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올드 미스 다이어리_극장판-올미다 리턴즈... 최미자 리턴즈!

송씨네 2006. 12. 23. 15:26

 

 

 

최미자... 서른을 하고도 두 살...

(시트콤 끝나고 나니 미자도 한 살 나이를 더 먹었다!)

화려한 백조가 아닌 처절한 백조(백수인 여성)인 그녀는 화려하게 날아오를 그 날을 기다리지만 허무한 개꿈만 꾸고 있다.

그러던 그녀에게 성우 더빙 의뢰가 들어오고 간만에 입좀 풀려고 방송국으로 들어선다.

말이 성우이지 그녀는 자신이 귀신 역할임에도 귀신 얼굴 보고 자기가 놀라 기절하는 여인이다.

방송국에서 왕싸가지로 소문난 지 PD를 만나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던 찰나 애인은 아닌데 찝적대던 같은 방송국 박 PD가 미자에게 여전히 작업을 건다.

 

한편 미자의 집에는 모두들 알다시피 알콩 달콩 할머니 삼인방과 미자의 아버지, 그리고 미자의 외삼촌 등 요상한 대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모를리 없을테고...

둘째 할머니 승현은 동네 표구방 노인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이것을 알게된 영옥과 혜옥은 발벗고 나설려고 하는데 역시 이 집안 내력이 그렇고 그런지라...(뻐꾹~ 뻐꾹~) 잘 꼬이기만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적립형 펀드로 열심히 저축을 하던 외삼촌은 주가하락으로 인해 자신이 투자한 펀드가 손해를 보자 자신의 단골 은행을 습격하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으니...

 

바람잘날 없는 미자네 식구들... 이번에도 바람잘날 없는 구먼!

 

 

 

 

 

 

 

 

 

아바(ABBA)의 명곡 'I do, I  do, I do, I do, I do'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저녁 시간이 되면 사람들을 TV 앞에 다가가게 만든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특히 젊은 혹은 조금 나이든, 노처녀 히스테리 증상이 있는 일부 여성들에게는 '맞아 맞아~! 를 외치며 초공감을 이루어냈던 시트콤이 있었다.

바로 '올드 미스 다이어리'(이하 '올미다')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막을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시트콤이 극장판으로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같은 연출진, 같은 작가, 같은 배우...

사실 드라마에서 모였던 사람이 영화에서 다시 모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일단 팀웍에서는 최고일 수 밖에 없다.

 

시트콤 연출로 베테랑 PD가 된 김석윤 PD가 메가폰을 잡고 지현우, 예지원이 그대로 출연하는 것은 물론 할머니 삼인방과 미자의 친구들 등도, 거기에 미자와 동거동락했던 동료 성우들까지 같이 동반 출연하였다. 이것이야 말로 얼마전 시즌 2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드라마 '궁'에서 이야기하던 '닥배스고'(닥치고 배우와 스탭 고정)가 아니겠는가?

(다만 아쉬운 것은 둘째 할머니로 나왔던 故 한영숙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둘째 할머니 역할은 새로운 인물이 투입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등장했던 것이 역시 배테랑 배우로 알려진 서승현이었다.)

 

어쨌든 명콤비들이 모여 만들어 냈으니 어떻게 나올지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듯 하다.

 

 

하지만 드라마(혹은 시트콤)와 영화는 분명 다른 환경이고 다른 제작 방식이라는 점에서 올미다 극장판의 제작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시트콤에서는 에피소드 별로 미자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지 PD, 미자와 동거동락을 이루는 식구들 등 각기 다른 이야기로 에피소드를 만들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영화는 분량이 제한 되어 있으므로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는 없기에 미자와 친구들의 분량을 대폭 줄이고(이것에 불만을 느끼지 않고 우정 출연을 한 김지영, 오윤아에게 박수를...) 할머니 삼인방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항상 조연에만 머물렀던 우현 역시 특유의 외삼촌 케릭터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에서 비교적 큰 분량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얻는 이유는 압축력이 뛰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컴퓨터 파일을 저장할 때 한꺼번에 파일을 저장하기 힘들기에 압축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압축 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압축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극장판 '올미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트콤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그대로 영화화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새로히 틀을 짠다고 하더라도 원작 시트콤에 맞게 재구성을 해야한다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올미다는 그런 위험성과 함정을 잘 피했다.

분량은 줄어들어도 여전히 할 말은 다 한다는 것이다.

 

가령 여성에 관한 차별, 노인들의 황혼의 로맨스, 일과 사랑에서의 갈등 등의 이야기를 드라마 '올미다'는 잘 보여주었고 오래전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며느리 에피소드처럼 화제가 된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니깐 시트콤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 사회에 대한 냉정한 비판을 올미다는 하고 있었던 것인데 극장판도 미자와 지 PD의 로맨스는 그대로 끌고오되 할머니 삼인방의 황혼 로맨스를 영화의 이야기에 들어오게 하거나 외삼촌의 은행강도 미수 사건(?) 에피소드를 집어넣음으로써 사회에 대한 비판도 시트콤 못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황혼의 로맨스가 인상적인 이유가 늙어서는 연예도 못하고 죽는다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변해 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빤스(속옷)하나 바꿨을 뿐인데 기분이 좋아지고, 죽음의 문턱에서도 싸워 이겨나가는 노인들의 모습은 주책이라기 보다는 그들만의 삶이자 아름다운 삶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재미있는 부분을 뽑자면 경찰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인데 이 들 세 가지 에피소드가 경찰서에서 만나 충돌하는 경우 사실 충돌이라는 것도 잘못 충돌하면 사상자가 많이 일어나듯 세 가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모이게 하는 것은 자칫 영화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김석윤 감독은 이 역시도 여우같이 교묘히 피해갔다. 단지 카메라만 이동시켜 다른 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줄 뿐이다. 만약 미자의 아버지 부록이 외삼촌 우현의 은행강도 사건에 집중하지 않고 옆 테이블의 미자 혹은 할머니 들에게 다가가 '미주알, 고주알~' 했다라면 이야기가 엉망진창이 될 뻔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은 선을 그어 그 이상을 넘어오지 않게 만든 것이다.

 

또한 시트콤에서 담고 싶었지만 담지 못한 장면을 아낌없이 집어넣었다는 점도 인상적인데 첫째 할머니 영옥과 저승사자 간의 와이어 액션은 '올미다'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는 생각도 해보며 지 PD와 미자가 취중진담 중 결혼을 상상하는 장면에서 포장마차 세트가 반으로 갈라지면서(무슨 TV 콩트 프로그램인 '황금어장'도 아닌데 세트가 왜 갈라지는지 싶겠지만...) 미자와 지 PD가 신혼부부처럼 등장하는 장면역시 '올미다'적 상상력이 이끌어낸 장면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극장판 '올미다'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12세 관람가에는 좀 맞지 않은 장면이 좀 있었다.

첫째 할머니 영옥의 욕의 경우 정겨운 할머니들의 욕이긴 하지만 12세 관람가에서 듣기에는 그렇게 편한 욕은 아니다. 또한 오프닝 이후 미자가 지하철의 이른바 '쩍벌남'에게 피튀기는 복수를 상상하는 장면의 경우 비록 상상이지만 피가 난무한다는 점에서는 좀 아쉬웠다.(물론 이것이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영군의 무서운 상상장면보다는 나아보이지 않는가 싶지만 둘 다 만만치는 않다!)

 

사실 드라마나 시트콤이 영화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은경과 구본승 등이 출연한 드라마 '종합병원'은 이미 영화로 만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영화로 확장되는 것은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었는지 성공하지 못했다.

드라마(시트콤)가 원작인 '안녕, 프란체스카'나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조 된 적은 이었지만 시트콤이 오랜만에 영화화가 되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사실 드라마(혹은 시트콤)이 영화화가 되어 성공하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바로 앞에도 이미 앞에도 이야기했던 '닥배스고'가 되겠다.

훌륭한 팀웍을 이루는 방법은 바로 배우와 스탭이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다.

제작 시스템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배우와 스탭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미 그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진 것이다. 그렇기에 '올미다'의 성공여부는 앞으로 많은 드라마와 시트콤의 영화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PS.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이야기...

김지영과 오윤아는 이 영화의 우정출연이지만 또 두 명의 우정출연이 있으니 바로 그들의 연인이었던 김정민과 장동직이 되겠다.

영화 포스터나 팜플렛에는 이 들도 우정출연이라고 되어 있는데 왜 나오지 않는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깐 내가 여러 리뷰에서 항상 얘기 하지 않았던가...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장동직과 김정민의 모습은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볼 수 있다.

그러니 영화 끝나고도 자리에 뜨지 마시고 끝까지 두 남자의 엽기발랄한 모습을 지켜보시길!