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사랑니

송씨네 2005. 10. 3. 06:36
학원 강사 인영은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학원 강사이다.
고교시절 동창 정우와 동거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첫사랑과 닮은 한 남학생을 발견했다.
어렸을 때 첫사랑과 이름이 같은 이석...
웬지모르게 그가 끌렸고 인영과 석과의 아슬아슬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 한 여학생이 찾아오는데 그 여학생 이름 역시 인영...
거기에 그녀는 석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한편 인영 앞에 성인이 되어 나타난 또다른 이석...
리틀 이석과 성인 이석이 인영사이에 끼어있다.
이 난감한 상황...
사랑니를 빼낼 때 처럼 그 것은 아픔인지 아니면, 새로운 희망을 위한 시원한 이빨뽑기인지...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의 신작 '사랑니'...
전작에서 암울하고 무서운 불륜 이야기를 다루었던 정 감독은 이번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이 작품 '사랑니'는 이 위험한 사랑을 경쾌하게 그려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 역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랑인 것을 이들은 그래도 이 사랑을 쟁취하려고 한다.
그래도, 그러나 이 사랑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그런데 이 위험하고 안타까운 사랑에 예상외로 관객들은 시종일관 웃고 있다.
물론 중간 중간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그 코믹한 이미지와 영화속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관객들은 그렇게 웃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의 평은 매우 냉담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김정은의 드라마 작품 '파리의 연인'의 조금 어두운 버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정지우 감독의 전작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품성에 의문을 가진 이들도 있고 한박자씩 스텝이 느리게 작용하는 배우들의 연기에도 의문을 제기한 네티즌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이 작품의 단점이라면 그냥 인영과 어린 이석의 사랑이야기로만 이루어졌다면 이 영화는 어느정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테지만 갑자기 어린 인영이 등장하고 관객들은 이게 어른 인영의 추억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가 생뚱맞게 학원으로 찾아와 석을 찾는 모습을 보고는 어리둥절하게 느낀 것 같다.
사실 나 역시 어른 인영의 모습과 어린 인영의 모습이 자주 번갈아가며 비춰지는 것을 보고 이게 인영의 어렸을 때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삽입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어차피 어렸을 때 자신이 사랑했던 석과 지금 자신이 가르치는 석과 닮았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볼 때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다른 인물이지만 동일한 배우를 쓰는 것은 그렇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실상 어른 인영의 과거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는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이 된다.
관객을 기만했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정지우 감독의 의도였다면 우선 관객을 이해시키고 나서 장면을 삽입했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그래도 맘에 드는 장면을 뽑으라면 어른 인영과 어린 석과의 키스씬인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보여지는 공중부양 키스씬은 참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해피엔드'에서 민기(최민식)가 보라(전도연)을 불륜현장 포착후 그녀를 죽이고 태연하게 장사를 지내고 그 상가집 등을 바라보던 와중 그 등이 공중으로 날라가는 장면과도 비슷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극적인 판타지 장면도 때로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정은은 최근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그럭저럭 코믹물에 출연하면 성공하는 편이지만 맬로에는 상당히 약하며 얼마전 드라마 그녀가 출연한 '루루공주'의 지나친 PPL로 인한 드라마 출연의 거부감을 이야기 했으니 고생은 어찌보면 자처했는지도 모른다. 김정은이 맬로에 약한 것은 사실이다. 김민종과 주연한 '나비'가 흥행참패를 한 것도 그렇고...
김정은이 데뷔한 드라마 '해바라기'를 보더라도 장르는 맬로지만 김정은이 맡은 배역은 간호사 출신의 정신병자 역활이었다.
삭발한 머리로 애초부터 그녀는 차태현과 코믹연기를 선보였고 그 덕분에 김정은을 지금에 이르게 만들게 한 것이다.
물론 '파리의 연인'역시 그녀를 있게 한 작품임은 분명하고...
그러나 지금 김정은의 상황은 '파리의 연인'의 상황처럼 해피한 상황이 아닌 극도의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사랑니'에 보면 어른 이석이 정우와 인영의 집에 찾아와 어린 이석과 같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들 사이의 대화중에 어른 이석이 프랑스에 가본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어디냐고 물으니 인영은 파리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염두해두고 나온 정지우 감독의 조크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이 장면은 좀 웃긴 장면으로 생각이 된다.
 
이 영화는 세트 촬영이 없었기에 장소헌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어린 이석이 살았던 집이라던가 이석의 쌍둥이 중 하나가 죽어 영안실로 안치된 장면에서 그 영안실로 촬영된 그 곳 모두 파주의 북파크와 이채 쇼핑몰의 야외 옥상주차장에서 사용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어린 인영이 어린 이석을 찾으러 서울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나온 역은 최근 폐쇄론이 신중히 검토중인 광명역이다. 광명역의 경우 아주 넓은 장소에 촬영하기 좋을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사용을 잘 안하는, 인적이 드문 역이 이렇게 사용이 되니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하나 더, 기차를 타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 기차가 지나가는 장면은 CG로 처리해서 그런지 솔직히 조잡하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들었다. 진짜 기차를 타고 그 장면을 찍었다면 리얼했을 것을...
너무 싼티가 나도록 촬영을 해서 그런지 이 영화가 저예산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솔직히 별로였다.
장소헌팅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너무 싼티가 나는 방식으로 장소를 섭외하기 보다는 다양한 장소섭외로 과감함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랑니를 뽑지 않아서 그 느낌은 모르지만 왜 이 치아를 사랑니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진다.
이별의 아픔만큼이나 너무나도 아파서 사랑니인가?
백과사전을 보니 사춘기에 나기 시작하는 치아라고 해서 그렇다는데 그것만이 사랑니를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