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라디오 스타-이준익의 밉지 않은 라디오 예찬론...

송씨네 2006. 10. 1. 01:01
(2006/한국)
장르
드라마
감독
이 영화는 이런 내용이야!

1988년 MBS 가요 대상... 영예의 대상은...

둥둥둥... 

'비와 당신'의 최곤!

 

그리고 2006년 미사리 카페...

왕년에 잘나가던 최곤 락 가수 최곤이 보잘 것 없는 라이브 카페에 기타를 튕기면서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고 있다.

손님과 대판 싸운 그는 합의금 마련 때문에 어절 수 없이 지역 라디오 방송국 섭외를 응하게 된다.

 

영월... 거기 라디오 듣는 사람은 그래도 있긴 있는거야?

그의 20년지기 매니저 민수를 믿지 못하겠다.

어쨌든 간다... 영월로...

 

하지만 방송국이 아닌 코딱지만한 송신소에서 방송을 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

첫방부터 욕설과 난투극이 교차하는 방송을 마친 최곤...

그러나 점차 그의 방송에 마니아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지독한, 광적인 마니아 '이스트리버'도 그의 방송에 동참하는데... 

이 영화... 난 이렇게 봤어!

별님의

생각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영화 리뷰를 쓰기전에 항상 나는 포탈사이트에서 이미지를 가져온다.

오늘은 특별히 이미지 하나를 덧붙었다.

오른쪽 끝에 있는 것이 무언가 궁금해 할 것이다.

바로 실제 라디오 방송국의 큐시트(대본)이다.

라디오...

나는 라디오 방송국의 방청도 가보고 직접 마이크를 잡고 한시간을 그렇게 떠든 적도 있었다.

물론 혼자 떠들지는 못하지... 음악도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테고...

 

라디오의 매력은 간단한 장비만 있다면 쉽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 TV가 있기전에는 TV보다도 체널(주파수)도 많다는 장점도 있었고...

지금은 인터넷, 케이블 TV... 그리고 DMB의 보급으로 라디오의 시대는 끝났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라디오 스타'는 전작 '왕의 남자'를 생각하면 스케일도 작고 그 전 작품인 '황산벌'을 생각하더라도 정말 작은 스케일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작품은 잔잔하면서도 그 속에 웃음이 있다.

그 웃음은 쓴 웃음일 수도 있고 즐거운 웃음일 수도 있다.

어쩌면 '라디오 스타'는 전자 일수도 혹은 후자 일 수도 있다.

 

폭행과 마약 등으로 과거의 명성을 잃은 한 가수가 여기 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앞에서처럼 그는 기타나 튕기면서 찬란한 과거를 회상할 뿐이다. 그런 그가 작은 도시의 방송국(실제로는 지방총국의 송신소...)에서 방송이나 해야하는 상황이다.

 

영화 속의 김장훈 노래처럼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 하지 말아야 하며 전인권(들국화)의 노래처럼 세상은 '돌고 돌고 돌고'있으니 언젠가는 자신에게 좋은 날도 올 것이라 최곤은 믿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영화에는 라디오라는 공간적 소재 때문에 많은 노래들이 등장한다.

특히 많은 언론에서 조용필의 노래가 영화속에서 쓰인 것은 이래적인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중현의 '미인'이라던가 '아름다운 강산'처럼 좀처럼 쓰이기 힘든 노래들이 영화속에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준익 감독의 파워를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조용필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의 경우는 안성기와 중학교 동창이라는 점이 한몫을 했지만 슈퍼스타들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영화 한편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 분명하다.

 

 '라디오 스타'에서 영월에서 첫방송을 시작했을 때 흘러나오는 노래와 전국방송을 시작했을 때 첫노래는 재미있게도 제목에 라디오가 들어가는 노래이다.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라던가 미국 MTV 시대의 서막을 올렸던던 그릅 버글즈의 'Video Killed Radio Star'가 영화의 분위기를 신나게 고조시킨 점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영화는 라디오의 추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더 중요한 것은 한 가수와 그의 매니저와의 의리와 우정이 중심이고 그 뒤에 라디오라는 매체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20년 이상을 함께해온 최곤의 매니저 민수는 최곤의 방송이 히트를 치고 전국방송으로 확대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민수는 매니지먼트 회사의 조심스러운 제의를 받고 최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니저를 그만두라는 협박(?)을 하기에 이른다.

최곤은 어느새 영월을 잊지 못하고, 매니저를 잊지 못하면서 서울로의 전국진출을 포기하고 영월에서의 전국 송출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최곤의 단골집인 순대 국밥집의 주인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찾고 싶다고 방송에 울부짖듯 최곤 역시 집나간(?) 매니저에게 돌아오라 호소한다.

이 외에도 앞에 장면을 보면 다방 여종업원이 자신의 어머니를 추억하거나, 백수의 신세한탄, 소심한 꽃가게 총각의 프로포즈 방법 등 작은 도시에서의 작은 사건들이 마치 뻥튀기에 돌린 옥수수처럼 곱절로 변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게 된다.

 

라디오는 이렇게 평범하고 소박한 시민들을 스타로,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그렇기에 이런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예찬론은 그렇게 밉게 보이지 않는다.

라디오는 이제 희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영화속 영월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라디오의 현실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청취율에 방송국은 목숨을 걸고 음악보다는 수다로 방송 시간을 까먹는 프로그램만 늘었다.

젊은 청취자 챙긴다고 젊은 이들 위주로 방송이 진행되고 나이든 사람들은 소외를 당한다.

그리고 앞에 이야기 하였듯이 다양한 미디어가 생김에 따라 라디오는 영화의 현실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라디오의 디지털화라던가 인터넷의 보이는 라디오 등의 다양한 방안이 연구되고 있지만 솔직히 라디오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다.

 

 

이 영화가 제목처럼 빛을 밝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안성기와 박중훈의 연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한국영화에서는 최고의 콤비라고 말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1998년 칠수와 만수, 1993년 투캅스,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안성기와 박중훈의 질기고 질긴 고무장갑과도 같은 인연은 여기서도 크게 작용하여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연기가 될 것 같은 모습으로 그들의 연기는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들은 어쩌면 영화계의 서수남과 하청일인지도 모른다.)

 

 

 

또한 라디오 스타의 잔재미라면 감초 배우들과 카메로로 등장한 스타들의 의리출연이다.

 

'분신사바' 이후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최정윤은 최곤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PD로 등장하여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고, 순진한 엔지니어 역할로는 '왕의 남자'에서 육갑(유해진)과 환상의 콤비를 이루었던 '칠득'역을 보여준 정석용이 맡았다. 깐깐한 영월 총국장의 정규수와 서울의 라디오 총국을 맡는 국장으로 윤주상이 맡아서 영화의 잔재미를 주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인상적인 출연진은 인디 밴드 '노브레인'이다.

'크라잉 넛'과 더불어 인디밴드 기획사인 드럭에서 명성을 떨친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여기서 재기발랄한 동네 락밴드 '이스트리버' 밴드 역할을 맡았다.

영화에서 최곤(박중훈)의 히트곡을 자기 멋대로 부르거나 혹은 자신들의 실제 히트곡인 '넌 내게 반했어'를 부르는 장면은 정말로 압권이다.

 

영월을 무시하고 최곤과 민수를 무시하는 악역(?)은 실제 방송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방송인 임백천과 가수 김장훈이 맡았다.

임백천의 연기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김장훈은 솔직히 '아직도 별로'라는 표현이 좋을 듯 싶다.

생방송 때 최곤에게 전화로 따지는 연기는 좋았지만 소속사 대표와 영월 방송국에 나타나 행패를 부리는 장면에서 김장훈의 연기는 좀 어색했다.

(영화 포탈 '무비스트'가 두고 두고 네티즌들이 뽑은 역대 최악의 영화에 '긴급조치 19호'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서세원의 연출만큼이나 김장훈의 연기때문에 말이다.)

 

 

 

 

 

라디오는 아직 죽지 않았다.

"형이 그랬잖아. 별은 혼자 빛나는 게 아니라고. 얼른 와서 나 좀 빛내줘. 같이 반짝반짝 빛나보자구"

최곤의 대사처럼 라디오라는 매체도 많은 이들의 노력이 없다면 외면받는 대상일지도 모른다.

정말 오늘은 웬지 추억의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 찾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녹음을 하면서 들었던 재미는 사라지고 인터넷으로 다시듣기만 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참 씁쓸해 보인다는 것이다.

공테이프 찾아 녹음하는 것이 아닌 mp 3로 순간 녹음했다가 바로 지우는 것처럼 세상은 발전하고 좋아졌지만 예전의 모습을 찾는 사람들이 아직은 그래도 남았다는 생각을 해보는데 그래도 우울하긴 우울하다. 요즘 라디오를 들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