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007 카지노 로얄-금발의 제임스 본드... 타짜가 된 사연?

송씨네 2006. 12. 14. 23:31
이 영화는 이런 내용이야!

그냥 평범한 첩보요원 본드는 체코에서 위험인물 암살에 성공하고 '007'이란 살인인증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그냥 그렇게 끝나면 될 것을...

마다마스카에서 대사관을 날려버리다가 첩보국 대장 'M'에게 경고를 받는다.

그러나 뭔가 캥기는 것이 있었던 우리의 본드...

바하마에서 드리트리오스 라는 인물이 테러 조직의 거물급 인물이자 자금책인 르쉬프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고 몬테네그로로 또다시 이동한다.

이번에는 본드에게 자금을 대줄 베스퍼를 같이 투입한다.

이들은 르쉬프와 포커대회에 출전하여 르쉬프가 돈을 잃도록 만들 예정...

그러나 번번히 돈만 잃고나는 본드...

본드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본드 진정한 타짜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개털되고 나서 영국으로 돌아가느냐?

이 영화... 난 이렇게 봤어!

별님의

생각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사자 한마리가 '어흥~' 거리면서 MGM 로고가 뜬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구나...

벌써 스물 한번째의 007 시리즈가 우리 앞에 왔다.

그런데 '카지노 로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이다.

1967년 이미 '카지노 로얄'이란 이름으로 영화가 하나 나왔다.

하지만 이 작품이 정식 007 시리즈냐, 아니냐는 지금도 논쟁중이다.

분명한 것은 당시 이 시리즈는 이안 플레밍의 원작인 것은 맞지만 MGM 측에 넘기지 않은 작품들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MGM이 아닌 다른 다른 곳에서 제작을 하게 됨으로써 정식버전의 007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은 결국 이 작품도 마지막에 MGM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1967년에 먼저 만들어진 '카지노 로얄' 입장에서 보면 리메이크이지만 2006년 작품은 정식으로 만들어진 스물 한번째 007 시리즈이다.

 

또한 우리는 여섯번째 제임스 본드를 만나게 된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섭외과정에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 제임스 본드였던 피어스 브로스넌을 능가할 수 있느냐는 의문과 검은 머리의 제임스 본드가 아닌 노란머리의 제임스 본드라는 점이 논란꺼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 논란을 잠재우려고 실제 영국 여왕에 앞에서 시사회를 제의하는 과감한 이벤트를 벌이게 된다.

하지만 안티없는 사람없다고 다니엘 크레이그가 선정된 것에 대해 일부 007의 마니아들은 이에 반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그냥 지켜봐달라는 말외에는 할 말이 없듯 싶다.

어쟀든 뚜껑은 열렸고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 007은 좀 다르다.

007의 자랑꺼리인 첨단무기도 없고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는 본드의 모습도 보인다.

오프닝에서 몰라카와의 대결에서 몰라카(세바스찬 푸킹이란 배우로 실제 프랑스 육상 대표란다. 역시...)가 뛰는 모습은 마치 야마카시(맨몸으로 빌딩과 난간을 뛰어넘는 퍼포먼스이자 스포츠)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짜릿하다. 그러나 반면 우리의 본드는 너무 부실하여 아슬아슬 뛰어넘고 그것도 모자라 자빠진다. 전의 007이라면 이렇게 나약하게 나오지 않는다.

물론 어렵사리 몰라카를 따라잡은 본드...

하지만 이 영화는 본드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괴물'을 만들었을 때 괴물이 자빠지고 힘겹게 장애물을 통과하는 모습속에서 기존 괴수영화와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새로운 007은 아직도 해결할 과제가 많다.

 

우선 이 작품이 아쉬운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초반의 그 장면을 제외하고는 그 이상 본드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나타낸다고 노력했지만 그렇게 보일 정도는 아니다.

베스퍼가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따뜻하게 감싸주는 본드의 모습은 인간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 장면 하나를 가지고는 인간적이다라고만 말할 수는 없었다.

 

또한 본드걸이 다시 나약해지는 모습도 솔직히 별로였다.

아무래도 가장 용감한 본드걸이라면 피어스 브로스넌과 같이 호흡을 맞춘 양자경일 것이다.

기존의 'Help Me~!'를 외치고 다니던 본드걸이 아닌 본드와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친다.

그런면에서 용감한 본드걸이 아닌 힘없는 본드걸은 아직도 여자라는 존재는 나약하다라는 차별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본드걸로 나선 에바 그린은 매우 반가운 인물이었다.

소피 마르소, 양자경 등 다양한 본드걸이 활약했지만 에바 그린 역시 또다른 매혹적인 자태를 보여주는 것은 분명했다. 에바 그린의 모습은 어찌보면 명연기와 더불어 탁월한 몸매를 지닌 배우인 모니카 벨루치를 떠올리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착한 몸매'가 그것이다. 물론 나도 이런 표현 쓰는 것은 별로지만...)

 

악당역을 맡은 르쉬프 역의 매즈 미켈슨은 덴마크 배우로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이다.

르쉬프는 악당이긴 하지만 과거 007의 강력한 악당 케릭터를 생각하면 너무 모자란 케릭터이다.

테러 조직의 자금을 책임지는 인물이지만 주가 조작으로 오히려 파산일부 직전에 몰린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그가 얼마나 사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없다.

과거 007 시리즈에서 인상이 남는 악당을 뽑으라면 상어이빨을 가진 일명 '죠스'이다.

본드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인물이자 어떤 물건이든 강한 이빨과 큰 덩치로 무너뜨리는 사람이다.

물론 이후에도 북한의 엘리트 장교, 미디어를 장악하는 독재자 등의 다양한 케릭터들이 있긴 했지만 강한 힘을 가진 케릭터 보다는 두뇌로 승부를 거는 케릭터들이 다반사였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르쉬프라는 배역은 힘도 없고 그렇다고 두뇌로 승부를 거는 케릭터도 아니다.

다만 눈에서 흐르는 피눈물 정도가 무시무시한 인물이라는 것만 이야기 해줄 따름이다.

악당 케릭터를 악날하게 만드는 것 역시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또한 과거 007 과의 다른점이라면 악당들과의 설전을 버리는 장면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실 르쉬프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을 절정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의외의 절정장면은 베니스 선상 유물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곳에 흔히 말하는 대빵(큰 두목)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오히려 돈만 들고 튀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드걸의 죽음을 강조하고 그것에 슬퍼하는 본드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 같았는데 하지만 액션 영화를 우리가 돈주고 보는 이유는 나쁜 사람을 물리치러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려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점에서 마지막 장면에서 그제서야 우리가 듣는 'Bond, James Bond'라는 대사는 오히려 맥이 빠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사는 중간쯤 듣고 나서 그리고 악당을 처단하러 가는 장면이 나와야 정상이 아닐런지?)

 

 

 

하지만 이 영화가 007 시리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007 시리즈 특유의 오프닝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역시 이 영화의 오프닝도 달랐다.

기존 007 시리즈에서 실루엣들이 살짝 비치는 미녀들의 모습이 시리즈를 장악했다면 이번에는 미녀의 실루엣이 등장하는 장면 대신 트럼프 카드 이미지를 이용한 오프닝 장면들이 눈에 띈다.

가령 오프닝 그래픽에서 악당을 처치하고 악당이 흘리는 피를 표현할 때 카드의 클로버, 하트 등의 모양으로 대체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또한 본드가 총을 방아쇠 구멍 사이로 관객들을 상대로 총을 쏘는(그리고 그 구멍이 핏빛으로 물드는...) 007 특유의 매인 장면역시 보통 바로 총을 쏘고 다시 그 구멍이 화면 전환으로 이루어지던 것에 반하여 어두운 흑백 화면에 체코의 위험인물을 암살하려는 장면부터 보여준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그 특유의 007 오프닝 장면이 시작된다.

오프닝의 순서를 조금 바꾼 점은 인상적이지만 새 007 시리즈는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려는 나머지 오히려 부족한 부분이 더 많았다.

 

 

과연 다니엘 크레이크가 얼마나 많은 007 시리즈에 출연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무엇보다 더 걱정인 것은 앞으로 007의 악당은 누가 되느냐는 문제이다.

다양한 악당들이 등장했으니 악당들에 대한 소재도 고갈되기 일부직전일지도 모른다. 구소련은 통일 되었고 냉전시대는 거의 화해의 분위기이니...(북한소재도 쓰고, 미디어를 장악하는 재벌도 소재에 사용했으니 이제 악당이 될만한 사람들은 다 써본 셈이다.)

새로운 악당의 개발(?)도 시급하지 않을까? 

 

 

PS. 최신무기가 등장하지 않아 섭섭했다.

그러나 본드 역시 첨단화, 정보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모바일(휴대폰)을 이용한 장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좀 어이가 없는 것은 차안에서도 저 멀리 외국의 본부에서 화상통화가 가능하고 그것도 모자라 심장 멈춘 대원을 살린다는 설정 역시... 이번 영화에서는 움직이는 구급차였으니, 다음번에는 본드의 자동차가 캠핑카(?)로 나올지도 모른다.

 

하나 더, 007는 또하나 관광홍보 영화로 전략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곳에 해외 로케... 정말 돈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베니스, 영국, 마다마스카, 프라하, 바하마...

원없이 여행이나 떠나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