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뻔뻔한 딕 & 제인-미국의 이야기가 아닌 대한민국의 현실같은 작품...

송씨네 2006. 4. 3. 20:07

※경우에 따라서 이 영화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세요...

우측 남자 보이시죠?

딕입니다. 잘나가는 IT 기업인 '글로보다인'에서 일하고 있지요.

이 친구는 곧 부사장으로 승진을 할 예정입니다.

또한 경제 관련 프로그램에 나가서 회사 대변인 역활을 할 예정이고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딕이 다닐 이 회사는 곧 공중분해 될 예정입니다.

예... 망한다는 소리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 친구 엘리베이터에서 노래를 흥얼댑니다.

빈털털이에 알거지가 될 판국인데 노래나 부르고 있나니...

아, 그리고 좌측의 여성은 딕의 아내 제인입니다.

항공사의 지역 지점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커리우먼입니다.

남편 덕분에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회사를 그만 둘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내요.

딕과 제인은 앞으로 산전수전 힘든 일들을 겪을 예정입니다.

과연 어떻게 이 고난을 이겨낼까요?

 

 

 

짐 케리가 돌아왔다.

홍콩에는 희극지왕 주성치가 있듯 헐리웃에는 짐 케리가 든든하게 헐리웃 코미디 영화계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뒤늦게 개봉한 '이터널 션샤인'이 상영을 마치고 잠시 소식이 뜸하더니만 이번에는 다시 코미디 영화를 들고 찾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코미디 영화가 되겠다.

 

 

이 작품은 한 순간 기업의 몰락으로 인해 졸지에 중산층에서 빈곤한 사람들이 되어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헐리웃 영화라고 생각되지만 그렇게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업난에 허덕이는 중년남성들, 생계유지를 위해 뭐든지 팔아야 하고, 심지어는 뭐든지 훔처야 하는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는 등... 분명 미국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보이기에 어느정도 공감이 갈 것이다. 더구나 파산된 회사로 위장을 하고서는 뒤에서는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갑부들의 모습들 역시 우리나라의 일부 재벌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돈이 한 푼도 없다고 이야기하고서는 골프를 즐기고, 사냥을 나가며 해외 관광을 나가는 사람들... 속상하고 화나고 분통터지는 노릇이다.

 

 

 

재미있게도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졌다.

이른바 엔론(Enron) 쇼크...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미리 엔론 사태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엔론은 에너지 기업회사로 1985년 이후 15년만에 세계 최고의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엔론사는 IT 사업에 투자를 했다가 본전도 못찾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2001년 결국 파산신청을 하였고 엔론사에 연금이며, 일자리 모두 날아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나 엔론사는 과거 정치모금을 하는 등의 불법적인 로비활동을 벌인 것이 탄로나면서 '엔론게이트' 사건으로 확대된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위와 같은 내용지만 필자처럼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봤다가는 마지막 이 영화의 조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글로보다인에 다니던 전 동료가 도로에서 딕이 몰고다니는 차를 마주보고 달리는 장면에서 나왔던 대사중의 하나였던 바로 이 대사...

 "나... 엔론에 취직했어~!"

당연히 필자가 이 대사가 뭔내용인지 이해 못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

다른 인터넷 리뷰를 보고서야 엔론 쇼크가 미국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산전수전 두 부부의 모습은 눈물겹다.

남편 딕은 하고 싶지도 않은 할인매장 종업원이 되어야 했고 불법체류자로 오해 받아 수용소에 갇치는 상황에 이른다. 아내 제인은 무술에 '무'자로 모르면서 함부로 강사로 나섰다가 놀림만 받게 되고 보톡스 신제품 체험 잘못해서 얼굴이 붓는 부작용을 얻는다. 남편의 얼굴도 붓고, 부인의 얼굴도 붓고... 웃기는 상황이지만 이게 만약 우리들의 이야기였다면 절대 웃을 수 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극심한 실업난을 체험하고 있는 딕은 남보다 더 빨리 좋은 직장을 얻기위해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면접장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수많은 줄에 맥없이 기운을 잃는다. 그리고 바보로 낙인찍혀 인터넷 동영상에 패러디물로 전략한다. 웹플레시의 패러디물에 등장하는 딕의 모습은 마치 지금 현재 미국의 대통령인 부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엔론 게이트'의 로비 대상이 과거 아버지 부시였고 지금의 아들 조지 W. 부시를 생각해보면 두 대통령 부자(父子)가 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주범이라는 것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속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던게 아닐까 싶다. 

 

 

 

짐 케리의 코믹연기는 나날히 업 그레이드 되고 있다.

 

과거 짐 케리의 영화들이 생각없이 웃고 떠드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라면 최근 짐 케리의 영화들이 블랙 코미디 중심으로 출연을 하고 있고 제작에 힘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 희극인의 생예를 그린 '맨 온더 문'이라던가, 평범한 소시민이 하느님 역활을 대신 수행했던 '브루스 올 마이티' 같은 경우를 보더라도 웃고 즐기되 나중에는 뭔가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그런 역활의 영화를 중점적으로 출연한다는 면에서 과거 영화에 비해 짐 케리 영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영화 홍보 방식이 틀렸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물론 주인공은 딕 역의 짐 케리가 맞지만 &(그리고) '제인'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상 제인 역의 티아 레오니 역시 주인공이다. 필자가 몇 달전 이 영화의 영문 포스터를 본적이 있었는데 당시 짐 케리 버전의 포스터만 있었던게 아니라 티아 레오니의 모습만 단독으로 있던 포스터도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홍보자료 어디에도 그녀 단독으로 올라왔던 그 포스터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이 영화는 짐 케리만의 영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티아 레오니 역시 엄연히 이 영화의 주연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 영화를 홍보하는데 있어서 짐 케리만이 중점이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여기서 티아 레오니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그녀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몇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멀더의 부인이라면 아마 이해가 빠를 듯...

어? 멀더 부인은 스컬리(질리언 엔더슨) 아니야 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다시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우리에는 TV 시리즈 엑스파일로 알려진 데이빗 듀코브니의 부인이 바로 티아 레오니이다. 헐리웃에서는 비교적 잉꼬부부로 소문이 났다고 전해진다. 물론 데이빗 만큼은 아니지만 그녀가 출연한 영화 꽤 된다. 따라서 결코 이 영화는 짐 케리만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또한 잘못된 정보 하나...

영화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딕과 제인 부부가 범행을 하는 곳 중에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카페인 별다방(?)을 터는 장면이 나온다. 별다방이라... 콩다방은 그러면 아는가?

콩다방은 커피 빈(Coffee Bean)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별다방은 스타벅스(Starbucks)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 부부가 터는 카페는 스타벅스가 아니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영화속에 등장한 카페 로고는 결코 스타벅스의 로고가 아니다. 그럼에도 왜 보도자료에서 이들이 스타벅스를 털었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는 짐 케리의 영화 공식을 그대로 따온다.

바보같은 동작에 어눌한 말투의 짐 케리식 코미디는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앞에도 이야기했듯 결코 웃기만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산층들이 점차 몰락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명예퇴직과 정리해고로 인해 중년남성들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회사를 떠나고 있다.

창업을 준비하려고 해도 쉽지 않고 재취업은 꿈도 못꾸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딕의 모습이 결코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