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국경의 남쪽-이데올로기의 변화, 차승원의 변화...

송씨네 2006. 4. 28. 20:17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태어난 남자...

김선호...

선호는 평범한 북조선의 남자이다.

전쟁영웅 할아버지 덕분에 그럭저럭 집안은 잘 살고 있고 그의 직업도 호른을 연주하는 연주가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연화는 혁명 역사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안내원이다.

두 사람은 결혼을 꿈꾸지만 전쟁영웅으로 전사한 줄 알았던 선호의 할아버지가 남조선(남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더구나 남한에서 내려온 비밀서신(편지)이 들통날 위기를 겪는 바람에 결국 남한으로 떠나기로 가족들은 마음을 먹는다.

연화와 이별을 하고 어렵사리 남한을 왔건만 연화를 잊긴 힘들었다.

연화만큼은 아니지만 선호는 자신을 구해준 남한 여자 경주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렇게 이들은 행복하게 잘 살게 되었다면 좋았거늘...

연화가 하나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도 탈북에 성공해 남한에 들어온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운명의 장난...

선호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차승원이 맬로를 한다?

'혈의 누'와 '박수칠 때 떠나라'로 코미디 뿐만 아니라 스릴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차승원...

그가 이번에는 멜로를 한다.

그것도 자신이 경험해 본적도 없는 탈북자(새터민... 이하 '새터민'이라는 용어로 통일한다.) 역활을 말이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선호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국경의 남쪽'은 안판석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다. 그는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등의 히트 드라마를 만든 장본인이다. 스타급 PD들의 영화진출은 모두가 갈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방송국 PD 출신 감독들의 약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의외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잘 맞추어진 연출력으로 데뷔작치고는 우선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앞에도 말했지만 차승원의 첫 멜로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볼 때 차승원의 이번 변신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싶다. 코믹한 배우의 이미지를 벗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스릴러로 우선 도전을 하고 그것이 성공하면서 차승원의 도전은 점점 더 커지게 되었던 것 같다.

 

호론을 배우고 북한말을 익히고의 노력은 어느 영화건 간에, 한 배우가 그 지방의 언어를 익히고 그 직업을 익혀 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차승원의 노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노력을 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북한 사투리가 좀 어색할 수도 있다. 남한말 같기도 하고 북한말 같기도한...

하지만 얼마전 보았던 최양일 감독의 영화 '피와 뼈'에서 조총련 재일동포를 연기한 일본인 배우들의 말투를 보면서 느낀 것은 그들이 북한 사람이 아니기에 그들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과 그럼에도 그들처럼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배우이기에 당연한 도리인 동시에 배우로써의 의무에 어느정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가 새터민의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무겁게만은 그리지 않았다.

가령 북조선식 데이트법을 소개하거나 대규모 공연장면은 이 영화에서 놓치면 안될 장면이다.

이런 잠시 나오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제작비를 할애하였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가족들의 탈출장면은 안타까운 장면이지만 영사관 출입시도 장면은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사실 영사관 출입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았다. '태풍'을 비롯해 '나의 결혼 원정기' 등의 영화에서는 탈북 북한 주민들이 영사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긴박하게 보여주었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그 장면은 긴박하지만 그 긴박함 전 상황은 가벼운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남한으로 정착한 가족들이 식당을 만들고 열심히 살아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배우 차승원이 이 영화의 일등공신이라면 연화 역의 조이진 역시 눈여겨 볼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에게는 정재은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태풍태양'으로 알려진 배우이지만 영화가 그리 좋은 반응을 보이지 못해 이 배우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

고소영이나 한가인처럼 조이진 역시 점이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되어진다.

선호와 안타까운 사랑을 나누고 결국에는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을 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경주 역의 심혜진은 아무래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나 드라마 '궁', '그 여자'로 활발히 활동한지라 어찌보면 영화는 오랜만에 출연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치킨집 여주인으로 등장한 부분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결국 시트콤처럼 그녀는 비둘기가 아닌 진짜 닭을 팔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 속 경주는 선호가 남한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 매우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또한 선호의 평생 반려자가 되는 인물이기도 하고...

 

경주는 어떻게 보면 바보 같은 케릭터인지도 모른다. 선호가 술에 취해 통일전망대에서 행패를 부려도 그를 남편이라고 이야기하고 빼내오고 연화가 나타났을 때도(물론 경주는 그 사람이 연화인지도 몰랐겠지만...) 이상하다고 느꼈음에도 행동을 절재하였으며,  하나원에서 연화에게 행패(?)를 부리고 붙잡혔을 때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어쪄면 그녀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선호의 비밀을 말이다. 알고도 무심한 척 넘기는... 하지만 그 바보 같은 사랑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그러고 보면 반대로 연화는 적극적이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북한 사람들이 그렇게 적극적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사랑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그녀의 모습은 북한 여자가 아닌 남한 여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보이지 않는 고증의 덕도 크다.

김철용... 그는 실제로 영화속 선호처럼 실제로 새터민 출신이다.

차승원을 비롯한 배우들의 북한 사투리를 지도하였으며 영화속에서는 선호 가족 탈출을 도왔던 안내원으로 잠시 등장한다.

영화는 분단된 조국에서 어쩔 수 없는 양다리를 걸치는 선호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도 새터민들 중에서는 북에 자식과 아내(혹은 남편)을 두고 재혼아닌 재혼을 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법적으로는 이혼도 아니고 재혼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철용 씨 역시 부인과 자식을 두고 홀로 남한에 넘어왔다고 하니...

영화 속 선호의 모습이 영화라서 다행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지금 이 것이 김철용 씨에게 닥처온 상황이라고 볼 때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산가족이 서로 금강산에서 만나고 화상상봉도 한다지만 아직도 남북간에는 벽이 많다.

다니엘 고든 감독의 영화 '어떤 나라'처럼 가깝고 먼 나라 북한이지만 우리가 그들을 알기 위해서는 통일만이 해법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