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조용한 세상-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라면?

송씨네 2006. 12. 14. 21:51
(2006/한국)
장르
스릴러
감독
이 영화는 이런 내용이야!

15년 전...

한 아이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의 재주를 선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다른 한 편에서는 한 소녀가 목매달아 자살하는 사고가 벌어진다.

15년이 지난 그 아이, 그 소년은 어른으로 자라 사진작가가 되어 한국을 찾았다.

정호는 얼떨결에 위탁받은 아이 수연를 맡게 되고 두 사람의 동거는 시작된다.

 

한편, 어린아이들이 미소를 머금은 상태로 연쇄 살해당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최형사와 김형사는 이들 사건을 맡게 되고 살해당한 아이들이 공통점이 위탁가정에서 자랄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리고  다음 목표가 수연이라는 사실도 직감하게 된다.

 

그런데 정호는 김형사의 사건이 있는 곳에 계속 출몰하고 있었다.

정호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그는 자신의 첫사랑을 하늘로 보냈는지도 모른다.

 

정호와 김형사가 수연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보호하던 중 수연이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 한 좀도둑이 먹은 스프가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 범인을 찾아나서게 되는데...

이 영화... 난 이렇게 봤어!

별님의

생각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스물 다섯에 최연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조의석 감독...

그의 두번째 작품은 스릴러이다.

전작 '일단 뛰어'에서 젊은이들의 방황을 코믹하고 스피드하게 그렸던 그가 이번에는 암울한 세상살이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유괴당하고 또한 그 유괴당한 사람을 구출하고, 유괴범을 찾고...

어찌보면 이런 범죄 스릴러는 단순해 보이지만 치밀하지 않는다면 재미있게 영화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의외로 치밀하고 의외로 박진감이 넘친다.

 

웃음을 유발시키는 마약성분의 버섯을 소재로 활용하고 고아, 그리고 성추행 등 다양한 소재를 적절히 사용하여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스릴러가 항상 그렇듯 여러 사람이 죽어나갔으니 '다음 주인공은 바로 너~!' 라고 외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요소로 보인다.

 

거기에 범인일 것 같은 사람을 자주 등장시키다가 나중에는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니라고 결론 짓는다.

함정에 또 함정을 파는 반전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반전면에서는 뛰어나지만 한 편으로는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저 사람이 범인이야'라고는 못하더라도 범인처럼 등장하였던 그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은 분명 범인이 아니야'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구이며 수연을 구출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 의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에 또 하나의 반전을 살짝 집어넣는다.

그것이 우리가 예상했던 반전이라고 생각한다면 감독은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것이 아닌 다른 반전임을 이야기할 것이다.

 

 

 

이 영화를 이야기 할 때 배우 김상경과 박용우를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상경은 원악 개성있는 연기자이지만 코믹 이미지는 절대 아닌 배우이다.

홍상수 영화에서 간간이 약간은 순박하면서도 약간은 코믹한 인물로 등장하지만 여전히 김상경은 너무 어두운 배우이다. 그나마 그의 어두운 케릭터를 가려준 것이 2004년판 '인간시장'이었다. (물론 박상원 시절의 '인간시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래도 2004년판의 장종찬을 맡은 김상경이 더 좋았다.) 그만의 무뚝뚝함과 코믹함이 동시에 버무려진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 작품도 그는 어둡다. 가령 수연으로 보이는 어린이의 사채를 재활용 센터에서 찾는 장면은 '살인의 추억'의 서태윤이 어린 소녀의 사체를 보면서 분노에 울부짖는 장면과 겹쳐진다. (더구나 두 장면 모두 비가 왔지 않는가?)

무뚝뚝한 그의 모습이 오히려 영화에서는 살벌한 영화의 분위기를 잘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박용우는 매우 재미있는 배우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 데뷔작 '올가미'를 볼 것 같으면 전혀 그렇지 않다. '혈의 누'에서의 모습도 그렇고...

하지만 그가 등장했던 드라마 '종이학'이나, '달콤, 살벌한 연인',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보면 그의 개성강한 코믹 연기를 보여주게 된다. 나의 친구가 덧붙이길 영화 '쉬리'에서 그가 없었다면 CTX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었다.

그러던 그가 이 영화에서는 물론 웃기게도 나오지만 후반에 들어서는 매우 심각하게 등장한다. 대신 그 코믹함을 후배 이종수가 대신해 준다.(그가 누구던가? '이.글.아.이~!') 이종수가 맡은 최형사 역은 창배 역을 맡은 오성세와 더불어 살벌한 영화의 분위기를 어느정도 반감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비오는 날 최 형사가 김 형사에게 내 눈을 똑바로 보라는 부분에서 이종수 만의 이글아이 눈빛을 본 사람이라면 저건 제대로 배역을 정했다는 느낌도 든다.)

 

수연 역의 한보배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인 '복수는 나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아는 배우이다.(참고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에서 유일하게도 나는 이 영화를 못봤다!) 벌써 '저렇게 컸내'라는 탄성과 야무지게 연기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것이 한보배는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 몇 작품 더 출연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경력은 사람을 큰 그릇으로 만든다. 한보배 양도 그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이는 앞에 정호의 또다른 비밀과 관련이 있다.

물론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 포함하지만 더 깊숙히 들어가면 그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이유가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한다.

자신에게는 매우 큰 결함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인데 그동안 너무나 우리는 힘들고 괴로워지면 그 것을 돌파하기 보다는 포기하려는 경향이 많다.

정호가 가진 핸디켑은 그래서 오히려 새로운 요소로 발전해 도움이 되게 한다.

(정말 근질 근질한데 스포일러가 뭔지... 오늘 정말 제대로 된 스포일러이다. 정호의 핸디켑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면 영화를 봐라~!)

 

 

영화는 전반적으로 논리정연하고 재미있지만 용의자가 많고 중간 중간 트릭을 더 설정했다면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영화 평론가들은 이 영화 별로라고 꼽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에는 평론가들의 글을 보면 같이 동감했지만 요즘은 서로 생각들이 틀려지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 보고나서 삐에로 인형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람을 강제로 웃는다는 것도 그렇게 행복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웃고 살아야지...

하지만 미소는 누가 만들어주는게 아니라 본인이 만든다는 것!

 

PS.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설문서에 '스포일러 유포 금지'라는 말이 은근히 신경쓰여 짧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