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용서받지 못한 자] 현실 속의 군대, 그리고 현실인 영화...

송씨네 2005. 12. 11. 00:43
나의 평가 :
#신병
신병이 들어왔다.
신병이 들어오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무반 투고(두번째로 높은 고참)인 태정에게는 이번 신병은 그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중학교 동창인 승영을 여기서 보게된다니...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여기는 군대라서 아무리 나이가 같고 동창이라도 그런것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반발심
승영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군대라는 이 세상이 말이다.
자신도 눈 있고 발 있으면서도 왜 고참들은 후임들에게 슬리퍼를 가져오라고 시키는지...
그리고 사사건건 간섭은 왜 이리도 심한지...
승영은 결심한다. 내 밑으로 들어오는 후임들에게는 절대 그렇게 안하기로...
 
#되풀이 되는 악몽
승영 밑으로 신참이 들어왔다.
하지만 악몽은 되풀이되게 마련이다.
내무실 왕고 수동을 비롯해 일부 고참들이 여전히 승영을 괴롭히며 이 어리버리한 이등병인 지훈까지 괴롭힌다.
참을 수 없다. 화가 난다.
승영은 겁도 없이 수동의 지시를 무시하고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반응과 구타, 욕설...
그리고 또 그것이 선임에서 후임으로 그 후임에서 더 후임으로 되풀이되고 있었다.
 
-몇 년 후...-
승영은 상병이 되었고 태정은 전역하여 그럭저럭 살고 있다.
갑작스러운 만남을 요청한 승영의 전화에 태정은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만 그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
또한 그 것은 이들의 만남이 잘못된 만남임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학졸업 작품은 거기서 거기라는 소리를 항상 듣는다.
제작비 조달문제도 그렇고 장소섭외 등에 신경쓰다보면...
결정적으로 배우 섭외까지 신경써야 할 상황이 오면 시나리오가 엉성함이 금방 들통나게 되고 엉성하지 않은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연기와 섭외 실패로 졸작이 되어버리기 쉽상이다.
언듯 게그맨 임혁필을 떠오르는 외모로 인상에 남는 이 남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첫 데뷔신고식을 한 윤종빈 감독의 모습이다.
윤 감독은 여기서 감독 뿐만 아니라 어리버리한 이등병 지훈의 모습으로도 등장한다.
 
그런데 이 작품 너무 공감이 간다.
군대를 전역한지 1년이 넘어가지만 군대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단골 레파토리이며 여성들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레파토리이기도 하다.(물론 이 레파토리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있다.)
군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다룰법 하지만 그저 홍보영화용으로 제작되는 바른 생활 군인이야기가 대부분인 것을 생각하다보면 그동안 군대에서 얼마나 나는 이 식상한 홍보 드라마만 보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식상함에서 탈피하고 아직도 군대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서열에 대한 문제와 구타, 가혹행위에 관한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대부분 군대에 간다.
거기서 짧으면 2년이요, 길면 몇 개월이 늘어난 상태에서 군생활을 한다.
이등병으로 있으면 고참들의 눈치를 보느리라 바쁘고 아무것도 몰라 실수를 되풀이한다.
화장실에서 울기도 하며 눈물 젖은 초코파이나 봉지라면(일명 '뽕라면')을 먹기도 한다.
전화받을 때는 재빨리 관등성명을 대야하며 '통신보안'과 '충성'을 빼먹으면 돌아오는 것은 고참들에게 들어오는 욕들이다.
이등병 중 정말 어리버리한 병사가 있으면 그 중 일부 짖꿏은 선임병들(특히 그 소대나 중대 왕고들...)은 이들을 공격하며 심지어는 저건 쇼라고, 혹은 설정이라고 이야기한다.(본인도 고참들에게 그런 소리를 수 없이 들었으니깐...)
 
이렇게 공감가는 소재들은 군대를 전역한 이들과 복무중인 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고 있고 그 때문이었는지 부산영화제에서는 일부 상을 휩쓰는 성과도 보여주었다.
남자들의 이야기가 재대로 먹힌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속에 보여지는 것이 모두 진실일 수 없으며 또한 너무 과장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다.
가령 화장실에서는 대부분의 부대는 경례를 하지 않는다. 더구나 일부 부대에서는 남아있을지는 몰라도 이른바 선임이 후임을 불러놓고 하는 집합이라는 것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선임들은 후임들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할 줄 안다.(물론 여전히 괴짜, 짖꿏은 선임도 여전히 있지만...)
따라서 영화속에서 수동이 승영의 편지를 엿보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 조금 억지도 있지 않나 싶다.
 
영화는 남자의 이야기인지라 여성들에게 얼마나 공감할지는 미지수이다.
물론 군대갔다온 남성들은 이 작품에 대단히 공감할 것이며 나도 공감하는 바이다.
영화에서 어리버리한 이등병으로 등장한 지훈은 결국 애인과의 결별과 고참들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자살 이후 자신이 지훈을 죽였다고 생각한 승영은 역시 괴로움에 휩싸이고 휴가중 결국 욕실에서 싸늘한 시신이 되어 태정 앞에 나타난다.
승영은 태정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다.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그렇게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된 자신의 현실을 태정에게 말하지 못하고 그렇게 승영은 세상을 뜨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중간에 등장한 장면과 동일하다.
단지 카메라의 정면에서 태정과 승영의 모습을 잡았던 것이 중간의 장면이었다면 마지막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뒷통수가 등장한다.
승영은 자신은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태정은 포기하라고, 그리고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군대에서의 삶이 논리적인, 순리대로 사는 삶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충고하지만 승영은 절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정의 전역 후 어느새 승영 역시 자신도 태정을 비롯한 고참들처럼 변해가고 있음을 이제야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알았을 때는 때는 너무 늦은 시기였던 것이다.
 
군에 대한 농담은 수도 없이 많다.
군에 입대하면 나라의 아들이 되지만 면제 혹은 공익으로 빠지면 신의 아들이 된다는 이야기나 맞고 때리는 것은 추억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반대로 맞은 사람에게는 악몽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들 등등...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우리는 대한민국 4대 의무인 병역의 의무를 지러 군대에 가는 것이다.
총기난사 사건을 비롯해 구타, 가혹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줄어들긴 했어도 병사들의 자살사고도 끊이지 않는 것이 군대이다.
가끔 군 시절 사람들을 만난다.
그 때는 추억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악몽이었노라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아니, 악몽도 있었지만 그들은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어했을 것이다.
 
군대...
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먼훗날 그 때 그 젊은 청춘들이 나이가 들어 중년을 바라보다 술자리 기회가 생길 때는 그 시절 그 이야기를 악몽이 아닌 추억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면 한다.
 
PS. 출연배우들의 이력도 참 인상적인데 태정 역의 하정우의 경우는 아버지가 탈렌트 김용건 씨라는 점과 더불어 얼마전 막을 내린 '프라하의 연인'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
승영역의 서장원은 역시 아버지가 탈렌트이다.  탈렌트 서인석 씨가 그 주인공.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버지의 끼는 아들역시 물려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아버지가 탈렌트였다고 그것을 무기로 연기 생활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연규진 씨의 아들 연정훈, 故 김무생 씨의 아들 김주혁...
이들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아버지와 또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점에서 볼 때 연기자 2세 자녀들의 연기에 대한 자부심과 마음가짐이 보통 다른 연기자들보다도 더 배로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PS 2. 윤종빈 감독이 육군본부로 항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육군본부 측에 묻고 싶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보여주었다면 과연 이 작품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을까라는 의문말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이런 경우 때문에 퇴짜를 받고 결국 협조없이 만든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헐리웃에서는 오히려 군대가 영화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심지어는 최신 장비를 미리 영화에서 선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군은 아직도 숨길 것이 많은 것 같다.
이제 그만 숨기고 영화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