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타이틀의 영화하면 어떤 영화들이 떠오르는가?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대부분이 따스한, 그리고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항상 이 영국의 영화사는 관객들에게 그런 영화들만 제공했었다.
하지만 얼마전 DVD로 넘어간 작품중에 일부 코미디, 호러 마니아들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었으니 '새벽의 황당한 저주'(이하 '새벽의...')라는 다소 낮선 제목의 작품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숀 오브 더 데드'(Shaun Of The Dead)라는 다른 제목으로도 알려진 이 작품은 역시 몇년전 개봉한 '새벽의 저주'라는 작품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패러디 영화가 그렇듯 원작의 공포감은 그대로 주고 거기에 어이없는 코미디와 패러디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으니 누가 과연 이 영화를 워킹 타이틀에서 만들었는가 의심을 하겠는가?
이 작품의 감독인 에드가 라이트는 그 후 더 엉뚱한 코미디 영화를 만들었으니 이번에 소개할 '뜨거운 녀석들'이 되겠다.
어라? 이 제목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인데??
바로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가 같이했던 버디 무비인 '나쁜 녀석들' 아니던가?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의 소재가 바로 경찰들이라는 점과 더불어 극중 대니가 즐겨보던 영화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의 후속편인 '나쁜 녀석들 2'라는 점이다.
높은 검거율을 자랑하는 니콜라스 엔젤은 너무 높은 검거율에 오히려 경찰서 내부에 사기가 저하되었다.
그래서 그를 평화로운 마을로 선정된 샌드포드로 보내게 된다.
상냥하고 친절해 보이는 이웃주민들과 경찰서 사람들은 초코케익이나 먹으면서 수다나 떨고 있다.
이런 상황에 나나탄 엔젤은 결코 마을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뮤지컬 '로미오와 줄레엣'의 두 배역이었던 변호사 남자와 시청 직원 여자가 자동차 사고로 목이 잘려나가는 사고가 발생한다.(왜 자꾸만 '사고'냐고 묻겠지만 영화를 보면 '사건'과 '사고'의 차이가 확실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마을 신문사 편집장, 꽃집 여인, 부동산을 소유한 사업가 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이것을 단순 사고로 처리한다. 엔젤은 그것을 수상히 여기고 대니와 수사를 하게 된다.
'새벽의...'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참고로 본인은 이 영화 못봤다.) 이 영화는 좀비 등장도 그렇지만 상당히 잔인하고 무섭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잔인함에 있어서는 어떤 하드고어 영화 못지 많다. 시체들이 목이 도로를 굴러다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시체가 불타고 있으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돌덩어리에 목을 정통으로 맞춰준다.(작년에 봤었던 리메이크판 '오멘'도 이런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이외에도 잔인한 살육의 향연은 계속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웃음을 절대로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잔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논리적인 구성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이 영화가 패러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영화답게 패러디도 많은데 특히 액션 영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오마쥬 성격도 같이 깔려있다. 할인매장에서 대니가 고르던 작품들중에는 성룡, 척 로이스 같은 같은 작품이 있었으며 앞에도 이야기했던 엔젤과 대니가 영화를 보던 장면에서 '나쁜 녀석들 2'와 '폭풍 속으로'를 봤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또한 중간 중간 폼나게 총을 쏘는 장면들에서는 오우삼 스타일의 작품들을 많이 참고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신들의 전작인 '새벽의..'도 튀틀어 줌은 물론이요, 영화속에 등장하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처구니 없는 결말과 더불어 카디건스(Catdigans)의 노래였던 ' Love fool'역시 황당하게 리믹스한다.(리믹스? 패러디? 리메이크... 어떤 것을 같다 붙어도 어색할 정도이다.)
사실 가장 인상깊게 본 사람은 대형 할인마트의 지점장 사이몬이었다.
이 영화에서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했던 이 사람은 한편으로는 참 낮익은 인물이다.
바로 '007' 시리즈로 알려진 배우 티모시 달튼이다.
이 외에도 영화의 초반에는 피터 젝슨(혹시 그사람? 맞다, 반지의 제왕의 감독...)과 케이트 블랑쉐도 등장한다.(그러나 나는 이 초반 10분을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 아... 열받어...)
이렇게 다양한 카메오와 명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다.
두 주연 배우인 사이몬 페그와 닉 프로스트는 이미 '새벽의...'에 같이 출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호흡이 척척 맞음은 물론이요, 역시 워킹 타이틀 영화들에 자주 등장했던 (특히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에 브리짓의 아버지로 나왔던) 짐 브로드벤트의 경우 이 작품에서도 대니의 아버지이자 경찰서장인 프랭크로 등장하여 영화의 재미를 배로 증대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이지만 알고보면 살인사건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여기는 스포일러 일 수도 있지만...)
죄민수의 한마디처럼 정말 '아무 이유도 없어~'가 그 이유이다.
(물론 자세한 내막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한 편으로는 겁이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새벽에...'의 결론은 좀비와 인간이 공존한다는 황당한 결말이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만큼의 결말은 아니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장면에서 남녀노소가 따로 없음을 알게 된다.
연세가 든 어르신도, 신부님도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이게 코미디 영화여서 다행이지 실제 상황이면 동방예의지국이자 카톨릭을 의외로(?) 많이 믿는 우리나라 카톨릭 신자들이 놀랄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이 영화의 화끈함은 이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기존의 틀을 깨고픈 욕망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것 말이다.
스트레스 받는 요즘, 재미와 공포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영국의 샌드포드로 같이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당신의 배꼽과 심장을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다.
웃다가 어느 사이 얼어버린 당신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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