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달콤, 살벌한 연인-'조용한 가족'과 '연애의 목적'이 만나다...

송씨네 2006. 3. 30. 20:04

※이 영화의 리뷰는 시사회 관람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예상외로 다른 영화에 비해 강도가 센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Part 1. 그 남자 왕새우 혹은 황대수...

저는 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뭐 실력은 그럭저럭 하고요. 얼마전까지 솔로였습니다.

저는 미신을 믿지 않으며 호돌갑스러운 남녀사이를 증오합니다.

그런 저를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죠.

뭐 원악소심한 A형이라서 말이죠.

음... 물론 혈액형 점이나 별자리 점도 미신인것 아시죠?

여행사 다니는 친구 녀석이 여자꼬시는 법을 알려주더군요.

그러고 보니 얼마전 오피스텔에 새로 한 아가씨가 이사왔습니다.

이름이 미나라고 하고... 미술학을 공부한다는 군요.

곧 유학을 준비중이라는데... 그런데 그녀 참 이상합니다.

미술학을 공부한다는 사람이 몬드리안도 모르고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도 모른다니... 

그리고 그녀와 같이 사는 룸메이트 장미라는 여인은 좀 이상해요...

이렇게 불만많다고 저에게 뭐라고 그러지 마세요!

 

Part 2. 그 여자 이미나 혹은...

제 이름은 이미자... 아니, 이미나입니다.

유학을 준비중이고요. 미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예? 거짓말 하지 말라고요?

예...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저는 미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참 운이 나쁜 여자입니다. 제 곁에 많은 남자들이 당했거든요.

'당했다'는 의미는 마음대로 생각해보세요. 꼭 그런 의미는 아닐 수도 있으니깐...

불쑥 제가 살게 될 오피스텔에서 남의 물건을 뒤적이는 그 남자...

냉장고를 들어줬다고요? 뭐... 믿어보죠.

술에 취한 이 남자...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는지 몇년도 수법을 써먹는 군요.

영화나 같이 보자고... 뭐... 좋죠...

아, 그리고 김치냉장고나 사뒤야겠습니다.

저희집은 김치는 잘 안먹거든요. 그런데 왜 김치냉장고이냐고요?

그건 비밀입니다.

 

 

 

 

필자는 두번째 달 콘서트를 가기 위해 그들의 음악을 예습하듯 배우 최강희를 알기 위해서는 시사회 출발하면서 그녀가 나오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어야 했다.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톡톡튀는 그녀의 목소리와 말투가 인상적이다. 박용우는 이미 '혈의 누'에서 차승원과의 연기대결을 성공리에 마쳤는지라 그냥 기대해 보기로 했다.

자, 처절하게 망가지는 박용우와 도도하게 망가지는 최강희를 만나보자!

 

 

늘 그렇듯 영화사와 배급사의 잘봐달라는 홍보맨트로 문을 연다.

이 영화의 감독은 '너무 많이 본 사나이'라는 작품으로 데뷔,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패러디 영화인 '재밌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장본인... 바로 이 사람 손재곤 감독이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참 독특하다.

정체불명의 한 여인과 그녀를 흠모하는 한 남자... 그리고 그 속의 로맨틱 코미디와 미스테리의 절묘한 조화...

미스테리와 코믹이 뒤범벅 되는 설정에서 이 작품은 과거 김지윤 감독의 '조용한 가족'(1998)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들의 독특한 사랑법과 대사들을 보게 될 것 같으면 한재림 감독의 '연애의 목적'(2005)을 떠오르게 된다.

과연 이 두 작품이 섞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생길텐데 전혀 거부감도 없고 오히려 새로운 장르를 개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러브 스토리와 스릴러는 극과 극이기 때문이다. 물론 코미디 속에 공포를 집어 넣은 워킹 타이틀의 작품인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라던가 공포 패러디 코미디인 '무서운 영화' 시리즈도 있었지만 러브 스토리와 코믹함을 같이 동반시킨 작품은 그리 흔지 않다. 더구나 이 작품은 코미디도 그냥 코미디가 아닌 요절복통 수준이며 미스테리 스릴러 역시 그냥 가벼운 이야기꺼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앞에 이야기한 닮은 듯 닮지 않은 영화들을 보자...

이 영화의 주인공 이미나는 그냥 보면 평범한 여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 여러번 재혼한 경력과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남성들을 의도적으로 혹은 실수로 살해한 경력이 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여러명...

땅속에 시체를 혼자 묻기에는 버거웠던 그녀가 생각했던 것은 초대형 김치냉장고...

이렇게 대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속이고 완전범죄로 끝나기를 바랬지만 장미의 폭탄발언으로 위기에 몰린다. 덕분에 희생자가 더 늘면서 사건은 점점 꼬이기 시작한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을 보면 '조용한 가족'일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의 경우 한적한 산장에서 운이 나쁘게도 연쇄 살인사건이 아닌 연쇄 자살 사건이 일어나면서 산장 가족들은 시체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설상가상으로 많은 이들이 이 산장을 찾으면서 어이없는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미나와 장미, 그리고 민 변호사를 비롯한 그들의 친구들까지도 동원이 되어 사건 수습에 나선다. 그런데 사건 수습이라는 것이 가관이다. 삽질을 못해 고생이요, 운반에 애로사항이 많았으니 말이다.

 

다시 '달콤...'으로 넘어가면...

영화의 대사들이 참으로 난감하고 어렵다. 그리고 야하기까지 한다.

'빼지마... 혀 너무 좋아...'라는 대우의 대사와 '연애의 목적'에서 유림(박해일)의 '5초만 넣고 있을께요'라는 대사는 매우 상당히 야하지만 두 대사 모두 상상하기 나름이다. 

이 외에도 '달콤...'에서는 '연애의 목적'과 마찬가지로 입에 담기 힘든 진기한 대사들이 넘처난다. 더 이야기하면 비속어, 욕설 수준이므로(거기에 엄청난 스포일러이므로)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  하지만 이런 대사는 '정말 내 스타일이야...!' 이다.

 

 

 

박용우와 최강희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렇게 주목을 받던 배우들은 아니다.

 

박용우는 '올가미'(1997)로 최지우와 연기를 시작하였고(물론 최진실, 채시라 등이 출연했던 드라마 '아파트'(1995)가 첫 작품이지만 그는 단지 조연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최강희는 '여고괴담' 1편(1998)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청소년 드라마 '나'와 다큐와 드라마를 혼합시킨 프로그램이었던 '청소년 보고-어른들은 몰라요'에서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후 박용우는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많은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얼굴을 각인시켰고 앞에 이야기 했던 영화 '혈의 누'에서 차승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최강희의 경우 청소년 드라마 '학교'(2000)를 시작으로 '광끼'(1999), 그리고 많은 마니아를 형성한 '단팥빵'(2004)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열연을 펼쳤다. 재미있는 점은 최강희와 박용우는 이미 드라마 '종이학'(1998)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다. 물론 각자 다른 역활이어서 자주 마주칠 일은 없었겠지만... 그래서 그랬는지 그들의 연기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상적인 배우가 또 한명 있다.

바로 장미 역의 조은지이다.

영화 '눈물'(2000)의 양아치 들중 한명으로 등장한 그녀는 이후 좀 삐딱한 이미지의 역활들만 주로 맡았었다. 그게 운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에서 태영(김정은)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양미가 바로 조은지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한 드라마 '열 여덞, 스물 아홉'(2005)에서 언니 혜찬(박선영)의 이혼을 바라봤던 동생 혜원 역의 배우가 그녀였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또 얼마나 될까? 임상수 감독의 '그 때 그 사람들'(2004)에서 초청가수(김윤아) 옆에서 들너리 역활을 했던 여인도 그녀였다.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장미는 미나의 옛 남자들을 끌어들이는 악녀로 등장한다.

하지만 곧 그녀는 꼬리를 감춘다. 뭐 때문일까??(이것도 비밀이다.)

조은지 역시 그렇게 순탄한 필모그레피를 가지고 있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조은지와 색깔이 얼핏 비슷한 공효진도 미운 오리 역활을 주로 맡아오다 백조처럼 비중있는 역활을 맡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조은지 역시 앞으로 기대주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이 영화의 관람등급은 18세 관람가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데에는 바로 이 김치냉장고 장면의 공헌도가 크다.

모방범죄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원인이다.

아울러 이 작품은 범죄를 미화시킨다는 점에서 그렇게 심의위원들에게는 탐탁치 않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완전범죄를 저지르고 주인공이 유유히 한국을 떠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가?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나 배급사들은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장면을 제외하고도 폭력적인 장면이라던가 욕설, 비속어의 강도가 센 편이다.

재미있게 만든 영화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등급을 먹여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작품은 옥의 티는 거의 없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미나와 대우가 주로 언쟁을 벌이는 장소가 미나의 오피스텔 대문 앞이다. 서로 언쟁을 높이는 장면이 예상외로 많다.

그런데 어느 장면에서도 이들의 소음을 항의하는 장면이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번 그랬는데 아무도 이웃 주민이나 오피스텔 입주자들이 항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외다. 그렇다면 미나의 과거를 이들 주민들도 알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미나의 남자들처럼 당할 보복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엉뚱하지만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섬뜻한 한국영화 '달콤, 살벌한 여인'...

그나저나 공소시효 지나면 미나와 대우는 다시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만나면 그 때 '살인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지 않을까 싶다.

 

 

 

PS. 아참, 필자는 소심한 O형 남성이다.

앞의 줄거리 내용만 보고 일부 A형 남성들은 항의하지 않길 바란다.

영화내용의 대우 대사처럼 혈액형... 그거 믿을 것 못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