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황색눈물-삶도, 몸도 허기가 질때면....

송씨네 2007. 6. 17. 23:35

 

 

청춘은 행복하다.

하지만 청춘은 피곤하다.

행복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희망은 보일 것이고 그들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그러나 앞날이 불안한 사람들은 희망이 없다.

그렇기에 청춘은 늘 배고프고 현실도 허기가 지게 마련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한국을 자주 찾는다.

자주 오는 그는 이제 마치 한국을 사랑하는 친한파 감독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가 한국을 찾아올 때 마다 새로운 작품을 하나씩 들고 관객들에게 나타난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후속 작품으로 1960년대 이야기를 한다고 하길래 심심한 사랑이야기에 60년대 이야기를 결합시키거나 그것도 아닌 상당히 무미건조한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설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들처럼 사람 심란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겠지...

 

'황색눈물'은 케스팅부터가 화려하다.

스마프(Smap)와 더불어 인기 아이돌 그릅이자 일본에서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아라시(嵐, Arashi)가 그들이다.

한 가지 걱정이 되던 것은 아이돌 그릅이 만드는 영화가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우리는 과거 젝스키스(젝키)가 나왔던 '세븐틴'(1998)이나 H.O.T가 나왔던 '평화의 시대'(2000)의 개봉소식을 들으면서 작품성과 아이돌의 인기는 별개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누도 잇신은 그런 우려를 확실히 잠재워주었다.

앞에 이야기했던 스마프의 맴버들이 노래와 더불어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처럼 아라시의 맴버들 대부분은 연기력을 크게 인정받은 가수들이자 배우들이었다.

 

1963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던 시절...

4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성인만화보다는 아동만화를 그리고 싶었던 에이스케, 가수가 되고 싶어서 기타 하나들고 노래를 부르던 쇼이치, 항상 생각은 많은데 글로 옮기지는 못하는 불운의 소설가 류조, 그림을 그리면서 나름대로의 행복을 꿈꾸던 케이까지...

그리고 저 멀리 쌀집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면서 자신만의 꿈을 꾸고 있는 앞의 사총사 맴버가 아닌 막내노릇을 하고 있는 유지도 있다.

에이스케는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해 친구들을 이끌고 (가짜 의사들 행세를 하며) 어렵게 병원에 힘들게 모시고 나머지 친구들은 예정대로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던 나머지 세 친구들은 에이스케 집에 모여 더부살이에 들어가게 된다.

맨날 나가서 그것도 외상으로 밥을 사먹었던 이들은 케이의 그림이 높은 가격에 팔리고 에이스케 역시 밤샘을 하면서 선배 만화가와 작업을 도와 큰돈을 모으게 되면서 이제는 직접 밥짓는 방법을 터득하려고 도전을 한다.

 

자유가 뭐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말그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자유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창작의 고통은 이들 네 젊은이들을 힘들게 만들었고 궁핍한 삶은 이들이 아끼던 물건을 전당포에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그들의 뱃속에서는 밥을 달라고 요동을 치고 그들이 자주 찾던 다방과 밥집은 외상많은 단골 손님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이 배고픈 것은 몸에서 나오는 꼬르륵 소리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사랑이 고픈 사람들이기도 했으니...

에이스케는 같은 동료였던, 그러나 이제는 다른 사람과 결혼한 카오루의 접근이 불안하기만 하다.

쇼이치는 밥집 종업원 토키에에게 마음을 주지만 토키에는 불안한 쇼이치의 모습에 동정을 하면서도 불완전한 그의 미래 때문에 다가서기 힘든 존재가 된다.

케이는 공원에서 만난 야스코라는 의문의 여인에 마음이 쏠려 정신이 없다.

더구나 류조는 다방 '쉽'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짝사랑하고 있고...

 

몸적으로, 마음적으로 배고픈 이들에게 이 삶은 힘들고 괴로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들이 있다면 그 고통도 조금 가벼워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 친구들은 에이스케 곁을 떠나고 각자의 길로 돌아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그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만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에 이 현실은 너무 암담하고 잔인하기 때문이다.

에이스케만이 고집스럽게 아동만화를 그리면서 연명을 하지만 과연 그게 자유이고 행복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신칸센 열차가 개통되고 올림픽이 개최되었지만 이 나라(일본)의 물질적인 풍요는 커졌을지 몰라도 마음 한구석의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은 정말 무엇이란 말인가?

 

나카시마 신지의 만화 원작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다섯명의 젊은이들을 통해 자유와 희망 그리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건 분명 60년대 이야기이지만 마치 지금 우리들의 자화상처럼 보이는 이유는 물질적인 삶의 행복보다도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희망과 그 행복이 아직 우리들에게는 부족해서가 아닐까 싶다.

 

 

영화의 엔딩은 그들의 행복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암시하면서 끝을 맺는다. 엔딩에 올라오는 나카시마 신지의 원작 삽화도 아기자기하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우울하고 슬프게 보이는 것은 이들의 모습이 완전한 해피엔딩이 아니라서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뭘까?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자유란 무엇일까?

아라시라는 젊은 친구들로 대변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결코 우습게만은 볼 수 없는 지금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슬픈 자화상일수도...

 

 

PS. 토키에 역을 맡은 배우는 카시이 유우로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꽃미녀 배우들 중의 한 명이다. 배두나와 함께한 '린다 린다 린다'(2005)에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꿈을 잃지 않는 기타리스트 케이 역을 맡은 배우이다. 물론 '데스노트'(2006)에서도 열연을 했었고...

그리고 상당히 낮선 이름도 보이는데 의문의 공원 여인 야스코 역을 맡은 배우는 놀랍게도 한국인이다.

엔딩 크레딧에는 한영혜라는 이름으로 나와있지만 칸 하나에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고 '아무도 모른다'(2004)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출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