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천국의 아이들 2-시험보는 날

송씨네 2005. 11. 2. 02:03
새벽 아침을 깨우는 소리는 닭이 아니라 젖소의 울음으로 시작된다.
하야트는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중요한 시험을 봐야 한다.
꾸물꾸물 거리다 일어나는 아침...
어머니는 평소처럼 소의 젖을 짜기 위해 외양간으로 내려가는데...
때마침 들려오는 하야트의 괴성...
일어나야 할 아버지가 인사불성 일어나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를 어쩐담... 하필이면 이렇게 중요한 날 아버지가 의식불명이니...
더구나 히야트에게는 개구쟁이 남동생 아크바르도와 아주 어린 동생이 하나 더 있는데...
이 두 사람을 돌보라는 어머니의 명...
그러나 시험은 코 앞이고 아기는 울고, 남동생은 누나에게 이런저런 트집이나 잡고 있고...
둘 다 해야하는 상황... 하야트는 무슨 결단을 내릴 것인가?
그래 결심했어!
 
1등이 아닌 3등을 위해 뛰었던 남매를 기억하는가?
잃어버린 여동생 지라의 신발 때문에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는 오빠 알리...
그리고 3등 사수 대작전...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험과 아이돌보기의 두 갈래의 상황에 빠진 누나의 고민이다.
마치 몇 년전 방송된 모 방송 프로그램인 'TV 인생극장'을 보는 듯한 절대절명의 위기상황...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1편과 달리 2편의 감독은 골람 레자 라메자니 감독으로 단편과 장편으로 인정받은 이란의 감독이다.
이 작품은 원작 '하야트'를 영화로 만든 작품... 주인공의 이름이 원제이다.
1편에서 남매가 미친듯이 온동네를 달리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또다른 남매는 이번에도 달리고 또 달린다.
항상 그렇듯 여기저기 장애물이 어지럽혀 있고 이들은 힘들게 이 장애물들을 피해다닌다.
천식에 걸린 듯한 이웃집 할머니는 아기 우유병이나 뺏어먹고 있으며, 소젖을 짜다가 발가락을 심하게 다치며, 버릇이 없다면서 호통치는 귀가 나쁜 할아버지와 그에 버금가는 거기에 심각한 공주병에 빠져버리신 할머니까지...
하나 같이 이웃들은 왜이리도 바쁘고 불친절해 보이는지...
시험은 봐야하는데 여기저기 고난이며 첩첩산중이다.
애를 돌보면서 시험 예상 문제를 혼자서 뽑고 달달 외우는 하야트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아크바드로의 말처럼 이런 역경속에서 공부를 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이 하야트에게도 포함이 되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직간접적으로 이란 혹은 아랍권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비판을 하고 있다.
가령 1편을 보면 알리와 아버지의 자전거가 잘사는 부잣동네로 이동을 하는데 일용직으로 하루 아무일이나 하려고 했던 것인데 높은 빌딩과 높은 담벼락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이란을 비롯한 아랍권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자 빈부격차의 문제점을 꼬집는 장면들 중 하나였다.
한편 이번 2편에서의 문제점은 남녀차별, 특히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기성세대들이 막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다니는 여자아이들을 나쁘게 비판하는 이웃집 아주머니라던가 여자는 밥하고 청소하는 사람에 불과한 것처럼 이야기한 이웃집 할머니의 대사들은 히야트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분노와 더불어 씁쓸한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이슬람 문화는 발전하고 있으나 정작 사회적인 요소는 아직도 뒷걸음질 상태인 모습을 비판한 것이다.
더구나 이웃집 아주머니의 딸이자 히야트의 동갑내기 친구의 말한마디가 인상적인데...
'나, 오늘 청혼받았어!'...
이 대사는 결혼을 의미하는 동시에 여성의 사회진출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린나이에 사실상 결혼은 사회진출의 기회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그러한 면에서 이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아랍권 사회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를 비롯한 아랍권 영화들의 특징은 별 것 없다.(인도 영화는 제외하고...)
우선 스토리가 단순하며 간단하고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삶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또한 배우들을 섭외하기 보다는 실제 사는 마을 사람들이나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고 조연이 된다.
히야트 역을 맡은 가잘리 파사파 역시 전문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연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란 영화들의 특성상 그런지 몰라도 이런 작품들이 액션 블록버스터들을 좋아하는 관객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는 재미로 보는게 아니라 감동을 얻기 위해 보는 것이다.
재미있냐고 묻기 보다는 감동이 있냐고 묻는게 정상!
이 영화는 그러한 면에서 큰 웃음은 아니더라도 작은 미소를 보일 수 있는 따뜻한 영화이다.
과연 우리의 주인공 하야트가 시험과 아이 돌보기의 두마리 토끼를 잘 잡았는지 궁금하다면 극장에서 확인할 것!
 
PS. 요번 '천국의 아이들 2' 시사회는 세계 최초 한국에서 먼저 선보인 시사회로 모니터 시사회였다.
수입사 홍보 담당자 분이 나와서 하시는 말씀...
뒤에 이들 남매의 상황이 절묘하므로 절대 다른 것은 입소문 내도 뒤의 상황은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힌트를 주자면 아주 훈훈한 약간의 반전이 숨어있다는 것 정도!
 
아랍권 영화들 특징 중 하나!
질문이 있거나 할 말이 있을 때 아이들의 행동은 대부분 똑같다.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집게 손가락 하나만 올려주면 끝!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아, 그리고 하야트 역활의 배우나 아크바드로 역활의 배우 꼬마들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갖난 아기의 연기도 일품이다.
알아서 잘 울어주고, 잘 웃어주는 이런 아기... 정말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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