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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어렵긴 해도 쓰레기는 아니다!

송씨네 2006. 8. 27. 21:18
(2006/한국)
장르
멜로, 드라마
감독
이 영화 대략 이렇다...

세희와 지우는 연인이다.

지우는 영화같은 영상물을 만드는 평범한 남자이며 세희 역시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서로의 사랑이 식었다고 믿는다.

아니, 그것은 세희 혼자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세희는 아무런 이별 통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우 곁을 떠났다.

6개월이 지났다. 잊고 싶지만 싶게 잊쳐지지 않는 그녀...

항상 세희와 지우가 자주 찾던 카페에서 한 지우는 한 여인을 만난다.

카페 종업원인 새희... 세희가 아닌 새희...

이름도 비슷한 그녀가 웬지 모르게 지우는 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희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다.

별 들에게 물어봐~!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이 영화 이렇게 본다면...

얼마전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김기덕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들을 하였다.

그 중에는 최근 큰 흥행스코어를 거두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야기도 있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겠지만  이 작품은 자칫 우리나라에는 못볼뻔한 작품이 되었다.

개봉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선언을 한 김 감독...

그러다가 몇 개월 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씨네 21의 '시간'의 단독시사회(이 때는 단독일 수 밖에 없었다.)가 열렸고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제와서 그가 한국영화계를 은퇴한다면서 자신의 영화는 쓰레기였다고 이야기하였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어렵고 난감한 그의 스타일이 문제여서 그렇지 그의 영화는 분명 쓰레기는 아니다. 적어도...

내가 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중에 유일하게 본 것은 '사마리아'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나서 사람들이 왜 김기덕 감독을 별종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영화는 황당한 코미디나 어이없는 피튀김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었다.

아니었는데도 그런 소리를 들었다.

지나치게 성(Sex)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서일지도 모르지만 그걸로 치자면 홍상수 감독, 장선우 감독도 있고(홍상수 감독은 덜자극적이게 담지만...)도 있고 더 가까이 보면 얼마전 호러영화로 신고식을 치룬 봉만대 감독도 있겠지만 김기덕 감독이 일부 관객들에게 왕따 취급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앞에도 이야기 했지만 좀 어려워서 문제이지 그의 영화는 문제작이라고 보기에는 이 역시도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국에서 인정받고 우리나라에서 인정을 못받으면 문제작이 될 수는 있겠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배급사 스폰지가 이 영화를 수입배급(그냥 배급이 아니다. 한국도 자신의 영화를 수출한 나라 중 하나라고 김 감독은 이야기했으니...)하여 극장에 걸리긴 했다.

 

이 영화는 마치 '메비우스의 띠'와도 같은 영화이다.

시작지점과 끝지점이 분명치 않는... 분명 걷고 있는데 돌아서 보면 제자리에 서 있는 그런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메멘토'나 '이터널 션샤인' 같은 영화도 바로 이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구나 이 영화들 중 '이터널 션샤인'과 '시간'은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서로의 기억을 각각 서로가 지우고 있는 것이다.

'이터널 션샤인'에서는 라쿠나라는 기억을 지우는 회사에서 그렇게 하고 있고 '시간'은 기억은 지우지 못하더라도 서로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통해 그들의 추억조차 꺼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시간'의 시작과 끝은 같은 부분이다.

'새희'와 '세희'는 동일한 인물이지만 또한 다른 인물이기도 하다.

'또 다른 나'이지만 동경의 대상 혹은 라이벌인 것이다.

세희는 최근 문제화 되고 있는 성형중독자의 대표적인 전형의 모습이다.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질려버렸다고 생각하고 수술을 통해 남자에게 접근한다.

그 남자 지우는 결국 새희를 사랑하게 되지만 한구석에는 세희를 잊지 못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알게 된 세희는 새희가 되어 지우를 떠보기로 맘먹지만 결국 자기 자신도 다시 수술대로 달려가는 상황이 되고 만다.

 

김기덕 감독은 '새희'와 '세희'라는 한 획 차이가 나는 이름을 이용해 관객들을 웃기기도 조롱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조롱은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조롱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려는 장치였는지도 모른다.

 

'세희'를 연기한 박지연과 '새희'를 연기한 성현아는 동일인물이지만 각각의 색다른 연기를 선보였다.

'용서 받지 못한자'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하정우는 더욱더 업그레이드 된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이래서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통하는 것 같다.(하정우는 예명이며 그의 아버지는 탈렌트 김용건이다.)

 

봉만대 감독의 '신데렐라'에 이어 성형인간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다룬 또하나의 작품이 된 '시간'...

쓰레기 영화는 따로 있는데 자신의 영화를 그렇게 깍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웰 메이드의 진정한 표준은 무엇인가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PS. 과거의 그의 영화를 생각하게 되면 중간 중간 조크가 들어간 것이 인상적이다.

물론 이 조크 역시 김기덕 식이다.

뭔가에 막혀도 한참 막혀있는 감독은 분명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