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신주쿠 여고생 납치 사건

송씨네 2005. 10. 16. 02:01
한적한 새벽...
한 여인이 조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갑자기 어디론가 끌려가는 여인...
승합차는 한 허름한 주택에 세워지며 남자는 그 여인을 질질~ 끌고 들어선다.
이렇게 이 여인 쿠니코는 납치되었고 마흔하고도 중반의 나이를 달리는 그 남자 이와조노는 그녀를 사육하기로 결심한다.
진정한 사랑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그 때는 섹스를 하는 것...
여고생과 한 중년남자의 이상한 동거...
수갑놀이와 밧줄놀이를 즐겨하는 이들 커플에게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영화를 이야기전에 바로 이 용어부터 알아야 한다.
 
로망 포르노 혹은 핑크 무비?
일본식 포르노 영화를 말하는데 독립영화 성격이 강하며 일본에서 잘나가는 감독들은 대부분이 이런 핑크 무비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배우들 역시 흔히 말하는 AV 배우들이 아니이며 자신들 또한 그렇게 분류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 작품은 분명 싸구려 일본 AV는 아니다.
남자 배우는 '쉘 위 댄스', '으라차차 스모부', '도쿄 맑음' 등의 작품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머리가 인상적인 배우 다케나카 나오코이기 때문이다. 쿠니코 역을 맡은 코지마 히지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한 배우라는 점이 알려진게 전부이다. 생각보다 다작에 출연했지만 당연히 일본 영화가 우리나라에 보급이 안된 터라 그녀의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결정적으로 이 작품의 제작년도는 1998년...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묵혀있던 작품이라서 이제 이 작품이 빛을 본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로망 포르노라 불리우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성격이 강하기에 이런 작품들 역시 극장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럴까?
최근 자주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메가박스 코엑스와 예상외로 독립영화에 관심을 보인 단성사가 이 영화가 상영되는 상영관 들이다.
그나마 냉대받아 단독 상영 혹은 상영 시기가 더 늦어지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성에 대한 문화와 상당히 개방적인 일본식 성문화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기에 거부감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게 1998년이건 2005년도이건 간에 년도는 중요하지 않으며 문제는 성에 대한 의식이 서로 다르다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인정받아도 결국 냉대 받아 간판을 내려주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 작품은 실화이며 일본에서는 큰 반항을 일으켜 후에 시리즈로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외에 다른 일본의 로망 포르노 작품들이 한국에 상륙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작품이 일찍 개봉되었다면 아마도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과도 분명 비교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엽기적인 것으로 따지면 장선우 감독을 능가하며 충격적이고 잦은 섹스 씬을 생각하면 '몽상가들'을 능가할 것이다.
특히 초반에는 수갑에 거부감을 느끼던 쿠니코가 점차 수갑놀이(?)에 재미를 붙인 장면을 볼 때 보면 참으로 희한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면 수갑과 밧줄, 그리고 잦은 섹스가 전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영화는 이 두 사람들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와조노가 사는 주택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는데 그렇다고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닌 거의 들널이 수준에 가깝다.
이 주택의 주인장은 공무원인 남편의 죽음 이후 그 돈으로 집과 땅을 산 여성이며 이와조노 옆방 청년은 포르노 영화광에 그냥 저녁때 간단하게 아르바이트 하는 것이 고작인 백수청년이다. 거기에 신비한 물에 집착을 보이는 외판원 사내, 윤락가 여인, 주인장과 절친한 무명복서, 그리고 청소부로 일하는 말이 없을 것 같은 노인까지... 다양하긴 한데 이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너무나도 적다.
이 영화에서는 또다른 소재가 등장한다.
'사육'이라는 낱말과 이 영화에 확실히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또다른 의미로 작용하는 이른바 '스톡홀름 신드름'이다.
사육은 동물이나 가축을 기를 때나 쓰이는 말이지만 이 영화에서 사육이란 생택쥐베리 소설의 '어린왕자'처럼 길들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 길들여짐은 어느 순간 적응이 되어 결국에는 납치범과 인질이 함께 즐기고 동요되는 이른바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지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쿠니코는 형사들에게 잡히지만 자신은 납치되지 않았노라 주장한다. 반대로 이와조노는 자신을 사형시켜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국선변호사는 적어도 '2~3년만 살고 나올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경과되고 쿠니코는 여전히 조깅을 즐기고 있지만 이와조노에 연민의 정을 느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그게 끝이다. 끝...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나서 관객들은 허무함을 그렇게 오래 느꼈나보다.
이와조노의 그 후의 모습이라던가 쿠니코에 대한 다른 어떠한 언급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대충 마무리된 느낌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분명 포르노는 아닌데 싸구려 취급당하는 일반 포르노처럼 대충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로망 포르노 혹은 핑크 무비를 이야기하면서 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영화에 지식이 많은 이들에게 로망 포르노를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그것은 당연한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영화에 다양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 이 영화는 그냥 싸구려 포르노라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되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