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가 :
바다 가운데 한 선박이 해적들에게 습격을 당한다.
생존자는 아무도 없으며 이들이 노리는 것은 리시드 키트라는 위성유도장치...
분명 미국쪽이 알게 되면 난리를 칠 것이 뻔하고 비밀리에 이 사건을 조사중인 국정원은 특수요원을 선발하게 이른다.
해군 대위 강세종은 이렇게 하여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방콕으로 급파된다.
이 사건의 주범은 씬이라는 인물...
과거 탈북자 가족 중 가장 어린 꼬마였지만 남한으로의 귀순이 좌절되고 부모님을 잃으면서 남한과 북한을 모두 증오하는 해적의 우두머리가 되어 버렸다.
그에게는 누나가 있었다. 이 정보를 입수한 세종은 씬의 누나인 명주를 수소문 끝에 찾아내고 그와의 협상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씬의 계획은 위성유도장치를 손에 넣고 아울러 한반도를 핵무기로 인해 오염을 시켜 모든 사람들을 몰살시키는 것...
과연 세종은 씬의 이 계획을 저지할 수 있을까?
곽경택 감독의 영화에는 특징이 있다.
구수한 부산사투리와 사나이의 우정이 그것이다.
'친구'의 성공으로 승승장구를 달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챔피언'이 흥행에 참패하고 더구나 '친구'에서 곽 감독과 의리를 보여주었던 유오성이 법적 소송을 걸어옴에 따라 이들의 인연은 여기까지로 끝을 맺었다.
이후 정우성이라는 히든카드를 기용하여 '똥개'라는 영화를 제작하였지만 이 역시 예상외로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아마 관객들에게는 크게 피부에 와닿지 못한 듯 싶다.
'친구'가 자신의 친구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였다면, '챔피언'은 무명의 복서 김득구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똥개'는 일반 서민들의 이야기를 영화화 했다. 그의 데뷔작품 '억수탕'처럼 초심으로 돌아갔지만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나보다.
곽 감독은 다시 사나이들의 이야기에 남북 이데올로기를 합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바로 이 작품 '태풍'이다.
이 작품은 곽 감독의 아버지에게서 힌트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다름아닌 그의 아버지는 북쪽이 고향인 실향민이었던 것.
실향민인 아버지에게 이런 저런 고향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마치 아버지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노라고 곽 감독은 이야기 한다.
이것이 거대한 규모의 블록버스터가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과거 곽경택 감독의 작품들과 차별화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점이 이 작품을 최고이자 최악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일 것이다.
우선 부산 사투리가 사라졌지만 영화의 주 무대는 러시아와 태국 등의 해외로케를 제외하면 여전히 부산이라는 점이 바로 첫번째 특징 이다.부산으로 씬 일당이 밀입국을 하였으며 부산에서 거의 대부분의 총격 장면이 벌어진다.
그리고 두번째는 여전히 남자들의 의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곽경택 감독을 스타로 만든 '친구'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배신을 이야기 하였지만 아울러 조폭을 미화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아직도 남아있는 작품이며 이로 인해 조폭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 되었고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태풍'에서는 남자들의 의리가 나오지만 '친구'에서의 의리와는 또다른 것이며 오히려 '친구' 보다도 사나이의 우정이란 이것이다라고 감독이 관객들에게 설득을 하지만 그 설득력은 별로 먹히지 않는 것 같다. 씬과 세종의 대화에서 서로의 의리를 이야기하는 대사는 사실 알고보면 별로 없다. 있다하더라도 공감대가 떨어진다.
세번째로 이 작품은 곽 감독이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았던 남북 분단의 이데올로기를 이야기 하였다는 점에서 그의 그동안 작품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과거 다른 감독들이 보여준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새로움이 없다. 위성유도장치를 탈취하기 위한 그들의 음모는 마치 '쉬리'에서 박무영(최민식) 일당이 CTX를 확보하기 위해 동문서주 하고 있는 그 모습과도 거의 흡사해 보인다. 또한 서로 다른 두 사람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는 있어도 다가갈 수 없는 그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영락없이 '공동경비구역 JSA'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여전하게도 그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쟁또한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기는 역시 힘들 것 같다.
다른 것 보다도 이 작품은 엄청난 스케일을 쏟아부었지만 아쉬운 장면도 참 많다.
헬기가 빗속을 뚫고가는 장면은 CG로 처리가 되었는데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의 전투기 추락장면를 CG로 나나낸 것 만큼이나 엉성하다. 아울러 올해 내가 개인적으로 뽑은 최악의 CG인 '사랑니'에서의 KTX 열차가 지나가는 장면에서의 CG 다음으로 엉성한 CG로 올해 이 작품이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이미연의 분량이 적었다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분명 이정재와 장동건 만큼의 주연급으로 알려졌으나 막상 영화속에서는 그 분량이 매우 실망스러울 정도로 적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올해 개봉된 '인 굿 컴퍼니'에서 주연급인 줄 알았던 스칼렛 요한슨이 알고보디 적은 분량이었다는 것과 그것에 무척 실망스러웠다고 이야기하는 관객들의 반응과 별 다를 것이 없다.
이는 시나리오의 문제점일 수도 있고 홍보나 배급을 맡은쪽의 과대광고에 속은...
한마디로 요즘 네티즌들이 많이 쓰는 '낚였다(속았다)'라는 표현과도 같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대 배우를 기용했다면 그에 걸맞는 역활을 많이 주어야 함이 목적이라고 본다.
영화의 완성도를 때문에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또한 곽 감독에게 딴지 걸고 싶은 것은 유난히도 왜 칼에 집착을 보이는가라는 것이다.
영화 '친구'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 못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동수(장동건)이 상대편 준석(유호성) 조직원들이 휘두른 칼에 맞아 처절한 죽음을 맞는 것을 말이다. 이 장면 때문이었는지 친구가 개봉된 그 해 대종상 이 작품에 대해 전혀 후보작 자격을 주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정진우 감독('앵무새 온몸으로 울었다'외 다수)은 이 장면에서 동수가 몇 번 칼에 쑤셔 맞았는지 세어보았다는 그런 어이없는 일화도 있었다. 그만큼 비판을 받았다면 폭력적인 장면은 어느 정도 자제가 필요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곽 감독은 지나치게 배우들의 몸을 쑤셔준다.
우선 박완식 전 외교특사의 살해장면을 보더라도 지나치게 쑤시는 것도 모자라 살점이 찢기는 소리를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거기에 씬과 세종의 마지막 결투장면은 총이나 격투가 아닌 아주 작고 작은 칼을 가지고 칼싸움을 하는 것이다.
('스타워즈'의 광선검 싸움이나 사극과 같은 영화에서의 검싸움을 생각하면 작은 칼로 싸우는 싸움은 참으로 볼품없는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자신의 몸을 칼로 자해하는 씬의 모습은 '친구'에서 동수가 다른 이들에게 살해당한 것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게 된다.
곽 감독은 그렇게 장동건을 꼭 비참하게 죽여야 했는가가 의문이다.
'친구'에서 그렇게 했으면 됐지, 또 그렇게 해야하는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이런 대사가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다.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칼이 나오는 장면은 아니지만 씬의 가족들이 도주 중에 총살을 당하는 장면에서도 잔인함이 보였는데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고 피가 솟구치는 장면은 솔직히 보기가 거북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15세 관람가는 그렇게 적당한 등급기준은 아니었다고 본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서는 '태풍'보다도 더 과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피가 여기 저기 솟구치는 것은 충격이었다. '태풍'이 '킬 빌'에 비하면 별 것 없어보이지만 그 잔인함은 '킬 빌'에서 보여준 장면 만큼이나 크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단점은 관객을 감동시키는데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세종과 씬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끔찍한 전쟁은 원치 않았다는 점에는 두 사람 모두 공통점이 있다.
곽경택 감독은 분명 이런 씬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었어야 옮다.
단지 빨강버튼 하나 안 눌렀다고 그가 평화주의자였다고 말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이 영화의 핵심일 수 있는 에필로그 부분을 영화가 끝난 엔딩크레딧 지점에 집어넣었다는 것은 크나큰 실수이다.
씬과 명주가 탈북후 영사관 화장실에서 남한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습하고 있는 장면...
이 장면에서 씬은 분명 어렸을 때이긴 하지만 전쟁과 폭력을 원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장면이 엔딩크레딧 부분에 들어감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지나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점이 실수이다.
분명 관객들에게 이해를 돕고 나서 이 에필로그 장면을 집어넣었어야 옮다.
그리고 이 에필로그는 엔딩크레딧에 집어넣은 것 자체 역시 위험한 시도였다고 본다.
곽경택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 '태풍'...
과연 정말 이 폭풍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지만 아무쪼록 한국영화의 또다른 힘이 되어주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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