의 여러나라에서 벌어지는 영화제들의 포스터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톡톡튀는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영화제 포스터가 많았다.

 

 

 

상영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영화제 이벤트가 벌어질 예정이다.

자음으로 된 낱날을 보여주고 영화제 관련 퀴즈를 맞추는 이벤트가 한참 벌어지고 있었다.

모두들 흥에 겨운 분위기이다.

 

 

 

 

부천 시청 밤 11시 15분...

서울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부천으로 다시 이동했다.

영화를 보기가 참 이렇게 힘들어서...

 

부천 영화제의 꽃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심야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킹덤'(The Kingdom)이 부천 영화제의 심야 상영의 시작을 알렸고 심야 상영은 이제 낮선 일이 아니게 되었다.

 

영화 상영전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가수 한대수 씨 였다.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한대수 씨는 양복차림에 다른 심사위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계속 비춰졌다.

 

 

이 날 상영된 작품은 '다세포 소녀' TV 버전과, '안녕 프란체스카'의 애니메이션 버전인 '애니 프란체스카', 그리고 일본 작품인 '공포 기형 인간'이 상영되었다.

 

'다세포 소녀'는 곧 개봉 예정인 이재용 감독의 장편 영화와는 조금 다른 버전이다.

케이블 체널인 수퍼 액션을 통해 4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가 본 작품은 이들 에피소드 중의 9개의 에피소드를 본 것이었다.

옴니버스 형식이라 각각 작품마다 다른 감독들이 연출한 것이 장편 영화버전과 다른 점이다.

물론 배우들도 영화버전과 TV버전은 틀리다.

TV 버전은 부천영화제에서 첫 상영된 이 작품은 이 날 심야 상영장에 배우와 스텝들이 깜짝 무대인사를 갖기도 했다. 특별이 이 날 이 작품의 원작자인 B급 달궁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애니 프란체스카'도 부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인데 TV 시트콤과는 다른 버전으로 등장인물에는 변화가 없으며 더빙 역시 출연진 대부분이 직접 참여하였다. 다만 프란체스카 역의 심혜진과 엘리자베스 역의 정려원의 경우 성우들이 대신 이 역할을 맡아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시트콤 버전과 다르기 때문에 두일 역을 맡은 이두일 역시 애니 버전에서는 부활하게 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마지막으로 '공포 기형 인간'은 최초는 아니지만 피판에서 거의 독점으로 상영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였다.

일본 컬트 영화의 제왕이라고 불리우는 이시이 데루오의 작품으로 1969년 그 당시로는 파격적이나 지금 관객들로 볼 때는 엉성한 특수 효과에 쓴웃음을 보일 관객들도 보이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 

 

 

 

첫 영화의 상영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영화제 측이 제공한 맥반석 달걀과 요구르트가 제공되었다.

맥반석 달걀과 요구르트 역시 심야상영에서의 피판의 전통(?)으로 인식되는 이벤트 중의 하나였다.

 

 

 

 

 

 

7월 17일 새벽 6시 40분...

34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끝나고 새벽이 왔다.

관객들은 각자의 목표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하늘에 여전히 빗줄기는 굵게 내리고 있었다.

 

 

 

 

 

영화제는 이제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영화제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일부 상영작이 취소되거나 영사사고 역시 올해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게 자원활동가들의 잘못이나 영화제 사무국으로 돌린다는 것은 매우 억울한 일이 아닐까 싶다.

 

비가 오는데도 이렇게 수고하는 많은 자원활동가들의 모습이 있는데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건너편에 자원활동가 한 명도 버스에 타고 있었다.

그들도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리고 셔틀버스나 주차안내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들은 정말로 고생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비가 이렇게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