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들어나는 세상은 아주 평화로운 세상이지요.
평화로움으로 위장된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을까요?
폭력에 관한 묘한 세 편의 옴니버스...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가 선택한 6월의 영화...
<레디액션! 폭력영화>(영문원제 Ready Action! Violence Movies)입니다.
첫번째 이야기...
평범한 청년 민호는 서울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지방에 아는 지인을 만나고 그 지인이 운영하는 슈퍼에서 짐을 운반하는 심부를을 마치고 서울로 향할 예정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더 심부를을 요청하는 슈퍼 주인의 말을 거절할 수만은 없었나 봅니다.
한편 본드와 부탄가스 병이 뒹굴고 있는 비닐하우스 어딘가에서 한 소녀가 헤롱거리는 눈빛으로 이 곳을 빠져 나와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제 승용차가 그녀 앞에 다가옵니다. 남녀 커플 한쌍으로 보이는데 외국 물을 좀 먹은 듯한 느낌입니다.
헤롱거리는 상황에서 소녀는 담배를 달라고 요청하지만 생판 모르는 여자 애가 담배를 달라고 하니 차 안의 여성은 그게 불쾌한 것 같습니다.
몇 대를 그렇게 얻어맞고는 다시 길을 걷지만 그들의 친오빠 혹은 그냥 동네 친한 오빠처럼 불리우는 사내들이 그녀의 다친 얼굴을 보고 위로하는가 싶더니 또 때리기 시작합니다.
다시 민호의 모습... 민호는 동네 그 불량배를 만나게 되고 다시 폭행을 당하고 온몸이 발가벗긴 상태에서 어렵사리 탈출을 합니다.
그러더니 유학생 커플(?)을 만나더니 다시 그들에게 구타는 물론이요, 자동차 트렁크에 갖히게 됩니다.
더럽게 일이 꼬여버린 사람들... 그리고 민호도 마찬가지...
하지만 민호의 복수는 이제부터 입니다.
첫번째 이야기인 <민호가 착하니 천하무적>(영문원제 Min-ho Win!)은 민호라는 이름의 청년의 시골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한 하루를 보여주는 단편입니다.
어쩌면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여지는 묻지마 폭행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처럼 보입니다.
이유없이 폭행을 당하고, 버려지는 이 청년이 하지만 알고보면 엄청난 사람이었다는 것은 영화의 후반에 보여지기 시작합니다.
힌트를 드리지만 민호는 정말로 칼을 잘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민호는 킬러일까요?
이 단편을 연출한 정재웅 감독은 폭력이 어떻게 발생되고 순환되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착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명제를 약간은 비튼 이야기가 아마도 이 작품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인공인 민호는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건달들과 유학생 커플에게 복수를 감행하는데에는 성공합니다. 하지만 민호도 그 나머지 인물들도 폭력을 일삼는 점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괴물과 같은 존재임을 정재웅 감독은 강조하고 싶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본드 소녀가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흥얼거리던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의 가사처럼 누가 잘나고 못났는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세상이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두번째 이야기...
비닐로 천장부터 벽면과 바닥으로 감싸져 있는 방이 보입니다.
밑에는 누군가가 흘린 피인지는 몰라도 피범벅으로 보이는 상황이며 한 남자가 의자에 포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복면을 쓴 사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인질범과 인질의 대화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촬영이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투덜거리는 포박되어 있는 사내 이야기에 복면남은 굽씬거리며 미안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포박 남에게 억울함과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은 저예산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과 배우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촬영이 쉽지 않아서인지 포박남의 분노는 더 커지고 복면 남의 목소리도 더 커집니다.
그리고 복면남은 해서는 안될 행동을 그에게 하게 됩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최원경 감독의 <메이킹 필름>(영문원제 Making Film)은 스너프 필름의 느낌이 나는 단편입니다.
더구나 쉽지않은 원 씬, 원 테이크(흔히 우리가 말하는 롱테이크죠.)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장편영화에서도 롱테이크 영화는 쉽지 않은 도전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도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충분한 리허설 없이는 쉽지 않지요.
NG가 나는 순간 모든게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아주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스너프 필름으로 위장한 배우와 감독의 영화촬영이란 독특한 소재를 지니고 있지만 거기에 롱테이크로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배우 역시 오성근 씨 본인과 감독인 최원경 감독 딱 두 사람만 출연하여 알뜰하게 촬영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세번째 이야기...
도경은 어릴적부터 부모님의 맞벌이로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는 상상을 하고 종이로 악당을 만들고 자신의 편도 만들어 싸우는 등의 공상에 빠져지냈지요.
하지만 학창시절을 겪으면서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는 자신을 방어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얼떨결에 동네 체욱관에 들어가고 머리가 벗겨진 약간은 불친절해보이는 관장을 만나 절권도를 배우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들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다른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편치만은 않습니다.
도경은 결국은 큰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동네에 소문난 일진들을 손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죠.
하지만 일진들 중에는 복싱을 배운 녀석부터 시작해서 힘은 없는데 부모님 백으로 일진이 된 아이들 등등 여간 건드려서는 안될 아이들로 가득합니다.
앞의 두 이야기가 비현실 적이라면 세번째 이야기인 김도경 감독의 <나의 싸움>(My Fighting Life)은 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극적인 재미도 있는 단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약한 소년이 무술을 배워서 싸운다는 이야기는 이 역시도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입니다. <품행제로>(No Manners, 2002), <말죽거리 잔혹사>(Spirit Of Jeet Keun Do, 2004), 그리고 최근의 <잉투기>(INGtoogi: The Battle of Surpluses, 2013)도 이런 내용들이죠.
한편으로는 이들 소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겉멋만 들은 허세가 센 아이들이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겉멋만 든 아이들은 무술을 배움으로써 성숙하게 성장해나가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 <나의 싸움>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성이 강한 세 작품은 폭력이라는 같은 소재의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감독들은 폭력이라는 소재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또 하나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요. 바로 이들 작품은 2012년 미장센 영화제에서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민호가 착하니 천하무적>의 경우 미장센 영화제에서 특별상 연기부분을 수상하였고, <나의 싸움>은 4만번의 구타(액션영화 부분) 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런 재능있는 감독들이 모여 독특한 옴니버스 영화가 탄생된 것이죠.
물론 이들 작품이 모두 괜찮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편차가 심할 수도 있고 사람들에 따라 세 작품 중 좋았던 작품에 대한 느낌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열의를 다하고 적은 예산으로 최고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부분에서는 세 감독 모두 칭찬해줘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미장센 영화제에서 데뷔를 한 감독들이 장편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성공한 케이스는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KAFA(한국영화 아카데미) 작품들 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작품들이라면 바로 이 미장센 영화제를 비롯한 독립영화, 단편영화 영화제 작품들에서 입상한 작품들이라는 것이지요.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들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해 봅니다.
★이 글은 경기도 다양성 상영관인 G 시네마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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