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달린다-그들만의 깜찍한 음모이론

송씨네 2006. 7. 19. 23:16

 

 

 

※이 영화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른한 하루...

젊은 나이에 결혼한 주부 스즈메는 오늘도 거북이에게 밥을 주고 있다.

지루한 일상...

오늘따라 늦게 도착하는 친구...

그리고 시간 때우기...

의도하진 않았지만(?) 머리도 바꿔보고 늘 걷던 긴 계단도 스피드로 달려보려고 해보는데...

그러던 와중 발견한 코딱지만한 광고하나가 그녀의 눈에 띄게 되는데...

스파이 모집!!

특별히 하는 것은 없고 상부에서 지시할 때 까지는 그냥 평범하게 살라는 것이 임무라는데...

구기타니 부부의 모습으로 봐서는 영 미덥지는 않지만...

그러나 두부 가게 아저씨도, 라면 가게 아저씨도 알고보니 스파이에 알아주는 총잡이였다니...

아참, 스즈메의 친구 쿠자쿠도 만만치 않은 친구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그녀지만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갖은 친구...

하여튼 지루한 일상을 타파하기 위한 초보 주부 스파이의 활약을 기대해 보시라!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어 내가 선택한 일본 인디 필름 페스티벌 작품은 얼마전에 이야기 했던 바로 이 작품,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이다.

 

'스윙걸즈'의 히로인 우에노 쥬리와 '하나와 엘리스'의 아오이 유우...

상큼한 두 여자가 만났다.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심오한 뜻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독특하다.

일상타파를 위해 얼떨결에 스파이가 된 한 젊은 주부와 그녀의 친구, 그리고 평범한 스파이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스폰지 하우스 앙코르 상영작 5 편 중 살아남은 작품들 중 하나이다.

 

 

스파이라고 하면 사실 긴장감이 흐르고 무게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여기서의 스파이는 전혀 그런 것과는 관계가 없는 것들이다.

맛있으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봐 어중간한 맛(?)의 라면만 만드는 라면 가게 주인과 항상 해외 여행(?)을 이유로 문을 닫는 두부 가게 주인의 모습은  가벼운 미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또한 공안부 직원들이 추는 체조(체조라기 보다는 파라파라 댄스나 꼭지점 댄스가 떠오르는... 아니면 마카레나?)에서는 관객들이 폭소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 작품은 평범함 속의 진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누구나 도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나 '소림축구'같은 익살맞은 음모이론과 누군가가 세상을 조정하고 있다고 떠들어대는 '엑스파일'이나 '컨스피러시' 같은 무거운 음모이론을 살짝 버무린 느낌인데 하지만 이 작품은 코믹한 음모이론에 더 가깝다.

 

영화에서 스파이 팀은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그들의 아지트로 스즈메만 남겨 놓고 떠난다. 마치 떠나는 모습이 'ET'와의 조우를 마친 외계인과 지구인의 마지막 작별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우에노 주리의 귀여운 모습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폭탄맞은 머리를 비롯해 변전소에 겁없이 들어가는 모습들. 그리고 거북이 먹이 주다가 하수구를 막히게 만드는 등... 깜찍한 작은 사건들이 펼쳐지면서 영화의 잔재미를 주고 있다.

 

'하나와 앨리스'로만 보았던 아오이 유우의 경우도 처절하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주워온 메가폰으로 고래고래 고성방가를 저지르거나 친구를 위해서라면 무모한 도전도 감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한 자칭 보헤미안으로 파리에서 낭만스러운 사랑을 꿈꾸는 여인인데 그 마지막은 역시 파리이지만 결코 낭만적이지는 못하다.

 

 

 

영화의 오프닝은 종이 한 컷 한 컷에 만화를 그려넣어 그것이 움직이는 전통적인 만화 방식을 사용하면서 시작하고 앤딩은 반대로 스즈메가 나홀로 스파이로 활약하기 위해 공항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보도블록 사이로 배우들의 이름이 올라오는 특이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자우림의 '일탈'이라는 노래처럼 무료한 일상에 한번 나홀로 망가져 보는 것도 어떨까?  철판깔고 망가지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