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죽음 혹은 희망에 대한 짧은 만남... 그 찬란한 시간...

송씨네 2006. 10. 7. 23:04
이 영화는 이런 내용이야!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로 기억합니다.

두 사람이 교도소의 교정 상담을 하는 방에 앉아 있었습니다.

윤수는 우발적인 실수로 사람을 죽였고 그 죄값으로 사형을 기다리고 있는 사내입니다.

그리고 그와 마주보고 있는 여인은 유정이라는 여인입니다.

지금은 평범한 대학교수이지만 과거 가요제에서 날리던 가수였지만 그녀는 지금 그림을 전공하는 교수로 살고 있습니다. 그녀 역시 아픈 과거가 있어서 늘 자살을 결심하고 있고요.

교도소 교정 상담실을 운영하는 모니카 수녀님은 유정의 고모입니다.

애국가를 멋있게 부르던 자신보다 나이 많은 한 여인을 찾는다는 군요.

그래서 이렇게 이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부터 1시까지 입니다.

그전에는 몰랐습니다. 왜 이런 시간낭비를 해야 하냐고 생각했었으니깐요.

하지만 그들은 이제 그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목요일 오후 10시... 그들에게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 난 이렇게 봤어!

별님의

생각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같은 시간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행복해지겠지.

4시간 되면 나는 안절 부절 못하고 걱정할 거야. 난 행복의 가치를 알아낼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나는 몇시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되는지 결코 모를거야.

가끔은 의식이라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

-생 텍쥐페리의 '어린왕자'(1943) 중에서...-

 

 

문득 이 영화를 보고 소설 '어린왕자'의 여우의 말이 떠올랐다.

기억이 나지 않아 검색을 해보고 찾은 여우의 이야기는 대략 위와 같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행복했던 시간처럼 여기 한 남녀가 그들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여성작가로 손꼽히는 작가 공지영의 2005년 작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로 찾아왔다. 진작 빨리 봤어야 하는 이 작품을 이제야 영화로 만났다는 것은 나 역시도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 공지영의 작품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 이야기로만 그녀의 작품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리이지만 영화적으로나마 이 작품을 평가하고 그 후에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사랑이란 단어를 크게 표출하지 않는다.

물론 이 두사람은 사랑했지만 기존 맬로 영화의 사랑타령과는 근본적으로 이야기도 다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키워드 보다는 죽음, 사형수, 삶의 의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집착했다면 이 영화도 다른 맬로 영화와 다를바 없는 평범한 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 누군가!

'파이란'으로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주게 만들었던 송혜성 감독의 작품이 아니던가?

'카라'는 정말로 원하지 않는 작품 연출을 한 덕분에 당연히 그에 못미치는 흥행 실패를 거두었고 '역도산'는 자신이 이야기하고픈 것과는 거리가 먼 한 고독한 래슬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운도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기에 좋지 못한 흥행성적을 거둔것이 아니었나 싶다.

 

 

 

순간의 실수로 한 여자를 죽이고 나머지 두 명의 살인누명까지 본인 스스로 뒤집어 쓴 윤수는 참으로 불행한 남자이다. 가난하게 살았고, 그 가난 때문에 동생을 잃었으며 잘 살아보려고, 착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사랑하던 여인이 곤란한 상황을 겪에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악의 세계로 빠져버리는 불행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희망이 없는 그에게 죽음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유정 역시 어렸을 때 사촌 오빠에게 강간을 당하고도 오히려 그녀를 무시했던 어머니 때문에 어머니 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가 단절되어 살아가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괴로움은 우울증과 끊임없는 자살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두 사람은 죽고싶어 안달난 사람들인데 서로 만남을 갖으면서 과연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서로 이야기하게 되었고 잠시나마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1997년 이후 잠시 우리나라에는 사형집행은 중지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형판결을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는 늘고 있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면서 반인류, 반인권적인 살인범죄는 늘어나고 있으며 그것은 바로 사형이라는 판결로 이어진다.

 

'오멘',' 다빈치 코드' 때도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을 나는 들먹이곤 했는데, 이렇게 계속 들먹이는 나 역시(나는 다른 분들처럼 진실하게 믿는 사람은 아니다. '사이비 신자'라고 해야할까?)도 편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 역시 내가 천주교 신자라는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나서의 느낌은 과연 사형은 필요악이냐는 의문이다.

나는 어느정도 사형집행은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정말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이들에게까지 사형을 집행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유없는 묻지마 살인으로 죽어간 사람들의 영혼은 어떤 것으로도 위로 받을 수 없으며 그 유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사형제도를 없앤다는 것도 사실 고민중의 고민이 아닐까 싶다.

 

'데드맨 워킹'이라던가 '어둠속의 댄서'에서의 사형집행 장면은 너무나도 우울하고 암울하다.

정말로 그들은 죽어야 마땅한가라는 의문...

이 의문은 영화속에 언급했던 '용서'라는 단어와 연결된다.

용서라는 것은 쉽지가 않다.

살해당하여 죽은 파출부의 어머니가 윤수를 용서하는 대목이 나온다.

유정 역시 자신의 어머니를 용서하려고 한다.

드라마 '가을 동화'의 대사처럼 금방 '너의 죄를 사하노라~!'라고 외칠수도 없는 노릇이다.

용서를 한다는 것은 그들을 이해해보겠다는 의미이다.('이해 할 수 있다'가 아닌 '이해해 보겠다'는 것이다.)

금방 용서할 수 없어도 용서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

천주교나 계신교에서 나오는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구절을 실천한다는 것은 힘든일 임에는 분명하다.

용서...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것이므로 나는 그들이 용서를 해줘야 하는지 마는지는 자유라고 본다.

하지만 용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강동원이 달라졌다.

과거 강동원의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사람은 잘생겼는데 그에 비해 연기는...'이었다.

달라져 보겠다고 이야기하던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거나 감정을 실은 연기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보였다는 점은 앞으로 강동원이 연기파 배우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이나영의 경우 어쩌면 그녀는 삐딱한 연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배우이다.

'아일랜드'나 '내 멋대로 해라'에서의 그 삐딱함과 '카이스트'의 어눌함, 그리고 '아는 여자'에서 보여준 엉뚱함은 이나영 표 영화, 이나영 표 드라마라는 공식이 충분히 성립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덧붙어서 이나영은 이상하게도 장동건, 비(정지훈) 등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우들과 CF로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나영은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누구랑 연기를 해도 어울리는, 어색하지 않는 흔치 않은 배우라는 얘기다.)

 

 

 

사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준 두 배우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좀 부족한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강신일과 윤여정이다.

 

강신일은 이제는 두 말하면 잔소리가 될 정도로 연극무대로 다져진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순발력도 뛰어난 배우이다.(연극 '진술'을 보고나서 나 역시도 그의 팬이 된것은 물론이고...)

강신일은 윤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교도관 이 주임 역활을 맡아 오랜만에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윤여정은 중견 연기자로써 어머니 전문 배우로 등장하는 배우이다.

주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 까다로운 어머니로 등장하였고 지금도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와 '열 아홉 순정' 등의 작품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명배우이다.

그녀가 맡은 모니카 수녀는 어쩌면 의외인지도 모르지만 그녀다운 연기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 명배우 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솔직히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걱정되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속의 댄서'에서의 셀마(비요크)처럼 사형장에서 죽은 것이 아닐까...

갑자기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사형수의 목을 조르고 사형수의 다리를 받치던 받침대는 무참이 떨어져 나가는...

 

자꾸만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흘린 팝콘을 치우다보니 마침 이 영화를 수녀님들 몇 분이 같이 보셨던 것이 기억난다. 과연 이 영화를 보신 수녀님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인지도 모른다.

혼란스러움... 자꾸만 이 사회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PS. 이 영화는 왜곡은 없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은 잠시 중단되었다.

아울러 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인터넷에 올라온 뉴스의 기사들에 따르면) 윤수의 경우 정상참작이 되는데다가 어느정도 형량이 감형될 수 있는 조건이라 사형을 받을 정도는 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얼마전 영화 격주간지 프리미어에 실린 전 교도관의 이야기에는 실제 이 주임처럼 사형수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경우는 드물다고 이야기한다. 그게 옥의 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교도관은 2~3년 이상을 한 교도소에 머물 수가 없는데 비리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따라서 죄수들과 친밀하게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그런점에서는 그 글을 섰던 전 교도관 역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