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브이 포 벤데타-매트릭스 필나는... 그러나 매트릭스보다 친절한 영화...

송씨네 2006. 3. 26. 23:45

 

※이 영화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난 이후 2040년 영국...

이비라는 여인이 야간 통금시간에 길을 걷다 이 동네 불량배의 지존(?)인 핑거맨들에게 둘러싸인다.

슈퍼 히어로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구해달라는 소리에 어디선가 가면을 쓴 한 사내가 등장한다.

이들을 소탕하고 나서 말이 많아지는 사내...

난 닥터 노(노홍철)가 아니오! 그냥 V(브이)라고만 불러다오!

이비와 브이의 이런 이상한 동거는 시작되었고 이비도 그런 그가 싫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각기 슬픈과거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

이비는 혼자 고아로 지냈던 상황을, 그리고 브이는 생체실험의 후유증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수사관 핀치는 의문투성인 브이와 이비를 조사하기에 이르고 이 괴상한 왕국의 우무머리인 셔틀러는 두 사람을 압박함과 동시에 미디어를 이용 국민들을 속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데...

11월 5일... 그 날을 기억하라!

 

 

 

 

 

'매트릭스'는 시리즈는 솔직히 말해서 어려운 시리즈이다.

잠이 많은 필자는 TV에서 방송되던 '매트릭스'를 열심히 보려다가 잠들어 놓친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운이 나쁘게도 필자는 '매트릭스' 시리즈를 극장과 TV판 모두 제대로 본적이 없다.

하지만 한가지 알고 있는 것은 워쇼스키 형제의 연출력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가상공간을 환상의 세계로 만드는 그들의 힘은 놀랍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 작품은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것이 아닌 제임스 멕테이드 감독의 작품이다.

물론 워쇼스키 형제는 원작을 잘 다듬는 역활을 충실히 수행했고 그 느낌은 매우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매트릭스'처럼 이 영화의 배경도 미래이다.

그나마 '매트릭스' 보다는 이 작품이 미래를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현실적이다.

그리고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온다.

오히려 시리즈로 만든 '매트릭스'는 시리즈라는 점 때문에 다가서기 힘든 것같다.

세계 제 3차 대전, 화학무기, 미국의 몰락, 독제정권...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지만 만약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참 세상은 암울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암울한 소재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으니...

 

그런데 주인공 브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른바 수퍼 히어로와는 달라보인다.

다른 수퍼 히어로와는 달리 말이 많고 로맨틱을 즐긴다는 점에서 우리가 그동안 봤던 수퍼 히어로와는 차별화가 느껴진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브이는 '베트맨'의 브루스 웨인과 '마스크 오브 조로'의 조로를 짬뽕 시킨 인물이라 하겠다. 나름대로 잘 살면서도 품격있고 유머를 즐길줄 아는 수퍼 히어로라...

 

 

이 작품은 마불 코믹스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고 있는 DC 코믹스의 작품이 원작이라는 것은 이 작품을 보기전 미리 예습을 한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진짜 원작은 만화잡지 '위리어'를 통해서 이며 흑백 영화와 소설로도 제작이 된 제법 알려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만화적 상상력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것이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지느냐가 문제였다. '엑스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판타스틱 4', '핼보이'까지... 만화로 된 작품은 대부분 영화화가 되었고 스크린으로 옮기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작품은 사실 특수효과가 많다는 애로사항이 있다.

물론 이 작품 '브이 포 벤데타'도 특수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SF라고 불리워지는 수퍼 히어로 영화들과는 달리 기교가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인상적인 것은 먼미래의 이야기이지만 바로 일어날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각박한 세상이 영화와 혼동을 일으키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매트릭스'가 이 불안한 세상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네오가 구세주가 된 것처럼 이 영화의 브이 역시 이들에게는 구세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소재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우선  미국의 몰락 같은 경우는 최근 많은 나라들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볼 때 가능성이 없는 소재는 아니다. 다만 과연 이들이 정말 무너진다면 상황은 암담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필자도 미국을 싫어하지만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몰락한다는 것은 좀 무서운 일이다. 또한 생체실험 같은 경우는 여러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단골인데다가 이미 많은 나라들이 과거 그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볼 때 앞으로는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제 정치 역시 위험하다. 사실 이 영화가 남의 일 같지가 않은 것이 과거 박정희 정권의 통금령과 더불어 언론의 자유를 무시하는 행위가 많았다는 것이 이 영화와 같은 맥락을 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우리 언론(미디어)는 많이 개방적이긴 하지만 독제 정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이 그냥 영화이길 바랄뿐이라는 생각이다.(물론 미디어가 오히려 정권을 장악하여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일도 없어야 한다.)

 

 

 

 

여기 나오는 배우들...

두 말하면 잔소리이지만 그래도 이야기 안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휴고 위빙은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스미스 요원으로 꽤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뚝뚝한 표정과 선글라스가 트레이트 마크였던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악역이 아닌 선한역활(물론 이 작품에서 브이는 꼭 선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을 보여줌으로써 또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했는데 그는 한번도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그 가면속에서 답답함을 참아내면서 연기를 하였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펜텀은 그나마 반쪽 가면이었고 베트맨이나 스파이더맨은 가면의 재질이 그나마 좋아 통풍은 잘되었을터인데 이 브이의 가면은 찰흙으로 빛어내어 섬유유리로 주조하고, 거기에 페인트까지 칠해버렸으니 그 두깨는 말로 설명못하며 통풍도 되지 않는 가면을 쓰면서 연기하기란 그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고생은 이비 역의 나탈리 포트먼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삭발 연기는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역활은 아니다.

율 브리너(왕과 나)가 머리를 밀고 리메이크작에서 주윤발(애나 앤드 킹)이 머리를 밀어도 그 고생 말할 수 없으며, 강수연(아제 아제 바라아제)을 시작으로 채민서(가발)도 밀고 드라마에서는 정은(해바라기)도 밀었으니 참 가엽고 불쌍하다는 말 밖에는 안나온다.

헐리웃에서도 삭발연기를 하는 여배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지 아이 제인'의 데미무어가 그나마 최근에 머리를 밀은 여배우로 기억이 남는데 이후 나탈리 포트먼이 삭발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음은 분명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헐리웃에서도 삭발투혼은 꽤 칭찬받을 일인 것 같다.

 

 

 

이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브이(원래 가면의 주인은 '가이 포크스'의 가면)가 쓴 가면을 많은 이들이 쓰고서 군병력들과 대치하는 장면일 것이다. '매트릭스'에서 수많은 스미스 요원이 나왔듯 이 영화에서는 수많은 브이를 보고야 말았다.

 

궁금한 것은 왜 많고 많은 알파벳 중에서 브이였을까라는 의문이다. '마스크 오브 조로'가 Z(제트)를 사용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의 홍보자료에서 브이가 의미하는 것은...-예정된 전위 Vanguard/극단적 폭력 Violence/과거의 흔적 Vestige/개인의 복수 Vendetta/미래의 제시 Vision/진정한 승리 Victory/고귀한 희생 Victim... ☞ 참, 잘도 끼워맞춘 흔적...)

하지만 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것은 그가 실험대상으로 있던 감방 5호실(로마문자로 '5'는'V'이다.)인데 왜 필자는 V를 모면서 케이블 체널인 'Channel V'(체널 V)로고가 떠오르는 것인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좀 하자면 필자가 이 리뷰를 쓰다가 재미있는 카툰을 발견했는데 무비위크(220 호)에서 '말해봐요 보바씨'라는 카툰을 쓰고 있는 김나경 씨의 만화이다. 이 작품 '브이 포 벤데타'에서 브이는 만능이라는 재주꾼이라는 나름대로의 논리있는 글이었다. 

대회활동 담당부터 시작해, 폭탄 설치, 세트제작, 연설문 담당, 철로 복구, 장미 재배, 명작 훔치기, 소포 발송, 요리, 도미노 제작까지...

왜 '배트맨'의 알프레도라던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움파룸파족처럼 브이 옆에 시중을 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냐는 것...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이비는 뭘 하고 있었을까?

 

 

 

 

영화는 지금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영화인 듯 싶다.

또한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정치인과 일부 방송인들에게도 말이다.

혹시 모를일이다.

브이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 세상을 바꿔놓을지도...

홍길동은 나올 수 없어도 브이 같은 사람은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