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다섯은 너무 많아

송씨네 2005. 12. 4. 02:00
제 이름은 시내입니다.
그냥 평범함 여자이고요,
도시락 가게에서 사장님과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루한 일상...
늘 그렇게 저는 혼자 가게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녀석이 가게에서 물건을 사가고는 가게 사진을 찍고 도망을 가는 겁니다.
그거 있잖아요. 식파라치인지, 봉파라치인지 해가지고...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주는 사람들을 신고하는 제도 있잖아요.
신고자는 포상금 주고, 어긴 사람은 벌금 왕창 내야하고...
그 녀석(동규)이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더라고요.
오기가 발동한 저는 그 녀석을 향해 돌을 힘껐던졌는데...
그런데 이 녀석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데요.
거참, 환장하겠구만.
그리고요, 제가 저 칭찬하는 것은 아니지만 천사표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돈못받고 식당 그만둔 조선족 처녀 받아주고, 그리고 그 조선족에게 냉담하게 굴었던 그 식당 주인 만수...
알고 봤더니만 그 처녀 영희를 무진장 좋아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그 식당을 좀 골탕을 먹인데다가 보증을 잘못 서준 바람에 이 아저씨도 집이 없다는 군요.
하나, 둘, 셋...
좁고 좁은 제 방은 마치 난민 수용소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이 황당하지만 유쾌한 동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화 진흥위원회는 해마다 좋은 시나리오에 돈을 지원해주어 영화를 제작하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작품 '다섯은 너무 많아'도 그 행운을 얻은 작품 중 하나이다.
안슬기 감독은 독립영화 '마이 제네레이션'으로 조연으로 얼굴을 비추기도 했지만 사실은 진짜 그의 직업은 감독이다.
이 작품은 각박해져가는 현대 사회에 혈연과 핏줄로만 이루어진 것만이 가족인가라는 의문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정(情)이라는 것이 있었고 그것은 어렵고 힘든 시기일 수록 그것이 더욱 발휘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도 분명 이 사회는 어둡고 힘듬에도 서로 자기 살겠다고 남을 밟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작품은 가족이란 구성원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소 이 작품은 엉뚱할 수 있는 것이 그냥 평범한 처녀가 이 사람 저 사람 돕다보니 자신도 그 구성원의 하나가 되고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는 세상은 혼자가 아니며 혼자만 절대로 살 수 없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동규의 경우를 보더라도 친구라고 하기엔 정말 문제 많은 철민이라는 친구로 인해 도움보다는 오히려 이용당하고 당하고만 사는 그런 나약한 인물로 보여진다.
조선족 처녀 영희 역시 악덕 업주(?) 만수에게 밀린 돈을 받지 못해 고전분투하고 결국은 동규와 마찬가지로 시내에게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당한 어려움을 시내와 이 이상한 가족들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이들과 전쟁을 선포하고 귀여운(?) 복수로 이들을 골탕먹인다. 귀여운 복수라면 역시 항상 언급하는 작품인 장피에르 쥬네의 '아멜리에'가 떠오르는데 바로 이 작품도 그런 느낌이 든다.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지만 TV라는 소품이 시내의 집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혼자 사는 시내에게 라디오는 벗이었으며 TV는 별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동규가 왜 집에 TV가 없냐고 묻고 이후 영희와 만수가 이들 가족으로 합류되면서 TV가 생겨난다.
물론 마지막에 이 TV는 다시 사라진다.
만수와 영희는 서로 사랑했고 이들이 분가를 하면서, 그리고 동규 역시 방황에서 벗어나면서 부터 식구는 다시 시내 혼자 남게 되고 이로써 이 집의 애물단지인 TV는 다시 사라지게 된다.
TV는 서로를 단절시키는 무서운 존재이지만 이 작품에서의 TV는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었던 좋은 소품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작품의 배우들은 하나 같이 신인이다.
시내 역의 조시내와 만수 역의 김도균은 단편 영화와 연극 무대에 출연한 경험은 있지만 사실 그렇게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다.
상업적인 수단으로 만든 것도 아니며 많은 자본이 들어간 영화도 아니다 보니 이런 영화에서 이런 신인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영화계는 말로만 신인 발굴을 한다고 이야기하고는 아직도 지명도 높은 배우만 찾고 있다.
왜냐하면 영화 망하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무대나 단편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점점 장편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이들은 결국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앞으로 이런 발굴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들의 연기가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은 생각보다 많은 연기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지켜봐주고 그리고 노력한다면 분명 성공할 사람들이라고 본다.
 
이런 독립영화가 많아짐과 더불어 이런 배우들이 늘어나길 소망한다.
 
 
PS. 단편영화나 독립영화야 말로 한국영화를 살리는 힘이다.
상업영화만 보지 말고 다양한 영화를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나친 편식은 몸에 해롭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