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꿈과 희망, 슬픔과 좌절이 있는 여기는 편의점입니다.

송씨네 2014. 6. 20. 01:10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14)

Futureless Things 
9.7
감독
김경묵
출연
공명, 유영, 신재하, 김희연, 안재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7 분 | 2014-06-26
글쓴이 평점  

 

 

여러분은 편의점을 얼마나 다녀가시나요?

저는 이 글을 쓰기전에도 편의점을 다녀왔습니다.

사이다 원플러스 원, 메론 소다 원플러스 원, 그리고 냉장피자 한 조각...

배고파서, 습관적으로 가는 것이 편의점이죠.

여러분에게 편의점은 어떤 존재인가요?

경기 다양성 영화관 브렌드 G 시네마와 함께하는 영화...

편의점에서의 24시간을 이야기 합니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영문원제 Futureless Things)입니다.

 

 

어느 변두리 혹은 인적이 드물 것 같은 도시 한 곳에 편의점이 하나 있습니다.

기철(공명)은 일을 그만두는 하나(유영)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있습니다.

인수인계를 받고 있던 와중에 하나는 과거 자신이 일했던 편의점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기철의 절친이자 배우 지망생인 현수(진재하)는 오디션을 준비하러 교대를 할 다른 동료를 기다리지만 감감 무소식입니다.

그 사이에 복권을 사러 온 손님은 500원, 1000원 같은 적은 금액만 당첨되고 도통 나갈 생각을 안합니다.

시간은 흘러 탈북자 출신의 여성인 수희(김희연)은 남한 생활에 잘 정착하며 누구보다 악바리처럼 살아갑니다.

하지만 슬슬 사람을 약올리는 진상 손님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진상을 보내고 나니 편의점 냉장고를 에어컨 삼아 더위를 보내는 정체불명의 여인이 등장하고 그 사이 알바는 무명 인디뮤지션인 성준(안재민)이 일을 보고 있습니다.

다시 나타난 의문의 여성은 여성 만큼이나 정체불명의 박스를 남기고 사라지고 아무것도 사지 않는 사람에게만 전해주라는 이상한 말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성준이 바람과 함께 사라진 이후 다음 알바생의 모습이 보입니다.

기선(이바울)은 토익공부를 하면서 학업의 열정을 불태우는데 그 사이에 외국인 커플과 아랍 여성, 그리고 얼굴은 한국인인데 영어로만 대화하는 모자를 만나게 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편의점 영업... 왜냐하면 24시간이니깐요...

지친 몸을 이끌고 식사를 하러 온 야쿠르트 아줌마를 뒤로 하고 민희(김새벽)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난 미스테리 쇼퍼로 인해 이 곳에서 쫓겨날 위기입니다.

다시 이야기는 처음으로 돌아옵니다. 앞써 알바생 하나가 일을 그만두면서 그녀가  떠오르던 추억...

바로 자신이 신입 알바로 왔을 때 따스하게 다가와 주었던 은영(정혜인)과의 만남입니다.

하나의 은영과의 추억이 지나가고 다시 편의점에는 다른 알바가 서 있습니다.

지용(이주승)은 자퇴생인데도 사람들이 동안으로 느꼈는지 그를 우습게 보기만 합니다. 심지어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고딩들이 말이죠.

모든 알바가 지나가고 사실상 이 편의점의 보스인 두환(김수현)만 남아 있습니다.

새우깡을 훔쳐먹고 1+1 행사기간 지난 물건을 아무렇지 않은 듯 팔았던 늙은 알바를 쫓아내고 민희도 쫓아냈던 바로 그 양반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목구멍이 포도청입니다. 편의점 가맹비는 자꾸만 그를 부담스럽게 하고 알바들은 말을 안듣고 진상손님은 끝없이 등장하며 미스테리 쇼퍼였던 본사 영업팀 관계자는 그의 숨통을 조여오기만 합니다.

젠장... 과연 이들의 끝은 어디일까요?

 

 

 

 

줄거리가 긴 영화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는 옴니버스 형태를 띄고 있으니깐요.

보도자료는 10개의 에피소드로만 보이지만 앞에 잠시 이야기한 늙은 알바 이야기를 포함하면 많은 이야기가 끝임없이 등장합니다.

다양한 진상과 다양한 성격을 지닌 점원과 손님들... 그리고 편의점 달랑 하나...

 

삼각김밥이 달랑 하나 걸려 있었던 티저 포스터가 이 영화의 기대를 걸게 만들었지요.

그럴 수 밖에 이 영화의 감독은 '줄탁동시'(Stateless Things/2011)의 김경묵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전작들이 하나같이 어두웠던 점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포스터 한 장으로도 그리고 살짝 알려진 시놉시스 하나만으로도 기대를 하게 만들죠.

 

출연진들 특히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알바생들이 총 아홉명의 젊은이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김경묵 감독과 같이 작업을 했던 이바울 씨와 김새벽 씨가 등장하며 독립영화의 주목받는 인물들인 신재하 씨, 이주승 씨가 등장합니다.

대통령과 이름이 같은 악덕 사장, 하지만 가슴 아픈 사연을 역시 지니고 있는 전두환 사장 역은 김수현 씨가 맡았습니다. (젊은 김수현 씨 말고요...)

또한 아이돌 걸그릅 '헬로 비너스'의 유영 씨의 얼굴도 보이고 <도희야>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배우 그릅 '서프라이즈'의 맴버 공명 씨도 이 영화에 등장합니다.

 

 

 

어디서 이런 많은 자료를 가져왔을까라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이 작품은 편의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부는 판타지적인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실제 우리가 보았을 것 같은 이야기들 입니다.

다양한 알바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그들의 직업이나 투잡을 뛰고 있는 사연도 직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화면은 여전히 편의점 밖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은 편의점 이야기가 생각보다 흥미롭고 호기심 있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작품의 제작 소식이 나왔을 때 지강민 작가의 '와라! 편의점'의 유사성을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은 유사한 부분도 많지만 영화와 웹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데다가 '와라! 편의점'의 캐릭터 만큼이나 이 작품의 캐릭터들도 인상적인 캐릭터가 많았다는 것이죠.

 

하지만 김경묵 감독은 엔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진짜 자신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민희가 식사비를 아끼기 위해 온 야쿠르트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모두가 힘들고 어렵지만 서로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에서 나름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실업자들의 증가로 중년 남성과 여성들이 젊은 사람들 대신에 카운터를 보는 상황들도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알바생을 못살게 구는 악덕업자인 사장 역시도 피의자인 동시에 피해자임을 보여주고 있고 그런 모습은 이 영화의 엔딩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옴니버스 영화라는 특성상 챕터를 나눠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식을 선택하는 대신 편의점에 걸려있는 시계가 일종의 배우와 스토리가 바뀌는 지점으로 등장합니다.

김경묵 감독으로써는 다른 장면은 편집할 수 있어도 절대 편집할 수 없는 장면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요.

영화의 엔딩에 등장하는 늘어진 국민체조 음악도 부조리한 이 사회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앞의 전반부가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식으로 코믹적인 요소를 사용했다면 후반에는 코미디는 코미디지만 현실 부조리의 블랙 코미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죠. 국민체조에 점장의 이름도 전두환이니 할 말은 다한 거죠.

 

물론 약간의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었지요.

편의점 경영하기도 힘든데 무려 10명이 넘는 알바를 거느리고 있는 전두환 사장의 모습은 약간의 옥의 티라고 볼 수 있겠죠.

실제 제가 확인한 편의점만 보더라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가족들이 돌아가며 편의점 일을 하는 곳도 많고 그렇다보니 알바없이 일하는 편의점도 있지요.

 

편의점의 현실도 무겁고 무섭기만 합니다.

실제로 2013년 5월을 전후로 4명의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가맹본부에서 제시한 예상매출액을 달성하고 있는 편의점은 전체의 34.7%, 이 가운데 32%는 적자라고 합니다.

미국보다 60년 늦게, 그리고 편의점과 자동판매기의 도시인 일본보다 20년 늦게 편의점이 생겨났습니다.

바퀴벌레 커피전문점이란 명칭을 얻고 있는 카페만큼이나 어느 곳에 가더라도 한 두 곳의 편의점을 보게 되며 심지어는 같은 프렌차이즈 편의점을 보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작품이죠. 이것을 경쾌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도 쉽지 않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청춘의 종착역 어딘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우리가 꼰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알고보면 슬픈 자화상을 지닌 인물들이고 우리도 나이가 들면서 그런 사람이 되고 말 것이라는 '슬픈 예감은 왜 틀린적이 없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영화 특히 독립(다양성)영화에서 보기 힘든 많은 출연진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고 의자는 없어서 배우들과 관객은 서서 마이크를 돌려가며 기자들의 인터뷰에 답변을 하였습니다. 열띤 취재경쟁은 이 영화가 독립영화에 떠오른 스타들과 걸그릅, 보이그릅 맴버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이 영화가 관심집중을 할 수 밖에 없는 영화라고도 느껴지네요.

 

 

 

 

 

 

 

 

유통기한이 짧은 음식들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삼각김밥 같은 음식들은 여름철에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유통기간이 짧아진다는 것은 그것을 참고 먹어야 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갑자기 배탈이 날지도 모르니깐요.

청춘의 유통기한도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사랑의 기간도 짧아지고, 취직 후 회사에 버티는 기간들도 짧아집니다.

하지만 백수는 많아지고 그들이 괴로워 하는 시간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짧아진 우리의 유통기한... 그걸 막으려면 내 몸에 방부제라도 투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이 글은 경기도 다양성 상영관인 G 시네마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