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족구왕]캠퍼스에서 즐기는 '소림축구', 청춘을 향한 멋진 발차기.

송씨네 2014. 8. 23. 18:15

 


족구왕 (2014)

The King of Jokgu 
9.3
감독
우문기
출연
안재홍, 황승언, 정우식, 강봉성, 황미영
정보
코미디 | 한국 | 104 분 | 2014-08-21
글쓴이 평점  

 

 

 

족구

(명사) 두 팀이 발로 공을 차 네트를 넘겨 승부를 겨루는, 배구와 비슷한 운동 경기.

 

 

사전 뜻으로 보는 족구라는 종목의 뜻은 멋지기만 합니다.

하지만 실제 족구는 마치 아저씨, 군인들의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단순한 운동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보니 단순하고 너무 가벼운 운동, 스포츠처럼 보이기만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길거리에 즐기는 농구와 축구도 가벼운 운동이 아니냐고 싶겠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프로리그를 통해 나름 대중 스포츠지만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주었으니깐요. 그런점에서 족구는 프로리그도 없고 그것을 양성하는 특별한 기관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소개할 영화는 족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 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캠퍼스에서 즐기는 멋진 족구 한 판... 영화 <족구왕>(The King of Jokgu)입니다.

 

 

 

 

 

 

만섭(안재홍)은 족구하다가 전역신고를 할 정도로 군대에서도, 사회에서도 족구를 좋아했던 사내였습니다.

누가 떠밀은 것처럼 그는 사회로 나왔으며 다시 대학 캠퍼스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청춘을 즐겁게 보내던 족구장이 테니스장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 만섭은 혼란에 빠집니다.

다시마 다이어트로 성공했지만 정작 여자가 없어 슬픈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만섭의 친구 창호(강봉성)이 그를 위로하지만 도긴개긴입니다.

그러던 만섭에게 첫눈에 반한 여인이 있었으니 같은 영어수업을 든는 안나(황승언)라는 여성이었죠.

학교 캠퍼스 퀸으로 소문이 자자한 그녀이지만 사실 그녀는 전직 축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민(정우식)의 애인이었습니다.

같이 학교 홍보모델이었고요.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어딘가 모르게 썸을 타는 관계라기 보다는 밀당에 가깝기만 합니다.

민은 만섭이 안나에게 접근하는게 그리 좋아보일리가 없지요.

얼떨결에 족구 한 판을 하게 되고 승리하는자가 안나를 갖는다고 대결을 펼치지만 민은 보기 좋게 패하고 맙니다.

그냥 아저씨, 복학생 같았던 만섭은 누군가가 퍼트린 동영상 덕분에 스타가 되고 캠퍼스에는 때 아닌 족구 열풍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주게 되지요.

그리고 매년마다 벌어지는 족구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소식이 들려오고 만섭은 강호와 족구팀을 만들어 경기에 참여하기로 하지만 한 명이 부족한 상태...

이 때 기술보다는 힘만 가득한 거구의 여성인 미래(황미영)이 동참하면서 만섭이 속해 있는 식품영양학과 족구팀은 활기를 띄게 됩니다.

 

 

 

 

스포츠 영화라면 진지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도 스포츠 영화들은 둘 중 하나였는데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전자라면 후자에 해당되는 영화들은 주성치의 <소림축구>(Shaolin Soccer, 2001)나 <영광의 날>(Blades of Glory, 2007)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겠지요. 축구라던가 피겨스케이팅을 희화화 시켜서 해당 스포츠 관계자들이라면 약간 불쾌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이런 영화들은 웃자고 만든 영화일테니깐요.

그런점에서 <족구왕>은 바로 이 후자에 해당되는 영화입니다. 대놓고 웃기려는 영화라는 것이죠.

하지만 웃음에 있어서도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장황하게 이어놓고 코미디를 만드느냐, 아니면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만드냐는 것인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넣다보면 와이어 액션이나 CG들이 느닷없이 등장하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족구왕>은 그런 영화는 아닌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복학생의 눈으로 본 대학 캠퍼스를 이야기하며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핀트를 약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대학생들이 실제 처해 있는 상황은 선배 형국(박호산)이 보여주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만섭에게 형국은 공무원 시험이나 보라고 충고하고 족구 같은 소리하지 말라고 충고를 합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만섭은 족구에 환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실질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판타지에 가까운 상황을 나열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물론 형국 역시 과거 족구에 환장한 사람이었지만 다른 사건으로 인해 열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죠.)

 

이 영화는 앞에서 말했듯이 판타지 영화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상황을 나열하는 판타지가 아닌 생활형 판타지가 더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섭은 그야말로 족구에 미쳐있고 더구나 안나에게 미쳐있는 미쳐서는 안될 두 가지에 미친 상황이죠.

현실적인 고민이라면 빨리 좋은 직장에 취업해 돈많이 버는 것이 장땡인 상황인데 만섭은 오로지 족구에 미쳐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지 않고 이러는 만섭을 이해할지도 모릅니다. 복학생이라는 아주 큰 위기이자 재난(!)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러나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그가 아무렇지 않은 듯 정면돌파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청춘의 고집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족구왕>은 어떻게보면 현실을 부정하는 청춘을 그린 코미디영화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하고 싶은 것은 해보고 그러고 나서 나중에 생각해보는, 현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들... 웬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공교롭게도 최근 저예산, 독립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청춘의 고뇌를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는 이런 영화들은 대게 B급 스타일로 만들어진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지요.

2010년 이응일 감독의 <불청객>(The Uninvited)에 등장하는 청춘들은 반지하에 살고 있는 외로운 루저들이고 이런 이들에게 외계인이 찾아아 황당한 제안을 남깁니다. 그들은 얼떨결에 우주여행을 떠나게 되고 황당한 상황과 마주치게 됩니다. 2009년 작이자 저예산 영화를 주로 만들어내는 키노 망고스틴의 영화인 <이웃집 좀비>(The Neighbor Zombie)는 멀지 않은 시대의 좀비와 인간이 같이 살게되는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지닌 옴니버스 영화이지만 이들 영화에서도 다양한 젊은 청춘들이 등장해 좀비가 창궐한 시기에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백승기 감독의 <숫호구>(Super Virgin, 2012)에서는 아바타의 몸을 빌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날 수 밖에 없는 한 루저의 이야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들 영화들의 공통점이라면 1억원 안팍의 제작비, 세트 재활용, CG를 사용하나 컴퓨터로 가득한 CG가 아닌 기발한 아이디어로 CG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요.

 

<족구왕>은 이들 영화의 방식을 고스란히 잇고 있는 영화입니다.

더구나 이 영화의 제작사인 광화문 시네마의 전작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광화문 시네마의 전작은 바로 <1999, 면회>(The Sunshine Boys, 2012)입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면회를 나온 군인과 그들의 친구가 벌이는 좌충우돌 상황들을 역시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족구왕>은 전작인 <1999, 면회>보다는 더 밝은 영화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라면 그들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예고편에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99, 면회>의 엔딩크레딧 이후 쿠키 영상으로 하나의 영상이 등장하는데 바로 <족구왕>의 가짜 예고편이었던 것이죠.

물론 이 당시 영화를 만든 광화문 시네마는 <족구왕>을 장편으로 만들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생각이 바뀌어 이 영화가 장편으로 만들어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족구왕>의 엔딩크레딧이 끝난 후 또 한 편의 영화 예고편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정말로 이번엔 가짜 예고편이 아닌 진짜를 볼 수 있을지도...)

 

 

 

 

 

 

 

실제 영화 <족구왕>은 족구를 즐기던 세대 혹은 일부 복학생들에게 화제를 모으며 실제 일부는 영화속 복장을 코스프레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족구 인구가 얼마나 될지는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복학생들이나 몇 년째 유급당하고, 피치못할 상황으로 휴학한 대학교의 이름없는 수많은 유령(?)들에게는 찬사를 받은 영화임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결론은 뭘까요?

영화 속 대학교 방송국에서 들려주는 청춘에 대한 시 두 편이 그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청춘과 젊음은 즐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행복한 것인지...

 

젊음

문병란

젊은이는 그 웃음 하나로도
세상을 초록빛으로 바꾼다

헐렁한 바지 속에
알토란 두 개로 버티고 선 모습

그들은 목욕탕에서
장군처럼 당당하게 옷을 벗는다

달은 눈물 흘리는 밤의 여신
작약순은 뽀조롬히 땅을 뚫고 나오는데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달리아는 온몸으로 함빡 웃는다.

보라! 히말라야 정상도 발아래
젊음은 그 몸뚱이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통째로 흥정을 할 수가 있지.

플라타너스 넓은 이파리 아래서도
그들의 꿈은 하늘을 덮고

젊음아! 너의 몸뚱인 황금과 바꿀 수 없는
그 꿈 하나로도 세상을 이기고
슬픔은 축구공처럼 저만큼 날리고
오늘밤 단돈 만원으로도
그녀의 입술을 훔칠 수 있다.
랄랄랄 휘파람을 씽씽 불 수 있다.

 

 

 

 

 

 

 

 

★이 글은 경기도 다양성 상영관인 G 시네마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