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나의 결혼 원정기

송씨네 2005. 11. 5. 08:16
우즈베키스탄 혹은 우즈벡
위치 중앙 아시아 중부
면적 44만 7400㎢
인구 2564만 명(2003)
인구밀도 57.3명/㎢(2003)
수도 타슈켄트
정체 공화제
공용어 우즈베크어
구 소련에 속해있던 나라로 1991년에 독립...
 
서른 여덞...
애 아빠가 되고 바쁘게 살아가야 할 나이지만 만택은 오늘도 농촌을 지킨다.
지키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삶의 터전이 그 곳이니 떠날 수도 떠날 일도 없다.
만택의 불알친구 희철은 택시운전기사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지만 그냥 오늘도 여자사냥을 하러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이런 두 사람에게 우즈벡으로 가자고 한 것은 다름아닌 만택의 할아버지...
물론 희철의 꾀임에 넘어간 것이 결정적!
비행기로 오랜시간이 걸리는 우즈벡에 도착한 이들에게 낮선 풍경과 낮선 사람은 아직 시차적응만큼이나 어렵다.
'나, 장가간다!~' 오직 이 외침을 위해 오늘 13기 결혼 원정대는 이렇게 출발한다.
다만 성질 더러워 보이는  우주벡 결혼정보회사 한국인 사장과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현지 통역관이자 가이드인 라라만 조심하면 된다.
과연 이들의 외침대로 장가는 갈 수 있을려나?
이제 나훈아 형님의 '18세 순이'를 불러대는 것도 지겹다!
진정한 18세 순이는 아니더라도 진실한 사랑의 반쪽은 과연 어디 있을까?
 
 
 
최근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배급망과 더불어 영화제작에 나서고 있는 요즘 CJ-CGV 만큼이나 영화제작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롯데이다. 롯데쇼핑의 자회사이자 분할되어 활동되고 있는 롯데엔터테인먼트 CGV도 그렇게 출발했고 CJ 엔터테인먼트도 그렇게 갈라져서 분가한 것을 생각하면 롯데의 활보가 주목되긴 한다.
많은 작품을 내놓았으나 '강력 3반'외에는 크게 재미 못 본 롯데가 이번에는 '나의 결혼 원정기'의 제공과 배급에 나섰다.
그래도 이 작품이 아마도 롯데의 체면을 지키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은데...
그정도로 이 작품은 오락성을 잘 갖춘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얼마전 '너는 내 운명'에서도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간접적으로 소개하였는데 이 작품은 아예 작정하고 국제 결혼의 희망과 좌절,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자 나섰다.
 
올해 부산영화제 끝을 알린 이 작품은 수애와 유준상, 정재영의 호화 케스팅과 우즈벡 로케이션을 통해 사실감을 나타내려고 노력을 했다.
'아는 여자'로 이미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정재영은 요번에는 장가 못가서 안달난 농촌 총각으로 등장하며 유준상은 그동안의 반듯한 외모에서 한참 빗나가는 역활로 웃음을 줄 예정이다.
수애는 영화 '가족'으로 신고식을 성황리에 맞추었으며 드라마 '해신'의 시청률 대박으로 이미지가 확실히 박힌 가운데에서 요번에는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게 되었다.
맞선자리라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더구나 상대가 외국인이라면 더욱더 난처한 것은 사실이다.
통역관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아무도 없으면 잘 안되는 잉글리쉬와 바디 렝귀지로 이 난관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
우리가 알고 있는대로 국제결혼은 많은 위험이 도사린다.
위약금, 계약금 등의 돈이 어마어마하게 걸리며 성사되면 성사금도 내야하고, 하지만 성공해도 도망가는 신부가 발생하기 일수이며 원래 목적이던(?) 윤락가로의 진출을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깐.
이 작품은 그런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지는 않지만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사기꾼이 아니며 모두가 거짓된 사랑이 아니듯 진실한 사랑도 이 곳에서는 있기 마련이다.
 
특히 희철에게 접근하는 공무원 알로나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대목...
희철은 그냥 생각없이 전달한 선물이지만 알로나는 진심으로 나를 위해주는 것이었다고 믿고 있었던 것...
과연 이들의 어긋난 사랑이 어떻게 풀려질지는 끝까지 보면 알 것이고...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아무래도 만택과 라라의 스토리이다.
자신을 위해 도와주는 라라에게 마음이 끌린 만택은 라라에게 구애를 하지만 라라는 그 구애을 받을 수 없는 형편...
다름아닌 그녀는 탈북자였던 것이다.
철저히 우즈벡 교민으로 위장하려고 하지만 우즈벡 결혼정보사 사장의 압력에 시달린다.
그렇기에 만택의 맞선을 성사시켜야 자신 역시 자유의 몸이 되는 셈...
그러나 만택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솔직함 때문이지 라라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만남이, 그 구애가 실패할지라도 그들은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영화라는게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수애는 다른 배우들보다도 특히 많은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우즈벡언어와 북한말을 동시에 익혀야 한다는 것.
우즈벡 말로 대사하는 것은 거의 네이티브 스피거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했으나 반대로 북한말은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북한말이라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우즈벡의 고려인 말투로, 연변의 조선족 말투로도 들릴 수 있는지라 조금만 이상해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 그나라 언어로 대화하는 장면들일 것이다.
가령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더라도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어 등의 3개 국어가 섞이다보니 도대체 주인공의 국적이 어디인가가 헛갈릴 정도였으니 대사하나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그래도 그 노력에는 합격점수를 주고 싶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난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우즈벡 말은 재미와 동시에 여운을 남기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 다 자빠뜨려~!
('다 자빠뜨려'는 우즈벡 말로 '다음에 또 봐요'란 뜻이다.)
정확한 발음은 이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수애가 정확히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