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여전히 불친절한 찬욱씨? 12세 관람가라 괜찮아~!

송씨네 2006. 12. 10. 02:37
장르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감독
이 영화는 이런 내용이야!

모험과 사랑이 가득한 나라...

잠실의 모 놀이공원 이야기가 아니다!

 

신세계 정신병원에 영군이라는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는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할머니를 하얀 가운을 입은 '하얀맨'들이 데려갔다고 믿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충전중... 그러나 밥은 먹지 않는다.

오로지 그녀는 건전지의 힘으로 밥을 대신하려 하지만 점점 말라가는 그녀...

 

한편 남의 기술이나 버릇을 훔치는 능력을 가진 일순은 영군이 자신에게 '동정심'을 가져가 달라고 부탁한다. 야위어 가는 그녀를 바라보는 일순은 영군의 '동정심'을 가저가는 것은 물론 그녀에게 밥을 먹여야 한다.

오늘도 일순은 자신과 할머니를 압박하는 하얀맨을 없애러 간다.

그녀는 싸이보그가 된다.

그리고 할머니가 말한대로 그녀는 그녀의 존재의 목적을 찾으러 간다.

그런데... '할머니? 뭐라고 하신 건가요, 제 존재의 목적은 뭔가요?' 

이 영화... 난 이렇게 봤어!

별님의

생각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장래 희망을 물으면 아이들은 보통 대통령, 경찰관, 의사 등의 뻔한 대답들을 한다.

(요즘도 그렇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아주 간혹, 정말 간혹 이렇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저는 로봇이 되고 싶어요!"

 

로봇?

이런 대답을 한 아이들의 일부는 폭력적인 비디오를 많이 보고 자랐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내가 할려는 이야기는 아이가 아닌 어른이 자신이 로봇(혹은 이 영화의 내용처럼 싸이보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복수 3 부작'으로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는 쌩뚱맞은 정신병원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심각한 그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로맨틱 하면서 SF적이고 엽기적이면서 판타지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뭐라고 단정짓기 곤란한 장르가 되어 버렸다.

더 인상적인 것은 박찬욱이 선택한 사람들이 바로 임수정과 정지훈(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신곡을 발표, 'I’m coming'을 외치면서 런닝바람에 자신이 입고 있는 런닝을 자유자제로 늘어뜨리는 괴상한 행위(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 동작 역시 '비'다운 모습이라고 이야기한다. 괴상한 모습도 '비'가 하면 멋있다. 뭐든지...)를 한 것에도 모자라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 첫 도전을 했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더구나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의 인물에 당당히 손꼽힌 것을 본다면 배우 정지훈은 분명 영화와 노래 모두 두마리 토끼를 잡아 세계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결정한 것이고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주인공은 싸이보그가 된 임수정이다. 임수정의 모습은 마치 '전설의 고향'의 귀신 분장에 가깝다. 거기에 싸이보그로 변하는 모습은 특수분장과 CG로 도저히 임수정이라고 못알아볼 정도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심하게 망가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이 영화를 찍는 이유는 역시 박찬욱이라는 브렌드 때문이다. 박찬욱이 아니었다면 쉽게 응할 수 있었을까 의문도 든다. 그는 가볍게 만들려고 했고 모처럼 그의 영화가 '12세 관람가'를 받았다.

 

김기덕, 홍상수, 장선우, 여균동...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공통점은 각자 자신의 스타일대로 영화를 만드는 괴짜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또하나의 공통점은 쉽게 '연소자 관람가' 등급을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은 '빈집'과 '활', 홍상수 감독은 '해변의 여인', 장선우 감독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으로, 그리고 여균동 감독은 최근 작품 '비단구두'에서 그동안의 '연소자 관람불가'에서 잠시 해방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영화는 항상 성인용이었고 난감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들이 이 방식에서 탈피한 것은 그들도 벗기고 난감하게 영화 만들기에 질려버렸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근 홍상수 감독이 '벗기는 것이 이제는 지겹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이 오랜만에 연소자 관람불가 딱지를 뗀 것은 어찌보면 그동안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궁금해 했던 청소년 층의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좋은 소식으로 다가온 것은 분명하다.

거기에 정지훈과 임수정까지 덤으로 나오니 두 배우의 팬들은 극장에 가는 그 순간이 행복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박찬욱 감독은 뻔한 사랑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신병원을 선택했고 과거의 영화들에 비해 많이 경쾌하고 부드러워졌지만 그만의 연출 스타일은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가령 영군이 하얀맨(정신병원의 간호사, 의사)을 없애러 나서는 순간 그녀는 싸이보그로 변신한다.

이 황당한 장면은 물론 영군의 상상이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상상이에요!'라고 박찬욱 감독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의 전작 제목처럼 '친절한 찬욱씨'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작에 비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불친절한 찬욱씨' 역시 아니라는 것이다.

장면이 전환되면 아무일 없듯 병원 사람들은 살아있고 영군은 여전히 반은 넋이 나간 상태이다.

 

영화에는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영군의 식사거부를 자신이 싸이보그라서 밥을 먹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그것보다는 밥을 이유없이 거부하는 거식증 환자의 모습처럼 보여진다. 거식증 환자의 모습과 영군의 모습은 닮아있다. 밥이 싫어 먹지 않으며 미음도 소용없고 토하기만 한다.

일순이 영군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5단계로 밥먹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은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서는 먹지 않는 것보다는 먹는 것이 우선이라는 (당연해 보이는)감독의 충고도 살짝 보이는 것 같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일곱가지 칠거지악을 말한다.

일러스트로 등장한 장면은 그림은 아름다운 듯 보이지만 삽화를 아주 자세히 보면 매우 잔인한 싸이보그의 숙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정심, 슬픔에 잠기는 것, 설레임, 망설임, 쓸데없는 공상, 죄책감, 감사하는 마음...' 등의 이 황당한 일곱가지 규정은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십계명의 패러디(비틀기) 처럼 보이기도 한다. 싸이보그는 이 일곱가지를 금하고 지켜야 복수에 성공한다고 이야기한다.(영군에게 지령을 내리는 그 낡은 라디오가 말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삭막한 세상속에 바로 동정심을 비롯한 일곱가지 계명을 알게 모르게 지키고 있다. 영군처럼 말이다. 삭막한 세상에 동정심을 잃은지 오래이며, 우리는 여러가지 상황에서 망설이고 있으며, 쓸데없는 희망(공상)을 하고 있고, 죄책감에도 시달린다. 낡은 라디오의 지령과 대부분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절대 싸이보그가 아니라 인간이다. 휴머니즘을 가진, 이성을 가진 인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화된 삶에서 사는 것이 아닌, 현실적이지만 또한 우리가 꿈꾸던 이상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거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일순과 영군이 본 무지개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영군이 날으는 침대와 따뜻한(?) 알프스 산맥 같은 곳에서 할머니의 환영을 본 장면 역시 판타지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이자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분명 앞 뒤가 맞지 않는 대사이지만 정신병자들의 대화치고는 어쩌면 더 현실적인 대화였는지도 모른다.

싸이보그의 냉정함이 아닌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써의 희망말이다.

그것이 희망 아닌 희망의 모습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앞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많이 쉬워졌다는 말은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그의 작품은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눈높이가 좀 낮아지긴 했지만...

다음번에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영화가 나올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겁먹지 마시길...

영화보면 이해 안가겠지만 극장을 나서는 순간 이해가 갈지도 모르니깐... 

그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